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 브리핑’ 정춘숙, ‘낮은 자세’로 사회적약자에 공감

권위주의 내려놓고 여성인권운동 이어 의료·복지 분야까지 섭렵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김평화 기자 입력 : 2019.10.11 15:20
더불어민주당 정춘숙(가운데) 원내대변인이 지난 6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끝내고 기자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올해 6월부터 더불어민주당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새로 정착된 문화가 있다. 의자에 앉아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듣는 것.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6월5일을 시작으로 당 회의 뒤 백브리핑을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하고 있다. 그전까지 기자들은 복도 바닥에 앉거나 일어선 채로 백브리핑을 들었다.

새로운 문화의 시작은 6월4일 정춘숙·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백브리핑이었다.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두 의원은 거침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바닥에 앉은 기자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 전날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이 바닥에 앉아 있던 취재진에게 “걸레질을 한다”며 막말 논란이 있었다. 한 의원은 한국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나오며 회의장밖에 앉아 있던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정춘숙 의원은 “그 일이 있고 다음날 기자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앉아 있는데 제가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할 수가 없었다’며 “기자들 입장에선 모욕적 언사를 들은건데 의자는 몇 개 없고 어떤 생각을 한 게 아니라 그냥 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했냐, 대단한 정치다 이렇게 말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었다”며 “특별한 의도없이 자동으로 그렇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 특유의 공감능력이 드러난 사례다.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정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용인 병(수지) 지역구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 후보로 낙점된다면, 공교롭게도 한 의원과 매치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는 정 의원이 일생동안 지켜왔던 가치다. ‘바닥 브리핑’ 사례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낮은 곳’과 ‘어두운 곳’에 주목한다. 1992년부터 24년간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일하면서 여성인권운동가로 활약했다. 정 의원의 명함에는 점자가 새겨졌다. 시각장애인을 배려해서다. 국회의원의 권위주의와 거리가 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약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을 여러개 발의했다. 지난 5월엔 ‘전공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치과의사와 한의사도 전공의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이다. 현행법은 ‘의사면허를 받은 사람’만 전공의에 적용되도록 규정했다. 치과의사·한의사는 수련환경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도 ‘전공’을 살렸다. 지난해 12월 정 의원이 발의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성폭력을 가정폭력, 성폭력, 성희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폭력 등으로 규정한 법이다. 새로운 여성폭력인 스토킹, 데이트폭력 등의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2차 피해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적시한 최초의 법안이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사후 피해, 집단 따돌림, 사용자로부터의 불이익 조치 등으로 규정했다.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다.

Q: 지난 5월 전공의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전공의법의 경우, 수련환경 등은 사회적 문제가 됐는데 어떻게 제도적으로 바꿀까 고민했다. 일반 의사만 있는 게 아니라 한의사, 치의사도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문제가 있고 어려움도 있는데 조명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사실 의사라면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정교수, 부교수, 레지던트, 인턴들이 받는 처우가 각각 달랐다. 그래서 법안을 준비했다.

Q: 지난 2월 양육비 이행법을 발의했는데
양육비를 못받아서 고통받는 여성들이 많다. 남성이 양육하면서 양육비를 하나도 못받는 사례도 있다. 아동수당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의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부모가 이혼하든 어떻든, 아이는 부모를 선택해 태어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가 조건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선 안된다는 측면에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양육비를 주게 되면서 아이와 관계가 회복된 부모 사례도 많다. 단순히 양육비를 지급하는 것 뿐 아니라 아빠와 아이의 관계, 엄마와 아이의 관계가 회복된 게 중요하다고 본다.

Q: 이번 국정감사 때 준비하는 것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을 연계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산재보험과 건강보험 연계 문제도 있다. 산재를 당했는데 입증하기가 너무 어렵고 안될 수도 있으니까 건보로 오는 분들이 있다. 이걸 정리하고 싶다. 산재로 하는 게 수당 측면에서도 좋다. 이런 걸 바꿔야 하는데 건보는 건보대로 재정이 마이너스가 되는 문제가 있다. 실손보험 연계과정에서 과다 의료 문제도 발생한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니까 지금껏 문제됐던 것들을 리뷰해보려고 한다. 이전 국감에서 지적했던 문제들을 부분적으로 보고받기도 했지만 아닌 것도 많다. 아토피 피부염 문제나 정신보건 문제 관련 질의도 준비하고 있다.

Q: 국감 경험이 여러 번인데, 가장 큰 성과는
정신보건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국회에 와서 관심이 더 커졌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과가 생겼다. 그전엔 복지부에서 정신건강을 담당하는 사람이 2명밖에 없었다. 2017년에만 정신건강 관련 토론회를 8차례 진행했다. 당시 의사들이 본인들이 10년간 할 일을 다 했다고 칭찬하더라. 원래는 1년에 토론 한번도 어려웠다고 한다. 자살 문제를 담당하는 자살예방과가 생기고 담당자는 2명에서 10여 명으로 늘었다. 구체적인 변화가 생겨 다행이다.
지난달 17일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도 성과다. 수술·약 처방 기록 등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를 정책연구와 같은 공공목적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기구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질병관리본부, 국립암센터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위험성 때문에 의료정보를 언제까지 못 쓰게 할 거냐 하는 고민이 있었다. 막 쓰게 하자고 하는 것도 아니다. 철저히 보안을 지키면서 쓸 수 있게 하는 게 보건의료 빅데이터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홍봉진 기자
Q: 여가위에서의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만든게 크다. 원래 생각했던 대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당초 ‘성별에 기초한 폭력’을 규정했는데, 국회 논의과정에서 ‘성별에 기초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바뀌었다. 일단 법을 만들고 추후 보충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을 만들게 됐다. 경찰, 검찰, 법원에 이르는 일관된 관련 통계를 만들게 한 것이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올 12월부터 (데이터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2차 피해도 규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Q: ‘미투 운동’도 그렇고 사회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 같다
많이 변했다. 사실 그동안 여성문제를 다뤄온 많은 단체 사람들의 역할이 있었다. 미투운동이 시작된 것도 굉장히 의미있다.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도 있지만, 사실 인권을 기본으로 한 선진적 사회로 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성평등의 문제는 여자를 우대한다 이런 게 아니다. 여성이 주체로서 이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사실은 사회발전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Q: 페미니스트의 정의가 ‘여자만 우월하다’ 이런 게 아니라 ‘남녀 차이가 없다’고 규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맞다. 사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남성 혼자 벌어서 살기가 힘들다. 여성도 일해야 하는 사회다. 그러다보면 여성의 일이라 생각됐던 가사, 육아 등을 분담해야 한다. 사회도 책임져야 한다. 남녀 평등 구조가 돼야만 함께 사는 사회가 된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위안부 망언’을 어떻게 생각하나
UN(국제연합)에서도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는 전시 성폭력의 대표적 문제라고 했다. 그런데 류석춘 교수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역사의식 뿐 아니라 인권의식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했다고 하는데 정말 중요한 자리다. 당의 구조도 꿰뚫어보면서 미래 비전과 현재 상활을 진단한다. 혁신위원장이 결정하는 걸 당이 그대로 받았을텐데 그런 걸 맡았던 사람이 역사의식없이 반인권적인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당을 의심케 한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말을 들어봤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것도 남은 과제다. 일본군 위안부 연구소 설립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다른 당에서 반대하는 상황이다.

Q: 반대 명분은
한국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는 거 같다. 위안부 기림의 날을 정할 때도 엄청 어렵게 정했다. 반대가 심했다. 명분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하더라.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고 설득했는데 통하지 않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문제도 정쟁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걸 봐서 정말 쉽지 않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다.
연구소가 설립돼야 말도 안되는 말에 대해 역사적 사실과 연구자료로 반박할 수 있게 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셔서 20여명밖에 남지 않았다. 자료도 다 흩어져 있다. 그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자료를 아카이브화해야 한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이 정말 많다. 위안부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할머니들도 나비 기금이란 이름으로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했다. 콩고에선 내전으로 인한 성폭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Q: 용인 병 출마를 준비 중인데, 왜 용인인가
용인 병에서 한선교 한국당 의원이 4선을 했다. 제가 비례대표로서 당의 승리를 위해 험지에 가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크다. 단국대학교 국문과 학사와 강남대 사회복지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두 학교가 그곳에 있다. 태어나서 처음 산 집, 지금 사는 집도 여기다.

Q: 총선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준비 전략은
주민들을 만나면 지역구를 잘 챙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교통과 교육 문제가 가장 심각하더라. 난개발 문제도 중요하다. 아파트가 너무 많아 ‘더이상 아파트는 짓지 말라고 하세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가능하면 주민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 틈나는대로 ‘몸’을 옮겨 지역구로 향한다. 교통·교육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정책들도 준비하고 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4년생
단국대 국어국문학 학사
중앙대사회개발대학원 사회복지학 석사
강남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
국가인권위 성차별 조사위원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 위원
제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
민주당 전국여성리더십센터 소장
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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