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이종희의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입력 : 2019.08.01 09:10
▲이종희 선거연수원 교수
지난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가 실시되었다. 참의원은 중의원과 함께 일본 국회를 구성하는 양원 중의 하나로 상원에 해당되며 중의원은 하원에 해당한다. 중의원 선거가 정권선택을 위한 성격을 가진다면 참의원 선거는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참의원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절반이 교체된다. 참의원 선거는 1947년 현행 일본 헌법이 제정되면서 그해 5월에 처음 실시되어 올해 25번째 선거가 치러졌다. 2018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이번 선거의 참의원 의석수는 기존의 242석에서 3석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242석의 절반인 121석에 3석을 더해 총 124명의 참의원이 선출되었다(지역구 74명, 비례대표 50명). 2022년에는 3명을 더 뽑아 최종 의석수는 총 248석이 될 예정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은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등 개헌 찬성세력들이 개헌 발의선을 유지하느냐의 여부였다. 선거 대상 124석 가운데 자민당이 57석, 공명당이 14석을 얻어 여당이 71석을 확보해 과반은 넘었으나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의 의석 확보에는 실패했다. 참의원 총 245석의 개헌 발의선인 164석에 도달하기 위해서 이번 선거 대상이 아닌(비개선) 기존 개헌 찬성세력 79석 외에 이번 선거에서 85석의 개헌 찬성세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헌에 찬성하는 일본유신회 의석까지 합해도 81석에 그쳐 개헌이 가능한 의석수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즉, 자민당과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개헌이 가능한 의석수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향후 3년 동안은 전쟁이 가능한 자위대 근거조항을 헌법에 담는 개헌 추진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선거 후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을 수 있는 개정안을 만들고 싶다”며 “건설적인 논의를 전개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일부 야당 의원과 무소속 의원들의 힘을 얻어 개헌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목표는 과반의석 확보였다. 그러나 이를 두고도 아베의 불안감이 반영된 안정적인 목표치였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자민당의 의석수는 선거 전 총 122석에서 9석이 감소한 총 113석이 되었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의석수는 6년 전 선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선거에서 자민당은 단독으로 65석을 얻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57석을 얻는 데 그친 것이다. 반면, 공명당은 2013년 선거에서 11석을 획득한 데 비해 이번 선거에서는 14석을 얻어 의석수가 3석 증가했다. 

이번 선거에서 연립여당이 총 6석, 집권 자민당이 9석을 잃은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의석을 8석이나 늘렸고 신생 정당과 무소속의 의석수가 6석 증가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점이다. 사실상 아베 총리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번 참의원 선거를 자위대 근거 조항을 헌법에 명시하는 개헌에 대한 유권자 의사를 묻는 성격으로 규정하고 개헌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선거운동에 치중했었다. 일본에서는 개헌 국민투표 발의를 위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중의원과 참의원 의결 이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을 얻어야 개헌이 가능하다. 현재 중의원은 총 465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개헌 추진을 위해서 필요한 의석수는 313석이다. 중의원에서는 현재 집권당인 자민당이 285석, 연합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이 29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 두 당의 의석수를 합하면 314석으로 개헌 추진을 위해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으나 참의원에서는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참의원이 중의원과 역할과 기능에 있어서 차별성이 약해 참의원 불요론과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다수의 양원제 국가들이 연방제인 점에 비해 연방제가 아닌 일본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의 기능과 역할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참의원 불요론의 근거 중의 하나이다. 현재는 중의원에서 선출되는 총리가 집권 내각을 구성한다는 점을 빼면 중의원과 참의원이 큰 차이가 없다. 1947년 참의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에는 제국의회의 귀족원을 대신하고자 한 목적과 함께 정파 간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중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따라서 초창기 참의원 의원 중에는 탈정파적인 무소속 계열이 많았으며 지식과 경험, 직무 대표성을 갖춘 의원들이 다수였다. 의정활동도 정파 간의 대립과 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비정파적으로 이루어졌다. 

실제로 1947년 제1회 참의원 선거에서는 총 250명의 당선자 가운데 111명이 무소속 의원이었으며 이들 중 92명은 중립적인 원내 교섭단체로 녹풍회(綠風會)를 결성하기도 했다. 녹풍회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의정활동은 비당파적으로 하였으며 활동을 참의원에만 제한하고 중의원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후, 부수-혁신 정파 간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참의원 의원들 간에도 정파적 대립 구도가 형성되기 시작하였고 녹풍회 회원들이 대거 자민당에 흡수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의원의 성격도 변화하였으며 대다수가 보수-진보 정파에 소속하게 되어 정파 간의 대립 구도는 참의원의 의결, 심의 과정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1955년 이후, 참의원과 중의원 간의 동조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실제로 1955년부터 1993년까지 중의원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참의원에서 통과되지 않은 사례는 없었다. 반면, 2000년대에는 참의원이 여소야대가 되면서 주요 법안과 예산안의 참의원 통과가 어려워지고 주요 정책 추진이 지체되기도 하였다. 또한, 1989년 참의원 선거를 거치면서 한 정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획득하기는 어려워지자 연립정권 구성이 상례화되기에 이르렀다. 

1980년대에는 자민당의 파벌 정치구도가 강화되면서, 의원 공천에 있어서 파벌의 영향력이 커져 공천은 파벌 안배에 따라 정해졌다. 특히, 1983년부터 정당 단위의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서 파벌의 영향력은 더욱 심해지게 되었다. 한편, 2000년대 이후에는 정당 간의 선거연대가 강화되고 연합 공천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참의원의 당초 설립 취지는 중의원을 견제하고 탈정파적으로 정책과 법안을 심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립 목적과는 달리 참의원의 정치적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 정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참의원의 개혁과 정치에 대한 불신 해결은 일본 정치가 안고 있는 큰 과제이다. 일본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3년 전 참의원 선거에서 54.7%에 달하던 투표율이 이번 선거에서 48.8%로 하락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24년 만에 가장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자민당 일당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메이지유신 이후 고착화된 지배계급이 그대로 세습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자민당 내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파벌정치와 세습정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