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 앞길 밝히는 ‘스승과 제자’

[농어촌은 지금, Jump-up]채상헌 교수(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오동진(호남원예고등학교 1학년)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11.05 15:09
▲채상헌 교수(왼쪽부터,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 오동진(호남원예고등학교 1학년)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서른여섯 번째 주인공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다. 연암대학교에서 스마트원예계열을 담당하는 채상헌 교수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미래농업고등학교로 지정한 호남원예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오동진 학생이다. 대한민국 미래농업으로 가는 길 위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한 편의 시가 떠올랐다.


신선한 공기, 빛나는 태양과 맑은 물,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 이것만 있거든 낙담하지 마라.
괴테의 ‘용기’라는 시다. 대부분 힘들다고 기피하는 분야에서 용기를 내며 살아가는 두 사람, 대한민국의 미래농업을 이끌어갈 주역인 농업고등학교 학생과 농업대학 교수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터뷰는 더욱 뜻깊게 이루어졌다. 오동진 학생이 묻고 채상헌 교수가 답을 했다.

오동진 학생 소개
안녕하세요. 교수님. 호남원예고등학교 1학년 오동진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살던 제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마자 갑자기 담양으로 이사 오게 되었을 때는 농촌에 사는 것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부모님은 오래전부터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귀농을 꿈꾸셨다지만, 제 꿈과는 무관했기 때문입니다.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낯선 곳으로 왔을 때 눈물이 날 정도로 두렵고 떨렸습니다. 담양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부모님을 도와 농사일을 하면서 저에겐 오히려 농촌이 서울보다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 꿈과 비전을 농촌에서 농업을 통해 이루고 싶어 미래농업 선도고교인 호남원예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채상헌 교수 소개
미래 영농 새싹인 오동진 학생을 만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연암대학교 스마트원예계열에서 농업농촌의 이해, 품목 탐색, 품목 설계, 농산물 홍보전략, 6차 산업과 창업세미나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채상헌 교수입니다. 농사를 짓는 것은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만 내가 왜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그 분명한 이유와 철학을 갖지 못하면 결코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행복한 시골살이를 다각도로 궁리하며 농가 소득증진과 농업, 농촌의 가치 확산을 위한 전도사로 현장을 달리고 있습니다. 함께 달려갈 동지를 얻은 것 같아 오늘 만남이 더욱 기쁘고 좋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한 후에 농사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하는 어른들의 조언이 많은데, 저는 졸업 후 군대를 다녀오고 바로 창업농이 될 생각입니다. 어른들의 조언과 달리 제 생각대로 해도 될까요
▶교육을 많이 받고 준비를 많이 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경험과 수준 높은 교육이 맞물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다만 농업관련 직장생활을 오래 해도 농촌에서 살면서 농사를 직접 해본 경험과는 차이가 큽니다. 내가 농촌에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 분명하다면 과감하게 뛰어드는 것을 권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농촌으로 가야 하는 이유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젊을수록 더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은퇴 귀농을 하는 경우와 청년 창업농이 되는 경우는 전혀 다른 조건과 준비가 필요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오늘날 농사를 못 짓는 농부는 없습니다. 농산물을 못 파는 농부도 없지요. 다만 자신이 정성을 들여 재배한 농산물을 제 값을 받고 잘 파는 농부는 결코 많지 않습니다. 잘 팔아야 한다고 해서 마케팅에 치중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마케팅으로 문을 열지만, 차별화된 기술과 고품질이 뒷받침되어야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객확보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농사를 이어받는 승계농이 될지, 전혀 새로운 지역에서 창업농이 될지 고민입니다
▶승계농의 이점 또한 많기 때문에 무조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청년 창업농으로서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승계농이 되기로 했다면 관행 농법과 농촌의 관행 질서에 무조건 적응하기보다는 새롭게 시도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에 창업농이 돼서도 기존의 것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의 오랜 농사 경험에서 축적된 지혜와 기술을 배우고, 자연과 함께 동업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새로운 지식을 잘 접목한다면 승계농이 되든 창업농이 되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무엇을 하든 나답게 살아가는 용기, 나답게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기쁨으로 변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버섯을 좋아해서 버섯 농사를 지을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에게 딱 맞는 작물을 찾기 위해서 신중하게 고민하고 찾고 또 찾아야 합니다. 가장 안전하고 쉬운 방법은 농사를 지을 지역 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거나 무리하지 말고, 주변 농업인들의 기술과 작물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나만의 농사기법과 작물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다음으로 안전한 방법이라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물을 선택하는 겁니다. 농사를 시작하면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인데, 시행착오 기간의 어려움을 견디게 하고 계속해서 연구하고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주변에 버섯 농가가 많지 않다면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버섯농장에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할 거라 버섯학과에 진학해서 버섯 재배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할지, 심리학과에 진학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일을 모두 할 수 있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버섯학과에도 진학하고, 심리학과에도 진학해서 충분한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정말 좋습니다. 다만 우리는 주어진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과 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할 운명입니다. 지금 내가 어느 학과를 가라고 정해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많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서 결국 주의 깊게 들어야할 목소리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입니다. 무엇을 결정하든 그 중심은 나를 향해 있어야 성공과 실패를 모두 감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학과 선택을 하기 전에 ‘나’가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더욱더 ‘나’를 살펴보아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를 비롯하여 청년 농업인이 할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현재 40세 미만 농업 경영주 비율은 0.7%에 불과합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에는 농업이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생명산업인 농업의 미래가 없다면 국가의 미래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결국 대한민국 또한 존재하지 못할 것입니다. 자신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소명을 가진 청년 농업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 참 많지만 10가지 정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식량안보의 파수꾼입니다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무기와 국방력이 최우선이지만, 식량이 없다면 무기도 아무 소용없고, 국방력 또한 지켜낼 수 없습니다. 식량이 곧 안보라고 할 수 있기에 청년 농업인들이야말로 식량안보를 지켜내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현장리포터이자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때로는 비판하며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그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속해야 합니다.

콜럼버스가 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일이 청년 농업인의 정체성입니다.

과학자라는 생각으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단순히 감에 의존하는 농업이 아닌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발전을 이끌어가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는 연구자의 자세로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전도사입니다
청년 농업인의 현대적 재배방식과 생활을 보며 다른 농가들도 자연스레 수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급속한 고령화가 이루어지는 농촌사회에서 핵심 구성원으로서 미래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새로이 유입되는 청년 농업인들이 없다면 이제 농촌에는 품앗이를 할 인력조차 없습니다.

성공의 깃발입니다
고생만 하고 수익이 나지 않는 과거의 힘들고 어려운 농업, 그저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만 해야 했던 농업에서 벗어나 물질적 풍요와 생활의 여유로움을 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농촌의 활력과 인구유입은 저절로 증가합니다.

이미지 메이커이자 롤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생산에만 집중된 농업의 고단한 모습이 아닌 유쾌한 스타 농업인이 되어 농촌에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신나는 일인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이미지를 대전환하는 이미지 전환자의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농촌지킴이입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 미래 농업을 이끌어나갈 인재로 성장하여 소멸하는 우리 농촌을 살려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농촌에 희망이라는 싹을 틔울 씨앗이며, 거칠고 험한 곳에서도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진정한 활력소입니다
젊고 패기가 넘치며 뛰어난 실력을 지녔기 때문에 스러져가는 대한민국 농업을 일으켜 세우고, 농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줄 존재입니다. 오동진 학생이 펼쳐나갈 푸른 꿈을 항상 응원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늘 지켜보겠습니다.

가현정 작가는
●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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