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철 정독도서관장, “사람 중심의 도서관으로 거듭나야”

[찾아가는 도서관] 읽고 쉬고 네트워크 통한 문화창조의 시민 공간으로 변화 필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06.09 16:02
▲정해철 정독도서관/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아날로그 문화’를 대표하던 도서관이 디지털시대를 맞아 변신하고 있다. 단순한 독서공간을 넘어 교류와 소통의 장으로 그 역할과 영역을 확대하는 중이다. <더리더>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도서관을 찾아간다. 6월에는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공도서관인 정독도서관을 찾았다. 

정해철 정독도서관장은 노원평생학습관장과 고덕평생학습관 행정지원과장을 거쳐 지난 1월 정독도서관장으로 부임했다. 노원평생학습관장 재직 당시 ‘맞춤 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서울지역 최고령 고졸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냈다.
정 관장은 취임 이후 정독도서관 현대화 계획의 기본 골격을 만들고 있다. 북촌지역 재정비 계획과 연계된 ‘정독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조성계획’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정 관장을 만나 정독도서관 변화에 대한 구상을 들었다.


취임 후 지난 몇 개월 어떻게 보냈나
서울시교육청 대표 도서관인 정독도서관의 선도적 역할과 기능 확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공공도서관의 미래상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와 낡고 비효율적인 도서관 공간의 개선 방안을 고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당 기간 도서관이 휴관하게 되면서 노후화된 내·외부 환경개선과 정비 사업에도 집중했다.
관내 식당을 북카페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북촌 재정비 계획과 연계돼 이 사업을 유보시켰다. ‘정독도서관 복합문화공간 조성계획’을 위한 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협의체를 마련해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7월 중순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2020년도 공공도서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컨설팅도 받을 계획이며 도서관 중장기(2020-2024) 발전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그간 교육기관에 오래 몸담다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떤 차이점이 있나



과거에는 주로 교육청이나 교육 관련 행정기관에 있었다. 노원평생학습관장과 고덕평생학습관 행정지원과장을 거쳐 정독도서관 관장으로 부임하게 됐다. 업무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다만 생각보다 시설이 너무 노후돼 있고, 과거 100명이 넘던 직원이 52명으로 축소된 상태였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고 내부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집중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정독도서관이 추진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무엇인가



정독도서관은 ‘미래를 열어가는 지식정보 중심 도서관’을 지향한다. 시민을 위해 독서문화를 확산시키고 평생학습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운영 방향으로 설정했다. ‘미래를 이끄는 지식정보서비스 확대’, ‘꿈을 키우는 독서문화 진흥’, ‘삶을 가꾸는 평생학습 활성화’를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북촌지역에 위치한 지역 특성을 살려 ‘BOOK村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북촌 교육문화공동체 사업’ 추진과 청소년관 운영, 온 가족 책 잔치 행사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 족보 자료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1995년 개관해 2002년엔 문화재로 등록된 교육박물관도 보유하고 있다.



-정독도서관은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공도서관이다. 보유 장서는 얼마나 되나



정독도서관은 옛 경기고등학교 건물로 1977년에 개관한 서울시교육청의 대표 공공도서관이다. 한국 근대교육의 역사가 담겨 있는 역사적 장소로 도서관 내에 등록문화재와 유적이 자리 잡고 있다.
2020년 4월 현재 50만9142권의 장서와 연속간행물, DVD 등 비도서 2만6881점, 교육문화유물 1만6150점을 보유하고 있다.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대학도서관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보존서고가 부족해 매년 1만여 권의 책을 폐기하고 있어 안타깝다.



-정독도서관은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 외에도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이런 분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이 있나



시민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한다. 또 웹 콘텐츠인 전자책과 전자저널, 음원 스트리밍을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에서는 작품 전시도 운영한다. 다양한 독서 토론 모임도 진행한다. 매주 2회 영화를 상영하고 교육박물관에서 7080 교복과 교실 체험 등 소소하지만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특성상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 외에 북촌 지역을 찾는 관광객, 인근 직장인, 지역주민들도 정독도서관의 넓고 아름다운 정원을 쉼터로 활용하고 있다.



-프로그램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하고 있나



평생교육 강좌는 요가, 캘리그래피, 컴퓨터, 서예, 족보 교실, 역사 강의 등 여가 증진 및 생활건강과 밀접한 주제로 구성했다. 이 강좌에 참여하는 수강생은 주로 은퇴 후 제2의 삶을 개발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많다. 종로구에 위치한 특성상 어르신 이용자가 많고 주로 인문학 위주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편이다.
어린이실과 청소년관을 별도로 설치, 운영하고 있다. 유치원생, 초·중·고등학생, 학부모 등에게 특화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평일 낮 시간에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 야간과 주말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정해철 정독도서관/사진 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최근 서쪽 외벽을 활용해 ‘독립운동가의 길’ 조성작업을 기획했다. 기획의도와 반응이 궁금하다



중등교육의 발상지인 정독도서관과 서울교육박물관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했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독립운동가 초상을 보면서 그들의 생애를 느껴보는 기회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3. 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용감하게 활약한 독립운동가 8분을 선정했다. 특히 독립운동가 초상 하단에 QR코드를 설치해 정독도서관에서 소장한 관련도서와 DVD를 소개하고 있다.
길을 지나는 많은 분들이 지나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지켜보기도 하고, 자녀와 함께 QR코드를 촬영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앞으로 설치 가능한 위치를 더 발굴해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도서관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관장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도서관상에 대해 말씀해달라



공공도서관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시대 변화에 적응해왔다. 서가에 꽂힌 책이 도서관을 대표하는 이미지였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는 공간, 지역주민의 모임 공간, 네트워크를 통한 문화 창조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도서관은 기존의 도서 열람과 대출 같은 전통적인 기능 외에 새로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도서관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책 중심에서 사람과 관계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온라인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이용자들이 관계를 넓힐 수 있도록 더 많은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열람실을 북 카페처럼 편안한 열람공간으로 만들고 학업이나 독서에 지친 이용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 등의 시설도 구비해야 한다. 지역공동체 사회의 중심으로서 공공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이용자 개인 욕구에 초점을 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커뮤니티별 모임과 행사 및 프로젝트 작업 등을 지원해야 한다. 지역의 기록물, 예술품, 회고록 등을 확보, 전시하며 교육 콘텐츠를 개발·생산·전시하는 공간으로 거듭나 공유의 플랫폼 기능과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정독도서관의 경우 책과 역사적인 유적지의 오래된 정원 등이 어우러지는 스토리를 엮어내면 큰 강점이 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컨택트 문화 확산에 대한 계획이 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술잔 돌리기로 대표되던 회식문화가 변하고 있다. 재택 근무, 원격 근무, 유연 근무가 상당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서 관계를 맺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고립돼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선호하며 온라인으로 쇼핑이나 지식정보 수집 여가생활 등을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춰 우리 도서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과학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생산하고 수집,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보유장서의 디지털화와 온라인 공유, 클라우드 구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위 도서관에서는 수행하기 어렵다. 교육청 차원에서 도서관 서비스 수요를 조사하고 그에 부응하는 연차적 실천계획을 수립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해나가야 가능하다.
언컨택트 문화 확산으로 인한 사람들의 관계 단절과 고립을 막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습득한 지식과 정보를 나누며 지식을 생산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도서관이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북촌지역 재정비 사업과 연계한 정독도서관 현대화의 기본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
북촌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재탄생을 위해 현재 서울시교육청, 서울시, 종로구청 간에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상에는 북촌 서재와 개방형 자료관을, 지하에는 40만 권 수준의 서고를 계획하고 있다. 박물관과 유물 수장고, 강당 등의 공간과 동아리실, 갤러리, 강의실, 시청각실, 프로젝트 작업실 등으로 리모델링하고자 한다. 이용자 식당은 북카페로, 직원 식당은 공연장으로, 공원 지하에는 북촌지역주민들과 이용자들을 위한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안타깝게도 근무할 수 있는 임기가 1년밖에 안 된다. 이 짧은 기간에 앞서 언급한 기본 계획 수립과 더불어 사서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

☞정해철 정독도서관장이 추천하는 6월의 책은?
6월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창비, 2019)이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서는 아무도 차별한다고 말하지 않는데 왜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을 제시한다.
무심코 지나쳤던 유머나 표현이 고정관념이 되어 차별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들었다는 것, 평범한 것들이 특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되짚어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차별이 익숙한 사회에서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프로필 
건국대 경제학과 학사/한국 교원대 교육학 석사, 박사/교육시설관리본부 본부장/노원평생학습관 관장/서울시교육청 행정국장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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