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10년 갭’ 메워라"

[기관장 초대석]“소득•교육 등 사회경제 요인 고려한 포괄적인 건강정책 수립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01.07 09:47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사진=더리더
정부가 보건의료정책을 기존의 치료 중심에서 건강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4월 보건의 날 문재인 대통령이 축사에서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을 기존의 치료에서 예방과 건강투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보건의료체계는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추세다. 영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예방중심으로 의료정책 재조정(Prevention is better than care)을, 일본은 치료(cure)에서 돌봄(care)으로 전환하는 보건의료 2035를, 미국은 2017년 7월부터 ‘사전 건강예방으로 전환(Plan for better health and wellness)’을 실시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질병이 발생하기 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건강을 증진하는 정책을 연구하는 곳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의거, 2014년에 설립됐다.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 기관이다. 조인성 원장은 지난달 17일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건강수명’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은 82세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나이는 73세로 집계된다. 건강하게 지내는 삶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개발원에서는 금연, 절주, 비만예방, 영양, 신체활동 등의 다양한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증진이 무엇인가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에 대해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가 아닌,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로 정의한다. 다시 말해 건강하다는 것은 ‘아프지 않은 상태’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더 건강한 상태’를 지향하는 것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로 건강증진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건강에 대한 관리가 비교적 잘 안 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에 대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건강증진은 언제부터 중요해졌나
▶공중보건과 의학분야가 많이 발전하면서 고령화가 진행됐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1970년에 62세였던 것에 비해 현재는 82세다. 50년 만에 20년이 늘어났다. 기대수명이 20세 이상 늘어난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나이는 73세로 집계된다. 10세 정도 갭이 있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관리가 비교적 잘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 만성질환이 증가한다. 만성질환은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하다.

-노년엔 어떤 질병이 많이 발생하나
우리나라 3대 주요 사망원인이 암,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이다. 건강한 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는 비감염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의미다. 이미 병이 발생한 이후에 하는 치료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아프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의료비에 대한 부담도 심하다
15년 동안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2배 증가했다. 최근 3년간에는 3배 증가했다. 이런 속도로 의료비가 증가하면 2030년 GDP 대비 국민의료비는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의료비가 증가한 이유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의료비가 증가한다. 경제 성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노년을 보내는 인구비율이 높아질수록 한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에 대한 의료비는 국민들이 부담을 느낀다.

개발원에서는 앱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생각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
경제활동을 하는 30~40대는 건강관리를 받을 시간이 부족하다. 특히 만성질환 고위험군 국민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데 그걸 담당해줄 곳도 부족하다.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예방이나 관리가 쉽지 않다.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를 해주면 장소나 시간에 관계없이 국가가 건강을 관리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은 사람들의 건강하지 않은 습관을 건강한 습관으로 바꾸고, 이것이 체화되도록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사업이다.

-어떻게 앱으로 건강을 관리하나
▶보건소에서 사업에 참여하는 분들의 건강상태와 식사, 운동량 등 생활습관을 확인한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참여도가 높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 서비스 만족도 평가점수가 85.9점인 것을 보면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도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 반응이 좋았다고
▶보건의료분야 공공행정 혁신 사례로 전시돼 세계 각국의 관심이 집중됐다. 인도네시아, 태국 쪽에서 관심이 높았다. 이 나라들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우리나라만큼 높지는 않지만 중앙에서 시스템을 관리하고 국민 전체의 건강을 관리해, 비교적 크지 않은 예산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점을 좋게 봤다.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사진=더리더
-차별 없이 건강을 누릴 수 있는 ‘건강 형평성’은 왜 중요한가
▶전 국민이 평등하게 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건강에도 격차가 나타난다. 건강형평성을 달성하는 것은 국가가 추진하는 건강증진정책의 최종 방향이다. 우리 기관의 주요 미션이기도 하다.


보건의료서비스는 사실 특수하다.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억에서 많으면 수조원이 들어간다.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다. 그러기 때문에 90%이상의 의료기관을 민간에 의존하고 있다. 민간은 기업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없는 곳에는 유치하지 않는다. 보건의료에 대한 서비스와 의료기관, 그리고 인력의 70%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도서지방은 더욱 열악하다. 이런 서비스에 대한 불평등이 있다는 것을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는 도서 산간 같은 의료 취약지에 공공 인프라의 보건의료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극복하기 위한 개발원만의 방안은 무엇인가
▶농어촌 지역의 낙후된 보건의료기관의 설비와 장비 같은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각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보건의료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별로 맞춤형으로 컨설팅하고 있다. 지역사회 보건 인력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적 측면의 지원도 함께 제공한다. 공공보건의 혜택에서 소외되기 쉬운 분들에게까지 건강관련 서비스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취약계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기관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상호 연계하고 건강증진사업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보건소 등 지역보건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건강형평성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일 예정이다.

 -전국 75개 지역에서 2000여 곳의 동네의원들이 참여하는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어떤 사업인지
▶민간과 공공의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동네 의원과 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합동해 환자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것이다. 만성질환관리는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이 담당한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고혈압과 당뇨병 발병 초기부터 다니던 동네의원에서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환자의 혈압•혈당 수치, 생활습관 개선 목표 달성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맞춤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지난해 1월에 처음 시작했다. 아직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 의원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환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올해 좀 더 잘됐으면 한다.

-올해부터 국민건강증진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한다
▶이제까지 건강증진 분야의 연구개발 측면은 미미했다. 있어도 성과 정책이나 사업과 연계가 되지 않아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발원에서는 지역사회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R&D를 통해 검증된 서비스 모델을 정책에 활용할 수 있다면, 연구자에게는 성과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장에는 근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R&D 사업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 예정이다.

-올해 ‘제5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30)’을 수립한다. 중점적인 사안은 무엇인지
향후 10년 동안은 우리나라의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의 방향과 전략 등 국가 건강정책 대계를 수립하는 중요한 시기다. 앞으로의 건강증진정책은 기대수명 연장과 같은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건강격차 해소와 건강 노화 실현을 통한 삶의 질 향상으로 확대돼야 한다. 생애과정적 접근과 소득•교육•주거•직업 등 건강의 사회경제적 결정요인을 고려한 포괄적인 건강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의사로 활동하다가 기관장이 됐다
의사일 때는 한 명, 한 명에 집중했다면 의료기관 기관장이 되니 개인을 너머 국가 정책을 아울러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의사였을 때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져 보건의료정책이나 복지사업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때 중앙정부와 지방현장에 괴리가 있다고 느꼈다. 현장의 목소리가 좀 더 잘 전달됐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인 것 같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사진=더리더
-어떤 철학을 가지고 기관을 운영하는지
▶사람 중심 경영을 강조한다. 서로 돕는 행복한 일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정책에 대해 결정할 때도 경영진 회의나 협의체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그런 문화를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특히 인사나 조직운영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는 지역사회중심의 보건의료 공공성이다. 우리 건강증진개발원의 정책성과 일치한다. 지역보건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지역사회 보건체계확립은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방향도 맞다. 건강증진개발이 걸어온 길과 맞다. 우리 기관은 다른 기관에 비해 크지 않지만 국민 전체의 건강을 담당해 전문기관이 되자는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겠다.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석사•소아학과 의학박사
성공회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 박사수료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단장
경기도 의사회장
보건의약단체 사회공헌위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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