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 33년 ‘방탄’ 외길 걸은 국방 파수꾼

▲김희재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사진=머니투데이

33년간 육군사관학교 교수로 무기와 방탄에 대해 연구한 특수 전문가가 군에서 사용하는 방탄헬멧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주인공은 방탄헬멧과 신형 방탄복 설계자인 김희재 전 육사 교수다.
김 전 교수는 방탄관련 수많은 규격실험을 수행해 방탄제품의 성능 평가 분석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국방부, 방사청, 국방품질관리소, 국방과학연구소 및 업체 등 방탄관련 분야의 관련자들에 대한 자문 역할을 다년간 수행한 독보적인 전문가다.
<더리더>와 인터뷰에서 김 전 교수는 2001년 육사 교수시절에 개발한 방탄헬멧이 변화 없이 계속 사용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20여 년 동안 젊은 층의 두상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과거 규격대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군 무기 기술의 발전 정도에 맞추어 방탄의 등급별로 헬멧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병들의 생명과 직결된 방탄헬멧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군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먼저 방탄에 대한 정의를 말해달라
▶방탄이라는 것은 인원이나 장비에 대해 예측되는 위협요소로부터 방호해 생존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방탄기술이란 위협요소를 분석해 위협과 표적의 상호관계를 규명하고, 생존성을 확보할 수 있는 물성을 가진 장갑재료를 설계하고, 개발된 장갑의 방호성능을 평가 및 분석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 관계되는 기술이다.
그렇기에 보호해야 할 물체의 종류에 따라 고려해야 할 위협요소가 다르다. 예를 들면 인원을 방호하는 경우 고려되는 위협요소는 권총탄, 소총탄, 기관총탄 또는 포탄의 파편, 대인 지뢰가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방호할 수는 없어서 위협 환경에 따라 다르게 설계된다. 그래서 군용 방탄복과 경찰용 방탄복, SWART 특수군 등은 방탄 조건이 각각 다르게 설계되어야 한다. 또한 모든 부위를 전부 똑같은 조건으로 방호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전차는 전면, 측면, 후면 부위의 방호 조건이 다르게 설계된다. 이러한 이유로 방탄설계에서 위협 조건을 방호 부위별로 판단하여 생존성과 기동성을 동시에 고려해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탄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또 방호 수준도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방호해야 할 것인가, 100% 완전 방호할 것인가(V100), 50% 방호할 것인가(V50) 등을 결정해야 하며, 이들 조건에 맞는 방탄성능 시험평가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오랜 기간 연구했던 분야다.

-직접 설계한 방탄헬멧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어떤 것이 가장 큰 문제인가
▶한국군의 방탄헬멧은 2003년도 최초 두상을 고려해 개발 제작했으나, 병사들의 두상이 크게 변한 현재 병사들의 두상에 맞는 방탄헬멧 형상 설계를 재고해야 한다. 또한 두상이 잘 맞지 않는 상황이라면 방탄성능도 다시 검토되어야 한다.
방탄복은 2014년 병사들의 체격에 맞는 방탄복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설계, 제작하여 세계 수준의 방탄복 및 방탄판을 보급하고 있다. 즉, 한국형 방탄복이 제작 보급되고 있는 상태로 발전했으나, 예산 부족으로 보급률이 낮은 편이다. 방탄헬멧 역시 군에 40%정도 보급되어 있다. 60%의 병사들은 방탄성능이 낮은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또 향토예비군의 방탄헬멧도 역시 나일론 헬멧이다.
방탄복이나 헬멧을 만드는 기술은 연구개발 단계에는 기술을 확보하고 제품생산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율경쟁체제로 어떤 업체라도 최저가 입찰형태로 납품에 참가형태로 진행된다. 매년 제작회사가 바뀌는 관계로 기술축적이 되지 않으며, 제품의 방탄성능의 신뢰도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장비 방탄 기술은 비교적 대기업(차량: 기아자동차, 장갑차: 현대로템, 전차: 현대로템)들이 참가해 체계기술은 확보되고 있으나, 방탄헬멧과 방탄복 설계 및 제작 기술은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어서 기술 축적에서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독일처럼 방탄관련 제품은 국가 주도형 기업체에서 제작하는 것을 참고해야 할 때다. 이런 부분이 워낙 특수분야다보니 아는 사람이 적어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 병사들의 생명과 연관된 것이 방탄복과 헬멧이다. 다른 부분을 줄이더라도 투자해서 보급률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방탄의 단계에 따라 성능도 달라질 것 같다.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헬멧은 어느 정도 방탄이 가능하고 또 미군이 사용하는 헬멧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군사용 제품은 군에서 군사성능요구도(ROC, Requirement of Capability)를 개발 초기에 결정하여 방탄성능을 결정한다. 이때 어느 수준의 방탄성능을 요구할 것인가와 허용 중량을 결정한다. 이 부분에서 전문가 집단이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한번 결정된 것은 좀처럼 개발단계에서조차 수정이 힘들다.
과거 육사 교수로 재직 시 한국군의 신형 방탄헬멧이 44매그넘 권총탄이 관통된다고 하여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주도적으로 국회의원, 방송국 및 신문기자 앞에서 실제 방탄시험 및 그 결과를 설명한 적이 있다.
근본적으로 한국군의 방탄헬멧의 ROC는 미군의 것과 동일 수준의 파편 방호용이었다. 그러나 한국 방탄헬멧은 최대 허용중량이 1150g인 반면 미군 방탄헬멧은 1400∼1600g으로 큰 차이가 있어서 방탄 소재 선정에서 큰 제약이 있으나, 미군 수준이면서 경량화를 한 것이다. 이 허용 중량 차이에서 미군은 비교적 단단한 케블라 섬유 소재를 사용할 수 있으나, 한국군은 이 소재를 사용할 수 없어서 고성능고분자 폴리에틸렌 섬유 소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차이가 당시 비교실험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군사성능요구도는 충족한 상태의 합격품이었다.

-다양한 방탄기술 중 미합중국 법무부가 규정한 NIJ 등급이나 FBI 등은 제각각 독자적인 규정을 가지고 있다. 우리 군의 경우 어떤 등급을 유지하고 있는지
▶개인 방탄제품의 방탄 설계 기준에 있어서, 군과 사회에서는 크게 혼동 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군의 경우 미군 고유의 군용 화기 설계 기준을 군사용 방탄설계 기준으로 삼고 있다. NIJ나 FBI는 민수용 방탄재 설계 기준으로 미국 국내에서 상존하는 위협화기에 대한 방호를 목적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면 세계적으로 군용 권총탄은 9mm로 통일화되고 있는데, NIJ는 미국 내에서 누구라도 쉽게 구입 가능한 37매그넘, 44매그넘 등 미국 국내의 Street Weapon을 위협화기로 삼고 있어서 군사용 기준이 아니다. 한국의 경찰용 방탄재는 NIJ 기준으로 제작되고 있다.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하는 특수군에게는 NIJ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나, 전 군의 다목적 방탄복이나 방탄헬멧에는 바람직한 기준이 아니다.
현재 한국군의 방탄헬멧은 미군처럼 별도로 정한 군 기준에 의해 설계되고 있으나, 신형 방탄복은 군 기준과 미국 NIJ 기준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는 바, 바람직한 군 방탄복에 대한 규정이 아니다.

-군의 방탄관련 특수 분야에서 연구를 하다가 업계를 떠났는데 어떻게 지냈나
▶2009년 12월까지 육사 무기공학과 교수로 33년간 재직하고 나서 방산업체 연구소장으로 근무했다.
그곳에서 5년째 근무하던 중, 방산관련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 학교를 떠나기 직전에 업체의 방탄제품 개발연구를 수행하면서 일부 서류정리 및 행정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곤욕을 치렀다. 육사에서 연구책임자로 산학이 연계된 연구를 자주 하면서 가벼운 행정 문제를 몇 가지 간과한 게 원인이었다. 실수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최근에는 내가 보유한 전문 기술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국가에 기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하고 있다.

▲김희재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사진=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