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흰, 당나귀’에서의 시와 그림, 그리고 판소리의 밤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입력 : 2019.11.06 17:06
요즘처럼 삭막한 시대에 서울 한복판에서 조촐한 시낭송회가 있었다. 출판사 <채문사>와 시살롱 <백석 흰, 당나귀> 주최로 정부나 서울시 지원 없이 참여한 사람들의 회비로 열린 시낭송회였다.


시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 10월 31일 밤 7시부터 종로구 누하동 260번지 시 살롱인 <백석, 흰 당나귀>에서 시와 원은희 작가의 그림과 판소리, 그리고 잔치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막걸리와 와인이 함께 한 밤이었다.

박미산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시낭송회에서는 ‘시간의 날개가 점점 무거워지는 시월, 가을은 큰 손바닥을 펼치며 슬픔을 부채질’하고 (박미산, 「고장 난 연두의 말」) ‘구절초 향기 수런거리는 시월은 지워지는 중’(진란, 「낌새」)에 ‘한잎 두잎 떨어진 나뭇잎들이 굴러’가고(서정임, 「떨켜」) 그 떨어지는 나뭇잎이 ‘펄럭이는 자락이 작은 깃 같아서 가만 귀를 기울’(이화영, 「새를 만나다」) 이듯이 시인들의 시에 독자들은 귀를 기울였다.

아울러 이서화, 「가을의 지지율」, 김밝은, 「물 위의 집」, 신기섭, 「가을」, 최금녀, 「가을 식사」, 우남정, 「꽃의 순장」, 황두승, 「시월의 마지막 날에」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 원은희 그림

시 낭송이 끝난 후, 동양화가이면서 고수인 조풍류 와 임방울국악제 대통령상을 받은 명창 김명남의 단가인 ‘사철가’와 춘향가 중 ‘사랑가’와 ‘쑥대머리’ 등의 판소리로 시인과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시월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깊어가는 가을밤의 흥취를 즐겼다.

이번 작은 시낭송회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었으며, 밤이 깊도록 아쉬움에 일어날 줄 모르고 여운에 취했다. 앞으로도 이런 작은 문화모임이 곳곳에서 활성화되어 사람들의 마음이 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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