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연극의 해' 29년 만에 시작 알려… 미래를 향한 반성, 성찰과 도약

'지속가능한 창작 환경과 생태계, 안전한 환경' 주요 아젠다로 14개 사업 추진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 입력 : 2020.07.21 08:11
▲'2020 연극의 해' 기자간담회 참석자들 모습./사진제공='2020 연극의 해'

2020 ‘연극의 해’ 는 “이번에 연극 공연은 없다.”며 원로 연출가인 심재찬 집행위원장은 역설적인 표현으로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말문을 열었다. 심 위원장은 이어 “그 대신에 공연 환경을 어떻게 잘 조성할 건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춰 어떻게 '안전한 창작 환경'을 만들고, 그 생태계를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가져갈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는 안에 있었고, 관객은 바깥에 있다고 생각해 '관객 개발' 등이라고 표현했는데, 이제는 관객 설정을 새롭게 해야 하지 않나"라고 부연하며 ‘2020 연극의 해’ 새로운 의제 설정을 암시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심재찬 집행위원장, 방지영 부위원장, 정유란 사무국장, ​​​강윤지, 공재민, 성지수, 이종승, 임인자, 윤태욱, 정안나 집행위원이 참석하였고, 2020 연극 추진경과 영상과 집행위원장 인사말을 시작으로
자율집행위원회와 민간주도의 14가지 사업에 대한 설명순으로 진행됐다.

▲'2020 연극의 해' 조직위원회./자료제공='2020 연극의 해'

◆미래를 향한 공연예술의 새로운 도약의 해
1991년 연극영화의 해 이후 29년 만에 ‘연극의해’로 2020년이 지정된 가운데, 20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그 시작을 알렸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 장관이 대학로 간담회에서 2020년을 ‘연극의 해’로 지정하겠다고 2019년 4월 30일 선포한 바 있다.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집행위원장 심재찬)는 '담론과 실천으로 세상과 만나다'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12월까지 '연극, 우리의 오늘을 응원한다'라는 슬로건 아래 담론과 실천을 담는 사업들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가 한 해를 특정분야로 지정하여 1년 동안 장단기 발전계획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삼십여 년 간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변화와 도약을 이뤄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극’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2020 연극의 해’에는 ‘공연’과 ‘축제성’이 없다. 많은 변화를 거쳐 온 이 시기에 지난 대한민국 연극의 역사와 사회를 돌아볼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2020 연극의 해’는 운영의 과정에 있어 ▲성별 ▲나이 ▲경력 ▲장애 ▲성적지향 ▲성정체성 ▲국적 ▲인종 ▲학력 등에 의해 생기는 접근성의 차이를 고려하며, 차별하지 않는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2020 연극의 해’는 ‘미투’, ‘블랙리스트’ 등 우리사회에 목소리를 내온 연극계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연극의 사회적 기능을 재인식하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지기로 했다. 2020 연극의 해 추진사업들을 통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나아가 연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2020 연극의 해 ‘민간 자율집행위원회 8차례 회의 그리고 민간주도 사업’
‘2020 연극의 해’ 추진이 공식화 된 이후에 한국연극협회가 2019년 5월부터 추진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 등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후 연극계는 다양한 계층을 수용한 집행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연극계 전반을 아우르는 집행위원회 구성을 위해 문체부와 함께 6차례의 열린 토론회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연극인 주도 민간자율의 집행위원회는 연극인들과의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추천받은 연출, 연기, 무대기술, 극작, 공연기획 등 분야의 인사들로 구성됐으며, 위원장은 호선으로 선출된 연출가 심재찬 전 문화예술위원회 사무처장이 맡고, 당연직 3명을 포함해 총 18명의 집행위원이 선출되었다.


이렇게 모인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는 ▲‘안전한 창작환경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관객 소통의 다변화’ 라는 대전제를 통해 내부에 3개의 분과를 구성하였다. 각 분과에서는 연극계 현존하는 다양한 의제들을 발굴하고, 연극인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사업 계획들을 구성하여 많은 논의를 거쳤다.

각 분과에서 구성한 사업들은 7차에 걸친 집행위원회를 통해 진행 사업과 사업별 예산을 확정했으며, 기존의 탑다운(상향식) 방식의 의결구조가 아닌 바텀업(하향식) 방식의 의견 수렴을 위해 노력한 만큼 사업내용 확정까지 오랜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과정을 가졌다.

이번 ‘2020 연극의 해’는 다양한 세대, 다양한 분야의 의견들을 수렴하고자 많은 공력을 쏟았다는 것에 더더욱 의미가 크다. 확정된 사업들은 올해 안에 추진하여 결과보고까지 마무리 된다. 이와 같이 연극계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가 담긴 ‘2020 연극의 해’가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선다. ‘2020 연극의 해’ 사업들에는 더 안전하고 건강한 공연계를 조성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 담겨있다.

▲'2020 연극의 해' 집행위원회./자료제공='2020 연극의 해'

새로운 의제 설정, 3대목표 14가지 사업 방향 그리고 시대적 담론 
집행위원회는 ‘안전한 창작환경,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관객 소통의 다변화’라는 3가지 목표에 따른 14가지 사업들을 추진하며, 구체적으로 공정한 보상‧차별금지‧청년‧젠더감수성‧안전한 환경이라는 시대적 담론들을 다뤄낸다.

이 담론들은 비단 연극계 뿐 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체가 해결해나가야 시대적 과제로써 맞닿아있다는데 매우 중요한 의제이다. 모든 사회문제에 앞장서 온 연극계가 연극의 해를 맞아 다시 한 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미 있는 작업을 이처럼 시도하는 것이다.

‘안전한 창작환경’을 목표로 <연극인공감 120>, <‘공정보상’ 체계를 위한 기초연구>,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성인지 감수성을 위한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orea Theatre Standards) 전국 워크숍>, <전국 무대안전 조사보고서 작성 및 온라인 안전교육 모니터링>, <장애인의 공연장 내 재난대피 가이드 및 워크숍>까지 총 5가지 사업이 핵심 의제 사업으로 추진된다.

먼저, <연극인공감120>은 일종의 ‘콜센터’ 형식으로 현실적인 복지증진과 연극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을 들어 주고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플랫폼. 전국 연극창작환경 실태조사 및 공연예술인들의 예술노동에 대한 <‘공정보상’ 체계를 위한 기초연구>도 함께 추진된다. 이는 최근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과 최저임금과 관련된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오는 한편, 예술인들의 정당한 보상 체계에 대한 인식 조사와 보상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차별과 폭력 없는 안전한 창작환경을 위한 <한국공연예술자치규약(Korea Theatre Standards) 전국 워크숍>도 이루어진다. 미투 이후 안전한 창작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위계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스스로의 선언과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10개 지역의 순회 워크숍을 개최하고 자치 규약을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예정이다.

공연장 안전관련 제도개선안 마련을 위한 <전국 무대안전 조사보고서 작성 및 온라인 안전교육 모니터링> 사업과 공연장에서 재난 등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장애인의 공연장 내 재난대피 가이드 및 워크숍>도 추진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라는 목표를 위해 <전국 청년 연극인 네트워크 구축>, <전국 연극인 젠더 감수성 워크숍>, <극장 시설 접근성 개선 워크숍-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 <공연접근성 확장 워크숍-다른 방식으로 보기>, <전국 연극인 인적 네트워크 서비스_연극인 일자리 매칭 앱>까지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세부 사업 5가지가 추진된다.

이어 청년 담론을 다루는 <전국 청년 연극인 네트워크 구축>는 전국 6개 지역에서 라운드 테이블을 통해 수도권 집중 현상 및 지역 청년 연극인의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담론을 다루는 <전국 연극인 젠더 감수성 워크숍>는 전국 8곳에서 워크숍 및 좌담회 형식으로 만나, 각 지역의 연극인들과 젠더감수성을 고려한 예술 창작의 의의와 방법론을 고찰하고 모색할 계획이다.

이 두 사업은 8월부터 11월까지 지역별로 진행된다. 대한민국 현 세대의 중요한 화두로 꼽히는 문제로 지속가능한 연극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대적 과제인 이 두 사업의 행보 역시 기대를 모은다.

‘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지며, 국내에서 현실적으로 공연장 접근이 어려운 베리어프리 등 장애인들을 위한 접근성 개선 사업들도 추진된다. <극장 시설 접근성 개선 워크숍-극장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가>을 통해 극장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공연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연극을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취지다.

또한 <공연접근성 확장 워크숍-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비장애인 중심의 공연관람 환경에서 장애인들이 소외되어옴에 따라, 문자통역‧수어통역 등 각 공연의 접근성을 확장하는 요소에 관한 워크숍을 통해 장애인들의 공연접근성에 기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전국 연극인 인적 네트워크 서비스_연극인 일자리 매칭 앱>는 실시간 일자리 정보 매칭 앱 운영으로, 연극계의 불규칙한 구인구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많은 연극계의 특성상 구인구직자간의 원활한 연결을 도모함으로써 일자리를 찾는 연극인과 단체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병인 작가의 '2020 연극의 해' BI가

◆관객소통의 다변화 with 코로나를 향한 발검음
‘2020 연극의 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함께하는 일상에 대비하여 연극을 ‘대면’과 ‘비대면’으로 만날 수 있는 사업을 양방향으로 준비한다. <언도큐멘타>, <즐거운 거리두기:어린이 청소년(가족) 대상 공연>, <연극 해설사 육성 프로그램>, <전국 연극인 세대 공감(2(0)20 공감버튼‧라떼토크)>는 ‘관객소통의 다변화’라는 목표 하에 추진되는 사업이다.

‘2020 연극의 해’에서 이러한 사업이 준비된 것은 연극이 관객과 대면으로 마주하는 현장성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기에 연극을 지키면서도, 코로나19와 같이 바이러스가 일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작금의 시대 어떻게 관객을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공연계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먼저, ‘대면과 비대면’을 동시에 진행하는 사업 <언도큐멘타>는 극장과 인터넷 스트리밍, 두 가지 형태로 관객들을 만난다. 이 사업은 ‘2020 연극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시선으로 연극계 역사 전체를 재조명하며, 연극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작품들에서 발췌된 장면들로 구성된 갈라(GALA) 작품 공연이다.

1920년도부터 현재까지 한국연극 역사 안에서 배제되었던 사각지대를 통해 연극의 역사를 재방문하고, 연극의 역사화 과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 연극계의 위계를 성찰하고 미래를 위한 폭넓은 관점을 제시한다. <언도큐멘타>는 10월 마지막 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3일간 공연된다.

‘대면’으로만 관객을 만나는 사업도 있다. 더 이상 일상생활을 멈출 수 없고, 거리두기를 생활 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측면에서, 공연에 있어서도 바이러스 속에서도 안전한 공연 관람 문화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즐거운 거리두기 : 어린이 청소년(가족) 대상 공연>은 안심 공연장 운영으로 가장 활동 제약이 컸던 아동청소년들에게 코로나블루를 해소하는 공연예술 관람과 체험의 기회를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온 가족이 맘 편히 즐길 수 있도록 공연의 안정적 운영과 야외 및 대안 공간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장을 운영하여, 아이들의 정서적 압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극 해설사 육성 프로그램>은 미술계에서 쓰여 왔던 ‘도슨트’ 개념처럼 관객들이 연극인에게 연극인에 대한 해설을 직접 듣는 ‘연극 해설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 시범 사업 동안에는 많은 해설사가 육성되진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반시민들의 연극에 대한 접근성과 관심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비대면’ 사업은 다양한 형태로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에 의의를 가진다. 비대면 콘텐츠 중 하나인 <전국 연극인 세대 공감(2(0)20 공감버튼‧라떼토크)>은 <연극인 유투버 지원>과 <라떼토크> 두 가지로 나뉜다. 연극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영상 콘텐츠들을 통해 연극인부터 일반인까지 전 세대의 공감대를 높이고자 한다.

<연극인 유튜버 지원>는 220인의 연극인 유투버들이 참가하는 방식이며, <라떼토크>는 젊은 연극인과 원로 연극인들이 같은 주제로 대화를 펼치며 세대 공감을 이끄는 콘텐츠이다. 그 외에 기존에 시도 되었던 실황 생중계 개념을 넘어 연극을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게끔 하는 사업도 추진될 예정이다.

한편, ‘2020 연극의 해’는 위에 언급된 사업을 포함해 총 14가지 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공연 생태계와 건강한 연극계를 만들어 나간다.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을 ‘돌아보기’와 ‘도약’의 기회로 삼는다. ‘2020 연극의 해’를 상징하는 캘리그라피는 대한민국 대표 글씨예술가 강병인 작가의 작품이다. 강병인 작가는 이 글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극인 그리고 전 지구인의 아픔을 담았으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모든 연극인들이 활짝 웃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캘리그라피에 담긴 핵심 컬러는 블루, 그린, 오렌지다. 블루는 깨끗하고 청렴한 연극계의 창작환경을 만드는 질서를 표현하며 ‘안전한 창작환경’을 상징한다. 그린은 연극계의 평화와 지속의 의미로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의미한다. 오렌지는 끊임없이 이 시대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명랑하고 생생한 연극을 뜻하여 ‘관객소통의 다변화’의 대표 색으로 사용된다. ‘2020 연극의 해’의 캘리그라피와 핵심 컬러는 청렴하고 평화로운 연극계, 생생한 연극이 이어지길 응원하는 연극인들의 마음을 담아냈다.

2020년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들이 멈춘 시간이었다. ‘연극의 해’ 또한 마찬가지다. 작년에 이미 발표된 사업이지만 올 상반기 추진은 쉽지 않았다. ‘2020 연극의 해’는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연극이 모든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일회성 행사가 아닌 일상 속의 예술이 존재할 수 있도록 생태계에 대한 고민으로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들이 주요 골자다. 코로나로 멈췄던 대한민국이 다시 움직이는 때, with 코로나19를 준비하는 국민의 일상에 ‘연극의 해’가 응원과 격려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choi0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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