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6.25 전쟁 70주년 평화 염원 '낯선 전쟁' 기획전 4시 온라인 공개

'과거 전쟁의 모습, 현재의 일상 속 전쟁의 이면' 노순택 작가 '미친 춤 이제 끝내라'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입력 : 2020.06.25 15:23

▲국립현대미술관 6.26전쟁 70주년 '낯선 전쟁' 기획전 포스터./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6.25(한국전쟁) 70주년, 흔히 동족상잔의 비극정도로 알려진 전쟁이고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전시의 이름만큼 ‘낯선 전쟁’일 것이다. 노순택 작가는 전화 인터뷰에서 “분단은 ‘오작동’으로 작동해 왔다”며, “괴물과 싸운다는 명분으로 스스로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 중인 작품 ‘좋은 살인’과 관련해 그 모순의 일면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가 서로의 거울임을 인정하는 것, 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평화를 원한다면 군비경쟁에 혈안이 된 두 바보(남북)의 미친 춤을 이제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 작가의 짧지만, 강한 메시지는 평화 VS 군사주의로 대립되는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의 일상의 이면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해로, 1950년 6월25일 전쟁 발발 1953년 휴전협정이후 대한민국(한반도)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을 비롯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마련된 대규모 기획전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6.25한국전쟁 당시 외국 종군화가들의 원화를 공개하고 싶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로 운송 수단이 막히는 바람에 호주나, 캐나다 원작을 영상으로 공개하게 되었다.”고 발굴된 작품의 아쉬움을 전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시대를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데, 지난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예전 이후 온라인 전시에서 세계 10대 뮤지엄으로 격상되었듯이 그런 후속으로 ‘낯선 전쟁’전이 이 땅에서 전쟁을 종식하는 그런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온라인 전시 전 23일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한국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지며 점차‘낯선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국가 내에서의 분쟁(내전)을 비롯해 국가 VS 국가, 종교VS종교 간의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지만, 미디어를 통해 마주하는 전쟁은 마치 게임 속의 3D, VR 영상처럼 간접적 전달에 그칠 뿐 일상에서 우리가 실감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국립현대미술관 6.25 전쟁 70주년 '낯선 전쟁' 기획전 노순택 작가의 '좋은 살인'이 전시되어 있다./

《낯선 전쟁》전은 국가 간 대립, 이념의 상충과 같이 전쟁을 설명하는 거시적 관점의 이면에서 전쟁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를 조명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말한다. 전시는 이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과 전쟁 없는 세계를 향해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며, ‘낯선 전쟁의 기억’,‘전쟁과 함께 살다’,‘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무엇을 할 것인가’로 공간을 나눠 진행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1.4후퇴 이전과 이후)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시공(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이 총망라된다.

미술관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과 재난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한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전시, 기획과 구성을 설명하는 과정에 “동족상잔의 전쟁 자료를 찾아보니 16대 참전국 + 동유럽(동구권)이 참전한 세계대전에 필적한 만한 전쟁이었다.”며, “그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게 되었고, 한국전쟁은 알게 되었지만, 다른 각도에서 발굴되었을 때 모두가 알게 되는 전쟁 한국 전쟁이라는 이름이 영국이나 호주에서는 잊혀진 전쟁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전쟁 대부분 모르거나 돌아간 후에도 (참전)을 이해받지 못한 전쟁이라”고 설명했다.

▲에르칸 오즈겐, 어른의 놀이, 200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56초../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소환한다. 김환기, 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 윤중식의 전쟁 시기 드로잉, 김우조, 양달석, 임호 등의 작품 등이 공개된다. 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 존 리치(John Rich)와 AP(미국연합통신) 사진가 맥스 데스퍼(Max Desfor)의 사진도 소개된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의 이보르 헬레(Ivor Hele)와 프랭크 노튼(Frank Norton), 캐나다의 에드워드 주버(Edward Zuber)가 전쟁 당시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디지털 이미지로 공개된다.

아울러 미국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전쟁 당시 포로와 고아 등 전쟁 속 민간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관련 자료도 공개되어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2부 ‘전쟁과 함께 살다’에서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술학도에서 군인, 포로, 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 세계적인 무기박람회장(서울공항 ADEX)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을 담은 노순택의 <좋은, 살인>(2008),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2019),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한 김세진의 신작 <녹색 섬광> 등이 소개된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를 짚어본다.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분쟁 지역 내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삶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Erkan Özgen), 전쟁 이면에 숨은 거래를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Robert Knoth)와 안토아네트 드 용(Antoinette de Jong) 등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김환기, 판자집, 1951, 캔버스에 유채, 72.5×90.3cm. 개인 소장(부산시립미술관 제공)(1)

4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2017)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2020)를 선보인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Documents Inc.)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단체 피스모모는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 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을 운영한다.

이와 함께 7월에는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전쟁을 다룬 다양한 동시대 영화 상영 프로그램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 마커(Chris Marker)의 <환송대>(1962)와 디앤 보르셰이 림(Deann Borshay Liem)의 <잊혀진 전쟁의 기억>(2013)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 20편이 상영된다.

전시 도록에는 역사, 문학, 미술사, 전쟁사,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0여 명이 참여하여 전쟁과 재난 속 미술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제안한다. 박명림(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 전갑생(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최종철(일본 미야자키 국제대학교 교수), 알렉산드라 토렌스(호주 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조은정(미술사학자), 최태만(국민대 교수), 서동진(계원예대 교수) 등의 원고가 수록된다.

한편, 《낯선 전쟁》전은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학예연구사의 생생한 설명과 함께 6월 25일(목) 오후 4시 약 40분 간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한다. 지난 3월 30일 유튜브 녹화중계로 진행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학예사 전시투어는 약 90분 간 총 1만4천118명이 시청했으며, 4월 16일에는 《수평의 축》전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최초 공개하여 3,000여 명이 동시 접속하며 온라인, 개막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필자는 친가와 외가가 남한으로 피난 온 실향민 후세대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해마다 임진각 망배단에 모여 이북5도민회, 통일부 장관 등 정부관계자와 재를 지냈던 기억이 있다.

전시된 작품 중 당시 피난 상황을 리얼하게 재현한 작품 하나에 주목했다. 기자의 집에 남은 사진과 함께 평소 집안의 어른들과 선친께들은 이야기와 너무 똑같았서 그 리얼리즘에 놀랐다. 기자의 선친은 6.25을 참전했고, 종군 활동을 했었다. 기자가 주목한 작품은 위로는 전투기와 폭격기가 좌우에 배치되었고, 가운데는 피난민을 가득태운 화물열차, 아래는 수레에 피난 짐을 가득 싣고 아버지는 앞에서 수레를 끌고 어머니와 딸은 뒤에서 수레를 미는 그림이다. 이 그림을 찾아보는 것도 또다른 관람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미술관 강수정 학예연구관은 동시대 활동한 작가들 중 전후 재건과 관련해 관심을 가진 작가들이 많았다고 귀뜸했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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