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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사진=더리더 |
그가 처음 회사를 차렸을 때와 지금, 가장 많이 변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몰카와의 범죄’를 선포하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과 피해구제를 주문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공론화됐고 영상을 유포하는 것 자체가 ‘범죄’라는 인식이 깔린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불법 촬영해 ‘유포’하는 것은 큰 범죄이고 피해자의 고통이 막대하다는 경각심을 갖는 것 자체가 인권 측면에서 발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요즘 몰두하는 것은 ‘국가 평판’이다. 코로나19와 관련, 해외 사이트에서 우리나라와 관련한 가짜 뉴스를 찾아내 이를 정정하고 있다. 외국에서 한류 스타와 드라마에 대한 인기가 높은 만큼 ‘안티’도 많다. 안티가 퍼트리는 유언비어나 합성사진을 찾아 삭제요청을 한다. ‘온라인 기록’을 지우는 김호진 대표를 지난달 16일 만나 우리나라의 디지털 범죄에 대해 들었다.
-산타크루즈컴퍼니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원래는 모델에이전시를 운영했다. 광고에 출연하는 모델이나 배우를 캐스팅하는 회사였다. 2008년에 우리가 캐스팅한 초등학교 5학년 모델이 광고 출연 후 온라인에서 안티 카페가 생기고 학교에서 ‘왕따’가 됐다. 아이가 상처가 커 학교도 못 가고 있으니 아이 어머니가 우리에게 광고를 내려주면 안 되겠느냐고 문의했다. 광고 제작비가 1억에서 1억5000만원 정도였다. 송출비까지 따지면 더 늘어난다. 광고주에게 내려달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사연은 딱하지만 방법이 없더라. 우리가 안티 카페 폐쇄를 부탁하고, 온라인에 퍼진 악성 댓글이나 게시물을 찾아내서 삭제 요청을 했다. 광고주와 아이 어머니 모두 좋아했다. 아이가 다시 학교에 가게 됐다. 그때부터 이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연예인과 기업을 상대로 부정 게시물과 허위사실을 찾아내 삭제요청을 했다. 2013년도에 특허를 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어떤 의뢰인이 가장 많은지
▶청소년이 가장 많다. 남자친구와 사귀면서 찍었던 사진이 유포된 경우, 리벤지 동영상 피해 등으로 의뢰한다. 또 성인이 된 이후에 철없던 청소년 시기 때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 유포된 경우도 있다. 의뢰를 받을 때 사연의 고통이 느껴진다. 의뢰자는 개인이지만 우리는 그걸 모아두는 기관이다. 사회적으로 정말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청소년이 의뢰비를 마련하기는 어렵다. 그런 사연을 듣고 모른 척할 수도 없다. 담임선생님이나 부모에게 전화해 돈을 요구할 수도 없지 않나. 청소년은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피해자의 고통은 어느 수준인지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죽음까지 고민하는 범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범죄가 공론화된 것이다. 디지털 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유포하는 것 자체가 큰 범죄라는 인식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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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사진=더리더 |
▶외국 취재진이 와서 ‘왜 한국에서만 이런 문제가 불거지느냐’고 물었다. 왜 우리나라에만 불법 촬영 동영상이 있느냐고 묻는다. 이 문제는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공론화된 것이다. 외국에서도 영상과 사진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인근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더 심하다. 이 나라에서는 보통 남자끼리 음지에서 재미 삼아 본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론화되기 전 불법 동영상 촬영 범죄가 있었다. 불법으로 찍어 유포하는 것은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게 퍼졌다. 우리나라가 이런 범죄에 대해 공론화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의뢰받아 삭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대중적으로 유명하고 인기가 있어 자료가 많은 경우에는 더 오래 걸린다. 온라인에 있는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쌓인다. 우리나라 사이트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해외 사이트에도 올라가는 경우에는 시간이 더 걸린다.
-삭제방법은 어떻게 되나
▶의뢰자가 링크나 사진을 주면 전용 프로그램을 돌려서 찾는다. 프로그램도 있지만 직원이 직접 하는 게 정확하다.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쌓이는 것이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꼼꼼하게 찾는 게 중요하다.
-한국의 국외 평판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해외 사이트에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가짜 뉴스, 혹은 우리나라에 해가 되는 자료는 삭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평판 관리’다. 우리 회사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봤다. 일이 들어오지 않는데 놀 수는 없지 않나(웃음). 그래서 우리나라 이미지가 좋아지는 일을 하면 좋을 같다고 생각했다.
-최근 삭제한 주제는 무엇인가
▶미국에서 우리나라의 코로나 키트를 신뢰할 수 없다는 가짜 뉴스가 퍼졌다. 잘못된 오해로 그렇게 알려진 것이다. 외신에서 사실로 받아들여 보도되면 우리나라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 그런 가짜 뉴스를 찾아내 해외 사이트에 삭제 요청했다. 또 코로나 관련, 잘못된 치료법이 인터넷에 너무 많았다. 국민들이 그런 것을 보고 잘못 시행할 수 있어서 잘못된 상식이나 치료법을 삭제 요청했다. 키트 관련해서는 마스크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세균이 없어진다는 내용 등 이런 잘못된 정보는 사람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
-한류스타에 대한 악성 게시물도 지운다고
▶한류스타에게도 안티는 있다. 해외에서 인기가 워낙 많으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부정게시물이나 합성사진이 해외 사이트에 돌아다닌다. 그런 국제적인 악플이나 잘못된 정보를 삭제하면 한류의 지속성을 이어가는 것이다. 상품성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다.
-본인이 하는 일을 ‘온라인 쓰레기’를 치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축제가 끝나면 시설을 철거한다. 인터넷 정보도 마찬가지다. 시기가 지난 정보 같은 것은 삭제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에는 그걸 치우는 사람이 없다. 기한이 지난 정보나 불법정보가 너무 많다. 이런 불필요한 것들을 쓰레기로 보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모든 연령대가 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부분이 부각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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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사진=더리더 |
▶사적인지 공적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연예인이 공적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알 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친구를 만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적인 영역이다. 이런 부분은 지켜야 한다.
-정치인 의뢰는 받지 않는다고
▶정치인들은 무엇을 해도 욕먹지 않나. 실제로 의뢰가 들어오긴 하지만 해주면 욕먹는다. 그러나 정치인 가족에 한해서는 의뢰를 받고 있다. 그들은 공인이 아니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호칭보다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SORM(Santacruise company Online Reputation Management)’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쁜 게시물이나 영상을 찾아 삭제해준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 일의 장단점을 설명해준다면
▶무엇보다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점이 보람 있다. 처음에 우리에게 의뢰할 때는 정말 죽기 직전에 전화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사람을 보면서 도와주고 정말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 자체로도 보람을 느끼는 일이다.
-직업 전망은 어떤지
▶전망이 좋은 일이다. 비록 우리 회사는 조그맣지만 크게 가야 한다. 지금은 온라인 시대다. 불편한 것은 지우고 삭제해서 좋은 것들로 채우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보람도 되고 전망도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은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나
▶사진, 이름, 학교, 집주소, 주민번호, 핸드폰번호, 이메일 주소. 7개의 개인정보를 수시로 구글링해봐야 한다. 또 교육이 부족한 청소년의 경우에는 인터넷에 개인정보를 올릴 때 늘 고민해야 한다. 이런 게시물들이 나중에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특히 성적인 호기심으로라도 주고받으면 안 된다.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마음으로 간직해야 한다. 찍어서 간직하면 안 된다. 이게 나중에 분실돼 유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