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이 제시한 목민관의 리더십

조선 실학을 대표하는 정약용(1762~1836)은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개혁정치에 적극 참여한 인물이다. 정약용은 경세(經世) 사상을 담은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42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특히 <목민심서>는 목민관을 위한 최고 지침서로,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정약용이 생각한 목민관의 리더십을 알아보자.

목민관 정약용
정약용의 아버지 정제원(1730~1792)은 화순현감, 예천군수, 진주목사 등 5곳의 지방관을 역임한 관리였다. 정약용은 어려서부터 부친으로부터 학문과 목민관의 자세를 배웠다. 그는 과거에 합격한 후, 33세에 경기암행어사, 36세에 곡산부사 등을 지내며 목민관의 경험을 쌓았다. 조선의 선비들은 과거에 합격하여 목민관이 되어, 백성들을 교화하는 것을 외적으로 자아를 실천하는 거의 유일한 길로 여겼다. 하지만 조선의 목민관들은 목민관에게 필요한 전문지식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행정 실무는 향리들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지침서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1814년경에 강진에 귀양살이를 하던 정약용은 ‘위영암군수이종영증언’이란 글을 통해 영암군수 이종영이 군수의 직책을 올바르게 수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바를 알려주는 글을 적어준 적이 있었다. 정약용은 4년 후에는 자신이 체득한 지혜와 경험을 더해 목민관의 지침서인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조선시대 목민관은 백성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었다. 관찰사가 감시 감독을 하고, 암행어사가 수시로 암행을 나오기는 하지만, 백성들에게 걷는 세금 특히 특산물을 걷는 조세 수취, 요역 동원 등은 목민관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재판도 목민관의 결정으로 좌우되었다. 물론 지방에서 즉결 심판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재판도 있고, 형방이나 율관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판결은 목민관의 고유권한이다. 옥사를 다루는 목민관이 제대로 판결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정약용은 1819년 <흠흠신서>를 쓰기도 했다. 목민관이 잘하지 못하면 백성들의 삶이 곤궁해질 수밖에 없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정약용은 자신의 진심을 담아 후대에 길이 남은 <목민심서>를 썼던 것이다.

▲다산 초당–정약용이 1801년 강진으로 귀양 와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1808년부터 이곳으로 옮겨와 1818년까지 생활하면서 <목민심서>를 저술했다./사진=김용만 제공

목민관과 리더십
조선의 지방관은 주어진 임기 동안 한 고을의 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조선 후기로 갈수록 목민관은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수시로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목민관이 재물을 축적하는 자리로 인식되어, 서로들 권력자에게 뇌물을 바쳐 지방관으로 부임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임기가 짧아지다보니, 고을의 중대사를 제대로 알거나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과거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배우는 지식은 목민관이 알아야 할 지식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그럴수록 목민관에 필요한 것은 올바른 리더십이다. 행정실무를 아전들에게 맡기더라도, 그들을 잘 이끌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목민관의 일이다. 리더는 전문적 지식도 중요하지만, 집단을 끌고 갈 철학과 통찰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조선시대 목민관들은 유교에서 배운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리더의 자질을 충분히 키울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그래서 정약용은 목민관의 리더가 갖춰야 할 것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목민관 리더십의 시작, 청렴
정약용은 목민관이 처음 부임할 때부터 올바른 처신을 당부한다. 지방관이 부임하게 되면, 먼저 ‘관례’라 불리는 고관대작에게 뇌물을 바치는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고 한다. 관례를 바치면, 당연히 자신이 빼앗긴 돈을 만회하기 위해 당연히 백성을 수탈하게 되고 청렴할 수가 없게 된다. 정약용은 지방관이 부임할 때 동행하는 사람이 많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자녀를 데려가더라도 절대 관아의 아전, 하인들과 말을 건네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수령의 가족이 수령의 지위를 누리게 하는 것은 모두 수령의 죄라고 지목했다. 또한 쇄마전이라 불리는 아전의 뇌물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을 돕는 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으면, 그들의 비리를 알아도 허물을 덮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약용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하는 가치 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물에 청렴하고, 여색에 청렴하며, 직위에 청렴하라. 청렴은 밝음을 낳으니 정을 숨기지 못할 것이며, 청렴은 위엄을 낳으니 백성이 명령에 따를 것이요. 청렴은 강직함이니 상관이 감히 가벼이 보지 못할 것이다.” 했다. 청렴은 리더의 본분이고, 모든 선의 근원으로, 리더십의 시작이라고 하겠다.

▲정약용 생가/사진=김용만 제공

목민관의 몸가짐
목민관은 아전 등을 통솔하여 고을의 모든 일을 주관해야 한다. 목민관이 리더십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제대로 부리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올바른 몸가짐이다. 말을 많이 하지 말고, 갑자기 성을 내지도 말아야 한다. 권위와 사나움을 앞세워 아랫사람이 무서워 따르게 해서는 안 된다. 존경심은 말과 얼굴빛이 화평하고 착한 데서 나오는 것이다. 정약용은 목민관이 노여움을 갖게 되면, 스스로를 가둬 화기를 진정한 후, 말하고 행동하라고 했다. 리더는 스스로를 통제할 의지를 갖추어야 하므로, 대단히 힘들 수밖에 없다. 리더가 스스로를 제어할 의지가 없다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는 용기만큼은 갖고 있어야 한다. 막말과, 범법행위를 일삼고 표리부동하여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나쁜 리더가 되지 않으려면 스스로 감정과 욕망을 제어할 의지를 키워야만 한다.

그는 목민관에게 탐욕을 항상 경계하라고 했다. 뇌물을 받으면 청렴을 잃는 것이니, 리더십을 잃게 되는 것이다. 공직자에게 주는 과다한 선물은 대가성이 따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받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신의 청렴함을 과시해서도 안 되며, 자신의 청렴함으로 남을 협박하거나 업신여겨서도 안 된다고 했다. 또한 친인척 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지키지 않아 온갖 비리에 연루되어 오명을 남긴 사람들은 지금도 수없이 찾아볼 수 있다. 정약용은 목민관이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필히 자신의 몸가짐을 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약용 무덤–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정약용 부부의 무덤으로, 그의 생가인 여유당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사진=김용만 제공

목민관의 일처리
정약용은 조선의 개혁 방향을 <경세유표>를 통해 제시하기도 했지만, 개혁이 어렵다면, 현행법 안에서 백성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목민심서>를 저술했다. 목민관이 올바르게 일처리를 하려면, 무엇보다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리더가 되려면 배우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이들에게 들어야 한다. 정약용은 관리들이 암행하여 몰래 백성들의 생활을 듣고 오는 것을 그리 권하지 않았다. 일부의 이야기만을 듣고 전부인 양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훌륭한 인재를 찾고, 적극 천거해야 한다고 했다. 하늘이 계책을 내더라도, 일의 성취하는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시절을 만나도, 유능한 인재가 없으면 성취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정약용은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하였고, 목민관이 일을 할 때에도 아전들을 두루 살펴 그들을 잘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 등을 일일이 제시했다.

정약용은 목민관이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닌, 백성을 위한 통치를 할 것을 강조했다. 백성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행하도록, 여러 사례들을 제시했다. 그는 철저한 실사구시의 안목으로 백성을 위한 일을 하라고 주장했다. 백성을 위한 일을 하려면 먼저 그들과 제대로 소통해야 한다. 정약용은 주민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해 진짜 백성의 편의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리더가 올바른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면, 즉 양입계출, 들어올 한 고을의 수입을 헤아려 지출해야 한다고 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도움도 베풀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낭비와 과용을 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절약하고 아껴서 재정의 결손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재정 문제에 투명해야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목민관은 지혜로우면서도 나약하지 않아야 하며, 너그러우면서도 해이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매사에 당당해야 한다. 돈에 당당하고, 더 큰 권력에 당당해야 하고, 아랫사람들에게 당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민관 자신의 자기 절제, 공정성,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 정약용은 탐욕이 많은 자가 목민관 지위에 않아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정약용은 하급자의 잘못에 징계를 내려야 할 경우, 백성에게 피해를 준 잘못에는 상형, 공무에 잘못을 저지르면 중형, 관청의 일에 대한 잘못에는 하형으로 처벌하고, 목민관 자신의 일에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벌을 주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이는 진정 백성을 위한 위민의 발상이다. 권력을 가진 리더가 자신의 일에 편의를 제공해주지 않을 경우, 다른 사람들에게 온갖 행패를 부리고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약용은 이 경우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만 특별하다는 생각을 가진 자가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 리더는 많은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만 할 것이다.

▲정약용 동상–남양주시에서 그의 생가와 무덤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면서 세운 그의 형상이다./사진=김용만 제공

목민관의 퇴임과 청렴
조선시대 목민관은 임기가 정해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리더는 일정한 시기 동안만 리더의 역할을 하고, 때가 되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물러날 때도 잘 물러나야 한다. 정약용은 목민관이 관직을 잃고 물러날 때, 민심까지 잃고 물러나서야 되겠냐며, 퇴임에 대한 부분을 따로 적었다. 정약용은 퇴임할 때는 관청의 물건에 절대로 손대지 말며, 자신이 일했던 서류들을 잘 정리해 다음 후임자에게 잘 넘겨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일의 시작과 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물러날 때 비난받으며 물러나는 치욕을 받지 않고, 자신의 명예를 지키라고 했다. 정약용은 백성을 믿고 도와주면, 언제가 그 혜택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지도자가 읽어야 할 책 <목민심서>
정약용은 그를 총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이듬해인 1801년 신유사화가 일어나면서, 18년간 긴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유배가 풀린 후에도 정약용은 다시 관리로 임용되지 못했다. 남인 출신 정약용의 개혁정치의 꿈은 실현될 수 없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나라와 백성을 위한 마음이 진솔했던 분이다. 그 마음을 담아 쓴 책이 <목민심서>다. 이 책에는 고을의 풍속을 다스리는 법과 군사 다스리는 일, 형벌과 시설물을 다스리는 일,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는 일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조선의 목민관이 오늘의 목민관과 다른 점이 많지만, 요즘의 목민관, 지도자들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야 할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정약용이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가는 바람직한 리더는 청렴하며, 봉록과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당당함을 갖고, 공정한 일처리를 하며, 폭넓은 소통과 배려를 하고 재정지출의 적정성까지 두루 살피는 세심함을 갖춘 사람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끝없이 개발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다. <목민심서>에서 알려주는 올바른 리더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분명 성공하는 리더가 될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