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숑 김학렬 소장 “부동산 대책 자꾸 나오는 건 집값 안 잡혔다는 증거”

부동산 가격 높은 곳 세금 많이 거둬 공공주택 대량공급 바람직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09.16 09:26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사진=더리더
2018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정부는 강력한 규제가 포함된 9.13 대책을 내놓았다. <더리더>는 대책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되짚어봤다. ‘빠숑’이란 필명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 분야에선 전문가로 손꼽힌다. 국내 최고 시장조사기관인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서 부동산 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고, <빠숑의 세상답사기>를 통해 부동산 입지 분석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팟캐스트 역시 40만 명이 구독하고 있다.

현재는 각 메이저 언론사를 통해 칼럼니스트와 부동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직방의 입지 분석 레시피에서도 활약 중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9.13 대책과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정부에서 추가 대책(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을 내놓은 것은 집값이 안 잡혔다는 반증이라고 말하며 9.13 대책 이후 거래량이 90%가 감소했기 급매를 제외하고 실수요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량 감소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라기보단 관망세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과거 정부에서 이와 유사한 정책 시행으로 얻은 결과는 ‘공급위축’이라고 지적하고는 “의식주 중 하나인 주거에 대한 욕구임을 이해하고 정치적 싸움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심리를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데 시작이 궁금하다
▶지금 일하는 곳은 리서치 회사로 마케팅 조사를 전문적으로 한다. 한국갤럽에서 18년 일을 하다가 마음 맞는 선배 4명과 창업을 했다. 갤럽에서 국토교통부, LH공사, 메이저급 건설사와 시행사가 주요 고객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상품조사, 가격조사,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쪽에 자연스레 노하우가 생겼다.
개인적으로 글 쓰는 걸 좋아해서 부동산에 대한 단상을 블로그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덕분에 책도 나오고 강의도 하게 됐다. 생각보다 관심 있게 봐주는 분들이 많아서 팟케스트는 구독자가 40만 명 정도, 블로그는 11만 팔로워가 하루에도 3만 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블로그에서 어떤 이슈를 던지면 확산되는 영향력은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시장 전문조사가 베이스라서 사견이 들어가진 않고 다만 부동산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부동산 분석에 대한 노하우는 어떤 것인가
▶최근에 쓴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를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사람의 심리에 주목한다. 왜 그곳에 언제부터 살았고, 왜 살고 있고, 또 왜 살고자 하는지 등의 사람의 스토리를 이해하려고 한다. 전국에 있는 240개 시·군·구 중 강남이 가장 비싼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사람이 강남에서 살고 싶어 하는 데 비해 강남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 수요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는 거다.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명쾌하다. 부동산과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필명 ‘빠숑’은 어떻게 탄생했나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passion’의 열정이란 뜻과 유행하는 스타일을 추구하는 의미로 ‘fashion’의 뜻도 담겨 있다. 이런 두 가지 의미를 결합해 만들어낸 말이다.

-부동산 입지 전문가는 어느 동네, 어디에 사는지 궁금하다
▶용산구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하루에 미팅도 많고, 활동 반경이 넓은 편이라 서울 한가운데인 용산을 주거지로 선택했다. 어디든 가기가 편해서 차만 안 막히면 20~30분 안에 강북이나 강남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풍수지리와 물과 녹지 공간을 좋아하는데 이런 요소를 만족시키는 게 용산이었다. 또 개인적으로 아파트는 주거상품 중 가장 선진화된 발명품이라고 생각한다.

“수요는 없고 공급은 틀어막은 부동산 대책”
-9.13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됐다. “부동산 가격이 잡혔다”라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보나

▶정부에서 추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집값이 안 잡혔다는 증거 아닌가? 9.13 대책이 나오고 거래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8년 1월과 2019년 1월 거래량을 비교하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치다. 급매매 수요를 제외하고 실수요가 없었다는 거다. 거래량 감소는 관망세로 해석해야지 집값 안정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부동산은 크게 상승하는 기간이 있다. 2013년부터 쭉 올랐고 2016년, 2017년, 2018년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관련 대책이 14번 나오는 중에도 계속 올랐다. 이 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은 현상은 ‘조정세’로 보는 게 적절하다.
소비자는 미련하게 사지 않고 적정선에 매수를 한다. 최근 강남권에 들어갈 사람들이 구매를 유보했다고 봐야 한다. 9.13 대책 이후 결론적으로 가격이 안 빠졌다. 보합이다. 거래가 90% 이상 감소되었다가 지난 6월부터 거래량이 늘기 시작했다.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는 사인이 보이니까 정부에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라는 대책을 또 내놓은 거다.

-지난달 발표한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는 이전에 여러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정책이다. 이런 강력한 추가 규제에 대해 어떻게 보나

▶이 정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4번 실패한 사례가 있다. 단기적 처방으로 중·장기 영향력에 대해선 신경 안 쓰는 거 같다. 그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해서 얻은 결과는 ‘공급 위축’이었다. 공공사업이 아니라 민간 재건축과 재개발은 비즈니스다. 민간 기업은 이윤이 안 남으면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둔촌 주공 아파트나 강동구 고덕에 일반 분양분이 조합원 분양가보다 저렴할 거다.
민간 재건축, 재개발 사업이 축소되고 반복되면 결국 분양 시장이 줄어든다. 작년 올해 입주하고 있는 물량은 이전 정부에서 만들어놓은 거다. 정부에선 그것들이 많다고 보는 건데 다음 정부에서 분양할 물량을 다 자르고 있는 형태다. 단적인 예로 상계, 목동의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재건축을 지금 시작해야 10년, 15년 후에 입주하는데 이 정부에선 전혀 계획에 없다. 공급은 과거 정부에서 준비한 것이다. 신규 아파트가 꾸준히 공급돼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데 5년, 10년 후 공급 부족이 뻔히 예상된다. 이건 중장기 전망이고, 단기로 보면 매물이 없어서 거래가 안 되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판교의 공공 임대주택은 시세 분양하겠다고 하고, 민간은 시세대로 하지 말라고 한다면 헌법의 가치에도 위배될 것으로 본다. 그런데 아무도 정치권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국토교통부가 할 일은 아니지 않나? 교통망을 만들고 양질의 주거시설 지구를 만들고, 혐오 시설을 개선하고 그런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사진=더리더

-이런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따른 부작용은 무엇이고, 또 긍정적인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분양가 상한제로 저렴한 집을 분양받을 수 있는 대상은 아마 50대에 재산은 있으면서 무주택자인 분들이 혜택을 볼 거다. 돈 있는 사람이 자녀들 해주기 좋은 시장이다.
실거주 목적으로 새 아파트 살아보겠다고 긴 시간 기다려온 현지인들은 시간 투자에 대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BEST 부동산 정책? “노무현 혁신도시, 노태우 200만호 공급”
-과거 정부 정책을 기준으로 부동산 정책을 가장 잘 펼쳤다고 생각하는 정부는 어떤 정부이며, 어떤 정책들을 폈나
▶과거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 때 혁신도시 정책이 좋았다. 강제적으로 지방으로 공공기관을 분산시켰다. 혁신도시는 나왔는데 민간 기업 도시는 안 나오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기업 도시를 활성화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지방에 일자리가 부족해 20~30대 젊은이들이 서울로 상경하고 있다. 지방에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면 인구가 분산될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처음에 공약으로 던진 게 지방 균형발전 아니었나. 작년부턴 그 말이 없어졌다. 모든 게 다 강남 위주로 바뀌고 있다. 정책도 하고 있는 대로 유지하면 결국엔 강남만 더 오른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길은 ‘매물’이 많아지게 하는 것뿐이다.
현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강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다. 전국으로 보면 1퍼센트다. 내가 지난 20년간 수요조사, 가격조사를 해봤지만 강남이 전국에 영향을 주는 건 한계가 있다. 강남이 평당 5000만원이 보통인 데 비해 도봉구는 2300만원이 안 된다. 수요가 다르기 때문에 입지가 다른 것인데 동일한 잣대로 하면 복잡해진다. 규제를 하기보다는 분산시켜야 한다. 노태우 정부의 주거정책 중 200만 호 공급 역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다. 1990년대 내내 주택시장가격이 안정화됐었다. 공급이 많으면 시장이 알아서 가격을 조율한다.

-집중되는 서울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해법이라면
▶서울 수요를 분산시키려면 강남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하남, 교산을 제외하곤 강남 분산 지역이 없다. 제일 좋은 방법은 강남권에 높이 짓는 거지만 그건 어렵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풀든가 하남, 성남, 송파, 강동의 광역 교통망을 만든 상태에서 그 주변 택지를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강남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 자녀 2명을 가진 부모 세대는 자녀가 결혼하는 순간 집이 2채가 더 필요하다. 강남 자체 수요도 늘어나고 외부에서도 유입되는 상황이다.
단독이나 빌라를 많이 지어봐야 한계가 있다. 국토교통부와 주거실태조사를 10년 해온 결과 단독에서도 아파트로 아파트에서는 신축 아파트로만 간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몰리는데 다른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구축을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을 해줘야 한다. 도심재생 역시 수요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해야 한다. 신규 아파트만 인기가 많은데 앞으론 신축이 적기 때문에 10년 차 미만 아파트도 인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인기가 적은 지역은 매물이 쌓이고 있다. 경기도도 마찬가지고, 지방은 대전 빼곤 거의 전멸이다.

-2020 총선이 몇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보통 선거가 가까워오면 부동산 대책에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중·장기적 대안이 아니라 단기적인 눈속임으로 부동산에 대한 내부 사정 모르는 일반인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 갤럽에 있을 때 선거 관련해서도 많은 조사를 해왔다. 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뭘 하는지가 아니라 인지도다. 인지도만 높으면 당선이 된다. 부동산은 의식주 중에 하나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치적 싸움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선거는 지자체 대표는 아니어도 지역구민을 대표하는 선거이기 때문에 지역 관련 공약도 들어갈 것으로 본다. 서울보다는 구체적인 지방 활성화 계획을 공약으로 내건 분들이 국회로 들어가면 좋겠다. 지역민도 그런 정책을 내건 후보를 뽑아야 한다.

-부동산 대책, ‘빠숑’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이해하면 좋겠다. 내 집 마련을 하면 부동산 가격 상승에 신경 안 쓴다. 능력이 되면 장기 대출해서 집을 가지게 하면 좋을 것 같고, 어렵다면 공공주택으로 가면 좋다. 그렇게 해서 자가와 임차를 하면 대한민국에 부동산 문제는 없다.
공식적으로 이번 정부에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 “빚내서 집 사자”는 말이 죄 짓는 느낌이 들어선 안 된다고 본다. 장기저리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다주택 역시 민간임대가 80%를 공급하고 공공에선 15%를 공급하는 동반자 관계라고 본다. 실거주자가 아니면 팔라는 건 실질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 민간 규제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강남처럼 부동산 가격이 높은 곳은 세금을 많이 거두고, 세금으로 공공주택을 많이 지었으면 좋겠다.

-좋은 매물을 선별하는 눈을 기르는 방법은
▶강남도 평당 1000만원대 부동산이 존재한다. 강남이라고 전부 오르는 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현재 가격만 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부동산 상품의 미래가치를 봐야 한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살기 좋은 입지를 찾아야 한다.
서울에는 일자리가 많거나 일자리가 진입하기 좋은 위치에 대한 입지가 정해져 있다. 재건축은 100%고 뉴타운 역시 100% 오른다. 수색증산이나 하남 위례, 강북 도봉구 등은 아직 1000만원대에 분양한다. 그런 거 사두면 무조건 상승한다. 강남 투자에만 목을 맬 필요는 없다. 입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기존 아파트가 아니라 새 아파트다. 사람들의 욕구가 새로운 아파트로 가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격 상승이 있을 것이다. 부동산을 이해하려면 사람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부동산이 출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인적인 계획은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서 부동산에 ‘갭투자’나 ‘찍어주기식’이 줄어들고 가치 투자를 하자는 분위기가 많이 퍼지고 있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부동산 대중화 칼럼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생각이다. 팟케스트도 열심히 하고 강의도 다니면서 많은 분들을 만날 계획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1972년 출생/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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