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선택적 정의 vs 선택적 의심'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0.11.02 15:06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국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일정과 대상이 축소됐고 거여(巨與) 구도 속에 증인·참고인 채택이 줄줄이 무산됐지만, 과반을 차지한 초선 의원들이 참신한 이슈로 국감에 변화를 줄지 관심이었습니다.

결국 여야 간 정쟁에 따른 파행, 대안없는 지적과 말잔치, 근거 없는 폭로 등 기존의 고질병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맹탕국감'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선 위원장이 반말로 호통을 치자 야당 간사는 욕설로 대응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여야간 헛심 공방이 계속되면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달 2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한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감은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생중계 실시간 시청률이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10%에 육박하며 국민적 관심을 증명했습니다. 정국을 달구고 있는 라임·옵티머스사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촉발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대립이 격화된 상황 탓입니다.

윤 총장은 국감장에서 건건이 여당 의원들과 충돌했습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윤 총장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비판했고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이 옵티머스 관련 전파진흥원의 수사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사실을 문제 삼은 데서 비롯됐는데 당시는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했던 시기였습니다.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의심이란 문답이 지금의 검찰과 정치권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수사권과 경찰 수사지휘권을 모두 갖고 있고 기소권을 독점해 선별 기소할 수 있는 검찰 권력은 태생적으로 선택된 정의를 위해 작동하는 구조적 결함을 갖습니다. '조직을 보호하고 기득권을 지키는 정의'로 얼마든지 둔갑할 수 있습니다.

선택적 의심이란 비판으로부터 정치권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검찰을 정치권력이 장악하던 시대는 끝났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수사의 방향과 결과를 재단·해석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야당뿐 아니라 집권 세력도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충돌로 검찰이라는 공적시스템이 갈수록 망가지고 있는 현실은 검찰개혁의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힘겨루기 공방전은 국감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권력형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는 라임·옵티머스 정관계 로비 의혹, 새롭게 제기된 현직검사 접대 의혹 등은 또 한번의 '수사지휘' 갈등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들 사건 만큼은 선택적 정의와 의심이 아닌, 합리적 정의와 의심으로 평가받길 기대합니다.
sdw70@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