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계급과 공정, 내년 총선 키워드 될 것”

"청년조직 많아져야 정치 변화… ‘성인권 감수성’ 틀도 바뀌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19.10.30 11:36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사진=더리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14일 장관직을 사임했다. ‘조국 수호’를 외치는 사람들은 검찰개혁을 위해 법원이 있는 서초동으로, ‘조국 퇴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청와대 앞인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조 전 장관은 국론 분열을 우려해 사퇴했다고 밝혔다.


무엇이 ‘조국 논란’을 키웠을까.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지위가 대물림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의 자녀들은 영어유치원, 사립학교에 입학하면서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교육의 기회가 공정하지 않으면 계급은 고착화된다. 김 대표를 비롯한 청년전태일 멤버는 9월 11일 조 전 장관과 비공개 대담을 나눴다. 청년전태일 단체는 2016년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대담에서 조 전 장관에게 청년 사회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차기 총선 키워드는 조 장관 논란에서 나왔던 ‘계급’과 ‘공정, ’두 번째는 ‘성인권 감수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촛불혁명 이후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고, 미투운동 이후 성인권 감수성에 대한 개념이 생겼다는 것이다. ‘청년’의 마음을 잡으려면 총선 후보자들은 어떤 공약을 제시해야 할까.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전태일기념관에서 김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청년 문제가 언제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고 생각하나
▶청년문제의 핵심은 노동문제라고 생각한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수리 중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건 이후로 바뀌었다고 본다. 그 이전에는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 동안 사회고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고용불안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청년문제는 일자리 문제와 과도한 스펙을 쌓는 것이 문제라는 인식이 많았는데 구의역 사건 이후로 일자리의 질과 고용 안전성 등이 부각됐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에서 청년은 왜 분노했나
▶조 전 장관 임명 논란에서 부모의 지위나 재산이 대물림되고 그것이 계급으로 고착화되는 사회라는 게 드러났다. 부모의 재산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교육이 이용되는 구조인 것이다. 부유한 집 자녀들은 유치원부터 영어유치원이나 국제유치원에 다니고 사립 중학교, 자사고·특목고 코스를 밟는다. 차별을 부르는 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교육만큼은 평준화돼야 기회의 공정이 생긴다. 태어나서부터 25세까지 교육받는 기간에는 평등해야 한다.

-어릴 때부터 교육열이 치열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노동시장 구조 때문이다. 회사마다 임금격차가 심하다. 또 고용안정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소위 좋은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과 공공기관,대기업에 들어가면 고용 안정성과 임금이 보장된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선택권도 주어진다. 이런 직장은 전체의 15% 정도다. 나머지는 사실 임금과 안정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사회 안전망도 그다지 튼튼하지 않다. 사회임금이라는 게 사실상 없고 노동으로 거둬들이는 소득밖에 없다. 부모의 지원
없이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계급격차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출발선이 나뉘어진다. 돈이 있는 집과 없는 집 자녀의 유치원과 학교가 달라진다. 자라나는 환경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구조가 계급격차를 만드는 것이다. 어떤 부모를 만나든 가계소득이 적든 평등하든 내가 받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 또 대학이 보편화됐다고 해도 가지 않는 사람도 많다. 주변에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도 많다. 이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시기다.

-9월 11일 조 전 장관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무슨 이야기를 했나
▶자녀 논란이 벌어진 것에 대해 조 전 장관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청년이 10명 들어갔는데 8명이 발언할 정도로 우리가 이야기할 기회를 많이 줬다. 청년들은 조 전 장관에게 어떻게 살았고, 일터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등을 토로했다. 청년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장관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핵심인사라고 생각한다. 민정수석도 거쳤기 때문에 조 장관이 하는 이야기가 곧 정부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청년들의 20대의 지지율이 낮아진 것에 대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왼)와 조국 전 법무부장관(오른)/사진=뉴시스
-교육에 대한 차별이 생기지 않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공교육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일반고같은 경우 대학 가는 반을 따로 만들어두고 집중 교육한다. 나머지 학생들은 자거나 수업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그런 모습들이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 여겨진다. 우선 이런 관행을 없애려면 교육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혁신학교가 많아진다든지 교사 1인당 담당하는 학생 수가 줄어들어야 한다. 대학 입시에서는 교과에 충실하게 문제가 나와야 한다. 이 모든 것은 공교육에 돈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공교육에서 해결이 되지 않으면 사교육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가 교육의 공공의 영역이 설정되면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다.

-정치권에서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조 전 장관 사태도 논란이 커진 이유는 ‘위법’인 것 같은 ‘편법’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의미다. 누군가 이 법을 만들었고 제도 안에서 이용했다. 제도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논란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 이후가 무엇이 변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편법을 고쳐야 한다.

-청년정치인이 많지 않다.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청년 정치인들이 조직화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에 청년유니온이나 알바노조가 있지만 다수로 뭉쳐진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같은 목소리를 낼 때 한계가 있다. 특정한 개인과 사람보다 제도적으로 청년을 묶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 그렇게 청년 조직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이 거대 정당에 들어가기는 어려운가
▶사실 한국에서 정치를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국회의원선거 기탁금만 1500만원이다. 투표율 15% 이상이면 돌려받는데 군소정당 후보가 그 득표를 하기 쉽지 않다. 선거운동까지 포함하면 1억, 2억 정도 쓴다고 한다. 자산과 소득 없는 청년들이 쉽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거 제도에 대해 누구라도 진입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평균 연령이 높아진다. 예전에는 ‘새 피 수혈’이라고 해서 젊은 사람을 영입하는 문화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다. 청년을 그때그때 필요할 때 쓰는 정도다.

-20대 투표율은 올라갔는데 정치참여도 많아졌다고 보나
▶촛불혁명 이후 많이 변했다. 그 이후 노동 조합원 수가 늘었다. 구체적인 수치의 변화다. 촛불혁명이 만들었던 새로운 시대에 대한 방향이 세워졌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참여도 마찬가지만 미투운동이 나오면서 성인권 감수성에 대해서도 각인됐다. 이 감수성을 채울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다. 진보든 보수든, 이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과제를 누가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성인권 감수성에 대해서, 계급문제에 대해 누가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총선 키워드를 예측한다면
▶하나는 조 장관 논란에서 나왔던 ‘계급’과 ‘공정, ’두 번째는 ‘성인권 감수성’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고 본다.

-구체적으로 어떤 공약이 나올 수 있을까
교육공정은 우선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한다거나 교과중심 수능 출제 등이 있다. 여기에서 국공립 대학교를 통폐합하고 여기에 대한 무상교육이 이뤄질 정도로 과감한 공약이 필요하다. 대학교 입시에 돈이 들어가야 한다면 차별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방의 국공립대 통폐합하면 입시를 통해서 경쟁이 줄어든다. 이렇게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사진=더리더
-성인권 감수성에 대해서는 어떤 공약이 제시될 수 있나

성인권 감수성은 틀이 바뀌어야 한다. 임금소득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다. 물론 제조업이 줄고 서비스업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러운 경향이 있겠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임금격차 맞추듯 사회를 변화해야 한다. 정치인 중에서도 남성이 더 많다. 일정 측면 사회가 바뀔 때까지는 할당제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30%를 채운다는데 더 나아가서 5:5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성폭력 처벌 규정이나 이런 여러 가지가 바뀌고 있지만 좀 더 과감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전태일은 어떤 단체인가
청년 노동단체다. 2016년 2월에 청년노동자 권리증진을 위해 만들어졌다. 청년 문제가 특정 정치세력에 이용되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껴서 청년노동자들 스스로 만든 단체다. 한 달에 한 번 노동에 대한 교육프로그램도 이뤄진다. 그 외에는 시기적으로 필요한 일을 주로 한다.

-미래의 ‘청년 단체’는 어떤 모습일까
▶노동조합과 정당, 두 개가 합쳐진 형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노조가 있는 곳들은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이다. 이 사업장의 임금이 높은 이유도 노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정규직이나 소규모 사업장에도 노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럽처럼 조합을 통해 정치도 하고, 일상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서울시립대학교 졸업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장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직차장
서울시 구의역 진상조사단 조사위원
전태일재단 운영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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