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방위비 협상으로 추락하는 한미동맹 동북아 가치동맹에서 콘도미니엄 동맹으로 변모하는가?

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남성욱 교수 입력 : 2019.12.03 10:31
▲고려대학교 통일외교학부 교수
고차 방정식의 2019년 한반도 정세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지소미아 종료 여부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와중에서 한미방위비 협상에 관한 미국의 압박이 엄청나다.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된다. 도대체 혈맹이라는 미국이 왜 그렇게 야박하게 몰아붙이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다.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이 맞는가 하는 의문도 든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재선을 향한 무리한 베팅인가? 한국은 그동안 대미관계에서 무엇을 혼동했는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1월 19일 필리핀에서 “이전에도 언급했듯 한국은 부자 나라입니다. 더 기여할 수 있고, 그래야 합니다”라고 언급하며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의 5배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 주한 미군 1개 여단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문도 나온다. 

미군에서 1개 여단은 3000~4000명으로, 이 정도 감축은 미 의회가 2019년 국방수권법으로 규정한 최소 규모인 2만2000명 선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이다. 에스퍼 장관은 10월 21일 10월 중순으로 계획했던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연기한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핵화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 북한을 배려한 조치다. 항상 역지사지의 자세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한국 방위비 협상에는 거친 발언 일색이다. 그는 “한국이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무임승차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한국과 힘겨운 방위비 분담 협상을 하고 있다”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비외교적인 발언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협상 수석대표는 11월 21일 11차 방위비 협상에서 한국이 증액 요구를 거부하자 1시간 반 만에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한편 지소미아는 결국 11월 22일 종료를 앞두고 미국의 압박으로 사실상 연장된 것은 한국의 대응에 한계가 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은 지소미아 종료는 한미일 3각 협력 구도가 붕괴된다는 입장이다. 인도·아시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방어하는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2019년은 세계적으로 ‘불안의 시대(Age of anxiety)’였다. 불안의 시대에는 불안에 편승한 독불장군 지도자들이 득세한다. 동북아 정세 역시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는 직선이 아니고 곡선이었다. 모든 국제적 현안은 1차 방정식이 아니고 4차 방정식으로 해답 도출이 어렵다. 주변 4대 강국은 물론 남북관계도 어려웠다. 5개 변수 중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에 부정적인 이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였던 북한도 냉랭한 관계로 변환되었다. 북한은 11월 21일 “文 대통령이 한·아세안 초청친서를 보냈지만 참석 이유를 못 찾았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은 중립적인 변수에서 껄끄러운 상수로 변질됐다. 과거사 문제가 수출 규제로 이어지며 지소미아 종료로 사실상 대화 단절의 수준이다. 지소미아가 미국의 압력으로 연장되자 아베 총리는 외교적 승리라고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향후 한일 간에 갈 길이 멀다.

우리의 전통 혈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돈 문제로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 안보의 초석인 한미동맹이 방위비 협상으로 진통을 겪고 한미일 삼각관계가 지소미아 종료 갈등으로 흔들리면서 후폭풍의 불협화음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민족공조에 기반한 대북인식에 따라 전작권 전환 조건 등이 맞물리면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래로 서울과 워싱턴 간에 소통과 협력의 수준이 최저로 낮아지고 있다.

돈이 중요하다

‘돈이 중요하다(Money does matter)’라는 명제로 무장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만드는 것도 버리는 것도 식은 죽 먹기라고 인식한다. 그에게 세상은 돈이 되는가와 안 되는가의 이분법으로만 이해된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justice)란 무엇인가’의 강의는 트럼프에게 애초 무관심의 대상이다. 카지노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트럼프 대통령은 ‘뉴노멀(New normal)’을 내세우며 돈 드는 기존 가치(value)들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있다. 여기에 유감스럽게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부담금도 포함되었다. 미군이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전략자산 비용과 주한미군 인건비 등을 망라해 한국 방위에 쓰는 돈이 연간 48억 달러(약 5조 7400억원)라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있다. 그간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노골적으로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대선자금 모금행사에서 “브루클린의 임대아파트에서 114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것이 더 쉬웠다”는 발언을 한다.

우선 한국의 오판은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난해 기존 5년간의 다년 계약 대신에 1년 계약에 서명한 것부터다. 지난 3월 한미는 2018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보다 8.2% 인상된 1조389억원으로 하는 제10차 협정을 맺었다. 대통령직을 맡기 전에 단 하루도 공직을 전혀 해본 적 없는 기업인 지도자 트럼프의 행태와 사고를 면밀하게 연구하지 않은 정부 당국자들이 단기적 득실에 집착해 기존 인상률을 훨씬 상회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1년 계약에 서명했다. 1991년 1차 한·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이후 처음으로 다년 계약이 아닌 1년짜리 계약이 체결되어 정부는 해마다 미국의 인상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은 이미 예견되었다. 미국은 당초 50% 인상 요구에서는 물러섰지만 해마다 협상을 통해 한국 측 부담을 늘리겠다는 전략이었다. 한국은 미국의 50% 인상 요구를 거부하는 대신 5년 계약을 포기하고 1년 계약에 합의했다. 한국은 목표치였던 1조원은 넘어섰지만 미국이 주장한 유효기간 1년을 받아들임으로써 미국 요구액인 10억 달러를 방어했다. 지난 22년간 주한미군이 대규모 감축됐던 2005년을 제외하고 협상 때마다 총액이 증가됐다. 결론적으로 5년 계약의 50% 인상안을 수용하는 것이 차선의 해답이었다. 매년 협상할 때마다 양측의 숫자 싸움과 신경전으로 동맹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특히 트럼프는 유권자를 상대할 때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언급했다. 유형의 단기 이득을 방어하려다 무형의 장기 손실이 적지 않은 시나리오다.

양날의 칼인 방위비 협상

한미 방위비 협상은 양날의 칼이다. 가치 대신에 비즈니스 거래의 ‘아파트 동맹(Condominium alliance)’을 내세우는 트럼프에게 분담금 인상 불가는 여타 분야의 우회 압력 확산 등 한미관계를 예측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미군 철수를 선언했다. 그는 트위터에 “돈 많이 썼다”며 쿠르드족을 배신했다. 쿠르드족은 시리아에 근거를 둔 극단적 테러조직 IS에 대한 미국의 대대적인 소탕 작전의 성공을 도운 주인공이다. 쿠르드족은 미군 지원으로 1만1000여 명 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했으나 미군의 철군으로 터키의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동맹인 쿠르드를 ‘토사구팽’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 같은 다른 동맹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일명 ‘쿠르드 철군’은 혈맹도 미국을 믿지 말라는 메시지라며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과 함께 이스라엘은 “칼은 등 뒤에 있다”며 지지 철회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반미 여론이 고조될 수 있다. 트럼프의 결정은 동맹국에게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또한 북한에게 매우 위험한 메시지를 주고 있어 향후 한반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북한은 한미 방위비 협상에도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0월 8일 “실제로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은 안보를 구실로 미군을 남조선에 영구 주둔시키며 침략전쟁 비용을 더 많이 빼앗아내려는 약탈협상”이라고 비난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절충안은 무엇인가?

결국 솔로몬의 지혜를 요구하는 절묘한 절충안이 필요하다. 우선 원칙은 5년 다년 계약이 필수적이다. 매년 힘겨루기 방식의 협상에 직면할 경우 한미동맹의 토대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은 일본 방식의 부분적 도입이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 이른바 특별협정(SMA)을 맺은 유일한 나라들이다. 하지만 각각이 분담하는 금액의 산정 방식이 매우 다르고 미군이 주둔하는 독일은 특별협정이 없다. 과거 독일도 주둔 미군을 지원하고자 대규모 방위비 분담을 수용했으나 통일 후 나토(NATO)의 일원으로서 분담금만 담당하게 되었다. 상향식 비용 산정 원칙의 일본 사례는 충분한 반면교사의 가치가 있다.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복잡하게 방위비 분담을 하는데도 미국이 제기하는 불만은 크지 않다. 미군이 하부 단위에서 필수비용을 산정하고 일본과 협의하면서 확정해감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수용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한국보다 일본이 미국의 방위비 분담 요구를 더욱 지혜롭게 처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경영자의 관점에서 숙원과제 해결의 기회로 삼아야
한국의 2018년 국방백서는 방위비 분담금이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인건비는 주한미군 장병이 아닌 주한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건비를 가리킨다. 한국이 분담하는 금액은 미국의 경제로 흡수되는 걸까? 국방백서는 “방위비 분담금 대부분은 우리 경제로 환원됨으로써 일자리 창출, 내수 증진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인건비는 한국인 노동자에게 지급되고, 군사건설비의 12%(설계, 감리비)를 제외하고는 전액이 한국 업체를 통해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방식을 원용, 주한미군 기지의 토지 비용 등을 환산해 비용을 산정하는 등 평가 방식의 전환과 5년 계약의 절충안 검토가 시급하다. 일본은 민간토지에 대한 사용료도 방위비로 계산한다. 한국 역시 이 방식을 원용해 분담금의 절대 규모를 높이면서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군사시설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의 직접 비용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동시에 공공안보의 간접비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직접 비용은 사실상 한국에서 소비되는 만큼 해외 유출의 부작용이 크지는 않다. 단기와 장기계약, 유형과 무형의 득실에 따른 SWOT(강점, 약점, 기회와 위협) 분석이 필요충분조건이다. 장사꾼 행태의 거래보다는 경영자 관점에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전례가 없는(unprecedented)’ 상대방과의 거래에서는 소탐대실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거래의 기술>이라는 저서를 출간한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 자체를 즐긴다고 주장했다. 상대로부터 받아내는 데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역설적으로 본인이 얻고자 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내줄 것은 허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분명하다. 방위비를 부담하고 무엇을 더 얻어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지소미아 논란으로 흔들리는 한미동맹

청와대가 지난 8월 22일 파기하겠다고 발표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 MIA·지소미아)은 11월 22일 사실상 연장되었다. 한·미·일 삼각 협력을 중시해 온 미국 정부가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전(全) 방위로 높이는 것은 협정 자체의 유효성뿐만 아니라 한미일 삼각 협력의 프레임이 와해되는 전초 사안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10월 26일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전 보장에 매우 이롭다”며 “지소미아로 돌아올 것을 한국에 촉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과제가 안보 과제로 파급돼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지난 7월 일본이 대한(對韓)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것이 8월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로 이어진 데 대해 근본적 회의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에 앞서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도 10월 25일 “지소미아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이버 공격 등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지소미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했다.
정부는 지소미아가 없어도 미국을 통해 한·일이 정보를 간접적으로 주고받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해왔지만, 미국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청장은 지난 10월 7일 VOA 인터뷰에서 “지소미아가 유지될 때만 최적의 미사일 방어를 제공할 수 있다”며 “미·일, 한·미 간의 양자 정보 공유 체계로도 방어 체계 운용은 가능하지만 최적의 방법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일 간 무역과 과거사 갈등은 미국에게는 지엽적인 문제다.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차질이 생겼는가 여부가 중요하다. 한국은 일본의 무역 분쟁 도발에 대해 안보 카드로 대응했다. 지소미아 문제가 워싱턴의 최우선 관심사이기 때문에 미국이 앞장서서 일본을 제지할 것이라는 단순논리를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청와대는 미일동맹이 한미동맹보다 한 수 위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아베 총리와 주고받을 것이 훨씬 많다. 워싱턴에서 친일 로비스트의 파워는 친한 로비스트 파워보다 10배 이상이라는 현실을 간과했다. 일본의 대한(對韓) 경제 도발에 대응이 한국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으면서 한미관계는 비핵화 협상 중인 북미관계 이하로 추락하고 있다. 일본의 대(對)워싱턴 로비력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1905년 일본의 한국 지배와 미국의 필리핀 지배를 상호 승인하는 가쓰라-대프트 협정의 끈끈한 전통을 망각했다. 특히 평양에 편향된 서울의 어정쩡한 대미(對美) 자세는 한미동맹의 격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국제정치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지만 열강에 끼인 한국 같은 국가에게 그나마 돈 계산하는 동맹이라도 있는 것은 차선의 비책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혈맹도 돈을 따지는 시대다. 국익을 위해서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야 한다.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것과 수용하는 기준은 명분이 아니고 실리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명분을 중시한다. 한국 대표는 방위비 협상장에서 한국이 1년에 1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무기를 구매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대표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액수는 수십 배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21세기 정글과 같은 국제정치 시대에는 탄력적인 적응이 불가피하다.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의 부분적인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농축우라늄 재처리 등 한계점 개선, 핵잠수함 건조 및 미사일 사거리 확대 등 한미 간에 안보 숙원과제를 얻어내는 ‘빅딜의 주고받기 전략’도 검토해야 한다. 금년은 외교적으로 시련의 한 해였다. 2020년 경자년 쥐띠해에는 민첩하고 영리한 행동과 상황 판단으로 복잡한 외교현안을 극복하고 보다 생산적인 한미협력 시스템을 복`원해야 한다. 미국은 주변 어떤 국가보다 한국에게 ‘덜 나쁜 국가(Less bad country)’이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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