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국회도서관장, “정교한 입법 위해 ‘디지털화’는 필수”

[찾아가는 도서관]7년 내 175만권 목표, 키워드로 모든 정보 확인 가능케 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05.08 11:11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아날로그 문화’를 대표하던 도서관이 디지털시대를 맞아 변신하고 있다. 단순한 독서공간을 넘어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그 역할과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더리더>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도서관을 찾아간다. 5월에는 국회도서관을 찾았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했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과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자유경제원 원장 등을 비롯해 각종 경제 단체에서 활동했다.

경제 전문가 출신인 그는 국회도서관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국회의원들의 정확하고 빠른 입법활동 지원을 위해 국회도서관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680만 권의 보유서적 가운데 175만 권을 7년 안에 디지털화할 계획이다. 취임 5개월을 맞은 현 관장을 국회도서관에서 만났다.



-국회도서관장 취임 후 지난 4개월간 어떻게 지냈나



▶취임해서 1~2달 정도 업무를 보다가 코로나19로 두 달 동안 휴관하고 있다. 휴관상태지만 내부적으로 기본업무는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이 대출이나 책 보관 업무 기능만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회도서관은 다양한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주요 기능에 대해 소개해주신다면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을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300명의 의원 개개인이 맡은 역할이 정책으로 나타나고 입법활동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인 상식만으로 입법활동을 할 수는 없다. 정교한 입법을 위해서는 해외에서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 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고 합리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분석과 자료 수집이 바탕이 돼야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게 국회도서관의 주요 역할이다.
두 번째 기능은 대국민 서비스다.
국회도서관은 소유하고 있는 장서가 많고 대한민국의 모든 지식 정보가 축적돼 있다. 이런 정보를 일반 국민들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취임 이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민간 기관은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윤 창출에 중점을 둔다. 공적 기관은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며 수요자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다.
국회도서관은 공적 기관이지만 수요자 중심 서비스를 창출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도서관 구성이나 정보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고급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체계로 바꿀 계획이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자료 디지털화에 대한 진행 상황은



▶디지털화는 수요자들의 접근을 쉽게 한다. 언제든 자기 방에서 컴퓨터를 통해 정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국회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680만 권의 책이 모두 디지털화돼야 한다. 언제든 접근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일단 올해부터 7년 안에 175만 권을 디지털화하는 게 목표다. 이럴 경우 키워드 몇 개만 입력하면 원하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핵심 키워드만 넣으면 국회에서 입안하고자 하는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수많은 책을 모두 읽고 관련 내용을 추출해야 해서 엄청난 시간이 소요됐다. 디지털화를 통해 단 몇 초 만에 핵심 부분만 뽑아낼 수 있다. 다만 책의 디지털화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의정활동의 지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완해야 할 점이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공지능은 정보를 분석해 판단하는 기능까지 가지게 됐다. 그런 기능은 의정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정보를 단순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효율적인 판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기능은 입법활동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과거 각종 연구단체나 입법조사처 등이 수행하던 활동들도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분석작업이 효율화되면서 보다 수준 높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디지털화를 위해 앞으로 7년간 연간 150억 정도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국회도서관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회도서관은 일반 대중에 개방되지 않았다. 석·박사 논문을 쓰는 사람들에게만 공개됐었다. 그 기억 때문에 아직 어려운 이미지를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국회도서관은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한 공공의 자산이다. 680만 권의 장서를 보관하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집합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회도서관을 통해 이 방대한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
책은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높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문화 인프라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2022년 분관 예정인 부산 국회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국회도서관은 정보 서적을 보관하는 장소다. 국회도서관은 서가가 85% 가량 채워진 상태로 추가적인 공간이 필요했다. 부산에 국회도서관 분관을 2022년 2월 개관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내년부터 100만 권씩 부산국회도서관에 책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향후 15년가량 책을 추가로 보존 할 수 있게 된다.
부산 국회도서관은 장서 보관 기능이 첫 번째 역할이지만 문화를 창출해내는 역할도 하게 된다. 국회도서관 분원 옆에는 복합문화단지를 건축할 예정이어서 문화 인프라를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올해 개관 68주년을 맞이했다. 국회도서관의 역할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성을 말해달라



▶국회도서관은 책을 저장하는 장소의 기능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을 보좌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입법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고, 우리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입법활동은 정확한 자료가 바탕이 되는 게 중요하다. 이를 돕기 위해 국회도서관에도 연구진이 있다. 국회의원이 해외의 특정 법률이 궁금하다면 해당 법에 대한 정보를 번역해주는 역할도 한다. 입법활동 과정에서 파생되는 각종 요구사항도 수행한다. 이런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정보의 디지털화가 필수며 이를 통해 입법활동의 수준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결국 국회도서관의 수준이 높아야 대한민국 정책의 질도 높아진다는 생각이다.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관련 도서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경제학의 본질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학자인 하이에크(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가 쓴 <치명적 자만>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하이에크가 말년에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다. 인간의 자유 가치를 바탕에 뒀을 때 인류가 발전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가진 개인적 욕망을 인정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됐을 때 개인뿐 아니고 사회 전체도 발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이 쓰여진 시간과 공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마치 2020년의 대한민국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현진권 국회도서관장은
1959년 부산 출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노스캐롤라이나대 석사 /카네기멜론대 박사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대통령실 시민사회비서관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한국재정학회 회장 /자유경제원 원장 /제22대 국회도서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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