종교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

정교 분리 가능할까…차기 대선주자 10명 중 4명이 ‘개신교’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19.08.01 09:27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국가조찬기도회를 열었다./사진=머니투데이
“나는 그래도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것이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하기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입장문 맨 마지막 문장이다. MB는 대표적인 개신교 대통령이다. 집권 당시에도 그가 개신교인 것을 숨기지 않았다. MB는 2008년 1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특별기도회에 참석해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해서 잘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의 대통령 선거 당선에 많은 도움을 준 개신교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2011년에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한 적도 있다.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해서 잘했다는 평 들었으면…”
MB는 소망교회를 30년 동안 다녔다.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기독교 세력의 힘이 컸다. 집권 당시에도 기독교 세력은 MB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2007년 대선 경선 때 조인스-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MB를 지지한다는 개신교 신자의 경우 49.4%이었다. 반면 당시 박근혜후보는 19.6%다. 불교 신자 중에서는 MB 지지는 37.3%, 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32.5%였다. 천주교의 경우에는 MB가 41.7%, 박 후보가 24.3%였다. 다른 종교에 비해 개신교 신자가 MB를 2.5배 많이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결과적으로 MB는 ‘장로 대통령’으로 잘했다는 평을 받았을까. 2008년 MB가 집권하자 그의 인사를 두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신조어가 붙었다. 이전 대통령들도 학연·지연·혈연에 의한 인사는 있었지만 특정 종교, 특히 교회가 거론된 것은 처음이었다. MB정부 첫인사에서 장·차관 전체 39명 중 개신교 신자는 한승수 전 총리를 비롯해 13명(33.3%)이었다. 반면 천주교 신자가 9명(23.1%), 불교 신자가 2명(5.1%), 무교는 15명(38.5%)이었다. 장관으로 임명된 개신교인의 종교적인 발언이 논란을 빚은 경우도 있다. 김성이 전 장관은 장관 재임 당시‘양극화는 신앙심이 부족한 탓’이라는 기고문을 썼다.

당시에는 ‘종교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편향된 종교관으로 다른 종교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2008년 9월 3일자로 보도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종교정책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8.9%가 ‘편향적’이라고 평가한 반면에 ‘편향적이지 않다’는 응답은 15.4%에 불과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명박 정부가 종교편향 행위를 하고 있다’고 여긴 것이다.

◇이승만·김영삼, 대표적인 ‘기독교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하게 된 투옥생활 중 매일 성경을 읽으면서 독실한 신자가 됐다. 이승만은 1948년 5월 31일 제헌국회 개원식에서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열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한다”며 “하나님께 대한 기도로 첫 국회의 첫 회의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다른 종교를 가진 의원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진행했다. 기독교의 득세는 대한민국 정부 구성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승만 정권 12년 동안 이기붕 부통령 등을 비롯 백낙준(문교부장관), 임영신(상공부장관), 김활란(공보처장관) 등 장관급인사의 절반이 기독교 인사로 채워졌다고 알려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청와대에 예배실을 둔 대통령이다. YS가 대통령 후보시절 “집권하면 청와대에 찬송가가 울려 퍼지게 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임기 말에는 국방부 내 교회에서의 공개적 예배가 보도됐다. 자신의 종교행위를 언론에 공공연히 내보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월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청통면 대한불교조계종 10교구 본사 은해사에서 열린‘부처님 오신 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한 가운데, 합장 대신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사진=뉴시스
◇황교안, 보수 개신교 세력 등에 업나

차기 대선에서는 과연 ‘종교’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자신이 개신교라는 것을 강조한다. 야간 신학대학을 다니며 장로 자격증을 땄다. 교회에서는 ‘황교안 전도사’다. 황 대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누나가 눈깔사탕을 준다는 말에 처음 교회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총리로 발탁되자 “국무총리는 하나님이 주신 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서울시장과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황 대표는 기독교 포럼에 참석해 ‘서울시장이나 차기 대통령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하나님께서 뜻대로 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 행사 때 불교 예법과는 어긋나는 행동을 해 논란을 빚었다. 경북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법요식이 진행되는 내내 합장하지 않고 두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보수 기독교 세력과도 꾸준히 관계를 맺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이라고 언급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과도 친밀하다고 알려졌다. 전 대표회장은 “황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를 잇는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차기 대선 주자들도 모두 종교가 있다. 이낙연 총리는 개신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장로교,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교,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천주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천주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개신교, 유승민 의원은 불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천주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개신교다.

◇개신교인들은 보수적일까?
개신교라는 점은 이들에게 어떻게 작용할까.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44%가 ‘종교가 있다’고 답했다. 그중 개신교는 45%, 불교는 35%, 천주교는 18%로 나타났다. 개신교인들은 보수적일까? 보수 기독교 세력이 MB의 당선을 도왔고, 기독교 단체가 정치적으로 극우 성향의 발언을 내뱉어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나타났다. 대선 때 진행한 공중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정치적 이념성향을 묻는 질문에 개신교는 29.7%가 보수라고, 29.0%가 진보라고 답했다. 중도 응답은 36.0%였다. 천주교에서는 27.8%가 보수라고, 27.1%가 진보라고 답했으며 불교에서는 36.7%가 보수라고, 20.5%가 진보라고 답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찍었다’는 개신교는 39.3%였다. 반면 홍준표 전 대표는 21.5%, 안철수 전 의원은 25.9%이었다. 천주교에서는 46.6%가 문 대통령을 지지했고 20.1%가 홍 전 대표를, 21.8%가 안 전 의원을 찍었다. 불교인 중에서는 33.7%가 문 대통령을, 35.5%가 홍 전 대표를, 18.7%가 안 전 의원을 찍었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불교가 보수적이고 개신교와 천주교는 중도에서 진보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가 집회를 열었다./사진=뉴시스
◇동성애·차별금지법·종교인 과세 등 현안 산적
종교와 관련 있는 현안은 동성애, 종교인 과세, 차별금지법 등이다. 이 세 항목은 대선주자 토론회에서도 자주 나오는 질문이다.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동성애 관련, “차별은 반대하나 동성결혼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변호사였지만 인권적인 부분만 다룰 수 없는 이유는 기독교 세력을 등지면 선거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의 경우에는 지난 5월 세종시 한 카페에서 열린 ‘세종 맘과의 간담회’ 행사에서 “개인적으로 동성애에 대해서 반대한다”라며 “저의 정치적 입장에서도 동성애는 우리가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도 피할 수 없는 항목이다. 지난해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 종교인들도 소득이 생기면 세금을 낸다. 그러나 종교인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범위를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소득에 대해 줄여주는 내용이 포함된 법안이 지난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과세 형평성 문제와 종교인 특혜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교인 과세 같은 경우에는 가치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로 일반 국민에게 반감이 심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017년 12월 12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일반의 눈높이를 감안해 형평성을 보완해달라”고 특혜 일부를 축소, 수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다.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정교 분리’의 원칙이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수는 “시민들이 투표할 때 종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라며 “한국사회 불평등 완화를 한다거나 시대적 정신에 맞는 주제를 들고 나오면 모를까 개신교도 혁신을 해야 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최근 보수 기독교세력과 태극기 부대가 세력을 합한다고 하는데 시민들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파악 못하는 것”이라며 “종교에 기대서 지지세를 결집하려고 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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