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피살 공무원 아들에 '타이핑된 편지' 보내…유족 측 "허탈하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0.10.14 11:16
북한 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가 5일 피살 공무원의 아들이 대통령에게 자필로 쓴 편지를 공개했다./사진=이래진씨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군에 피격당해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 아들에게 보낸 답신에 유족 측은 "실망감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모군은 지난 6일 문 대통령 앞으로 2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보냈다. 이모군은 편지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이에 지난 8일 청와대는 대통령의 공식 답장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씨의 형인 이래진(55)씨는 지난 13일 문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친필이 아니라 컴퓨터로 쓴 편지고, 기계로 한 서명이 찍혀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편지에서 '마음이 아프다', '위로를 보낸다', '해경의 조사·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등의 언급을 했다. 하지만 이씨는 "막상 내용을 보니 실망감과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며 "고등학생 아들이 절규하는 마음으로 쓴 편지의 답장이라곤 생각하기 어려웠고, 무시당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 대통령의 답신에 대해 내용과 형식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답신은)수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에서 한 걸음도 내딛지 못했다"며 "타이핑된 편지는 친필 사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형식과 의례 그 이상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에는 성심과 성의를 다해 종전선언을 속삭이면서도, 정작 애가 타들어 가는 우리 국민에게는 희망 고문만 되풀이하는 대통령에 유가족과 국민들은 자괴감만 커진다”고 밝혔다.

조경태 의원 역시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지켜줄 대통령이 없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답장이 컴퓨터로 타이핑한 글이라니 내 눈을 의심했다. 유가족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해도 되는가"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아직까지 유가족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가 진심으로 애도하고 북한의 만행에 대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도 했다.

한편 이래진 씨는 14일 오후 1시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 편지의 상세 내용에 대해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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