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인구 감소·고령화…'통합'이 살 길

[지자체 정책 돋보기]대구와 경북, 부울경에 광주와 전남 등 광역 통합논의 봇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12.11 09:16
“뭉쳐야 산다”

민선 7기 자치단체장들의 지역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모든 지자체의 공통된 문제는 인구 감소다. 수도권 인구 집중화로 지방 소멸에 대한 걱정이 크다. 군이나 읍 지역으로 들어가면 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며 인구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자체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자치단체 통합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대구·경상북도, 광주·전남, 부산·울산·경상남도, 대전·세종 등이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 

지금의 행정구역은 1995년 지방선거가 민선으로 바뀌기 전에 조정한 게 대부분이다. 1995년 이전인 관선제 시절에는 내무부(현 행정자치부)가 행정구역을 조정하는 데 전권을 쥐고 있어 자치단체장이 임의로 행정구역을 조정할 수 있었다. 1995년 1월 행정구역 개편 때 인접한 시(市)와 군(郡)을 합치는 방식으로 경기 평택시·강원 춘천시 등 39개 도농통합시가 만들어졌다. 민선으로 바뀌고 난 후부터는 주민투표, 해당 기초자치단체와 상위 단체인 광역자치단체들 간의 의견 조율과 행정안전부 등의 협조가 필요하다. 1995년 이후 지방 간 통합이 성사된 곳은 전라남도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통합한 여수시(1998), 경상남도 창원시·마산시·진해시가 통합한 창원시(2010), 충청북도 청주시·청원군이 통합한 청주시(2014) 등이다.

시 단위에서만 이뤄졌던 도농통합 논의가 민선 7기 들어 광역과 도 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역이 통합되면 인구와 예산이 늘어나는 것과 지역 간 불필요한 경쟁이 없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열린 9월 21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별관 대강당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공론화 위원들이 ‘대구·경북 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을 기원하며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구·경상북도



가장 먼저 광역 단위 통합에 나선 곳은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다. 1981년 분리된 대구와 경북은 40년 만에 통합 논의가 나왔다. 통합 논의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다.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2060만원으로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최하위다. 경북 23개 시·군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19개 시군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행정구역을 통합하게 되면 면적은 전 국토의 20%, 인구 512만 명, GRDP 167조700억원 규모의 거대한 자치권과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

지난 9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구성돼 통합에 대해 본격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대구특례시+시·군 체제 △대구경북특별자치도+시·군·구 체제 등 두 가지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위원회에서는 주민투표를 거쳐 2022년 7월까지 행정 통합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9월 22일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식에서 “대구·경북을 따로따로 해서는 앞으로 번영은커녕 생존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같은 자리에서 “이미 우리는 혼재해서 살고 있다. 행정으로 선을 그어놔 일이 제대로 안 된다”며 “대구는 생활과 교육 중심, 경북은 산업과 생산거점으로 역할을 분담해 수도권과 맞설 수 있게 되고 국제도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달 2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광주·전남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통합론을 꺼내든 사람은 이용섭 광주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9월 10일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대비 정책토론회 축사에서 “광주·전남의 행정통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월 15일 확대 간부회의에서 광주·전남 행정 통합 논의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 시장은 “(광주와 전남의 통합이)의견 수렴 등 갈 길이 멀지만 더는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기본 구상, 연구 용역 등 실무 착수를 선언했다. 이 시장은 “즉흥적인 것도 아니고 어떤 정치적 계산도 없이 광주·전남의 상생과 동반성장, 다음 세대에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려면 더 늦기 전에 시작돼야 한다는 게 평소 소신”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제안에 김영록 전남지사는 신중론을 지켜오다 지난달 8일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통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한 시도나 어느 지역에 불리하게 작용돼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광주·전남 통합 합의문에는 △민간 중심 및 공론화 추진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행정통합 용역 △연방제 수준 지방분권 △현재의 시청·도청 기능 유지 △주요 현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 통합 추진 등 6개 조항이 담겼다. 용역 기간 1년, 검토·준비 기간 6개월을 거쳐 시·도 통합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통합단체장의 권한을 강화해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과 재정지원 확보 등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협력한다는 등 내용도 담겨 있다.

두 지자체는 통합에 성공하면 인구 330만 명에 GRDP는 1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의 광주와 전남의 연간 예산규모는 각각 6조원과 10조원대다. 

특히 불필요한 지역 간 갈등도 해소된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2018년 민선 7기 이후 △군·민간공항 이전 △혁신도시 발전기금 △2차 공공기관(혁신도시 시즌2) 유치 △혁신도시 고형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가동 △버스 노선 △교육행정구역 조정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두 지자체는 청사 세부문제 등을 둘러싼 의견 조율, 지역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공직 사회 공감대 형성에 이은 주민투표, 지방자치법 개정 등에 대해 앞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0월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동남권 메가시티와 지역주도형 뉴딜'을 주제로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부산·울산·경상남도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부산·울산·경남이 주축이 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민선 7기 핵심 정책으로 정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4일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현장최고위원회 및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동남권 메가시티’ 성공을 위해서는 부울경 행정통합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역 균형 뉴딜이 성공하려면 유연한 권역별 발전전략과 궁극적으로 권역별 시·도 간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울경은 역사적으로 동질성이 있고, 제조업 기반 산업이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구축되면 국내 최초로 동남권 특별 연합이라는 행정 공동체를 꾸리게 될 뿐 아니라 생활·경제·문화 분야도 하나의 권역으로 묶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만들어지면 인구 800만 명에 GRDP는 280조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세 도시를 광역화해 경쟁력을 갖춘 거대도시권을 형성하고 ‘대한민국 제2수도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3월 구성된 ‘동남권 상생발전 협의회’에서는 국가균형발전, 교통, 관광, 산업 등 분야별로 광역 단위의 협력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세 자치단체는 지난달 14일 만나 동남권 메가시티 기본 구상안을 발표했다. 또 내년 3월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김 지사는 우선 1단계로 부산과 경남이 먼저 통합하고, 분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울산은 적절한 시기에 2단계로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왼쪽부터)가 지난달 20일 오전 세종시 국립세종수목원 대강당에서 열린 충청권 행정협의회에서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 구축에 상호협력 하는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전·세종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의 통합논의도 불붙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7월 대전형 뉴딜정책 발표 브리핑에서 “행정수도의 실질적인 완성과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 대전과 세종이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 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지난달 3일 세종시청에서 ‘2020년 세종-대전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도시는 평면적 협업 관계를 넘어 전략적·입체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 광역 거점도시 도약을 위해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기로 하고 경제 자유구역 지정과 광역교통시스템 개선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두 도시는 지난 2월부터 실무 협의를 통해 교통과 경제·산업, 문화·교통, 교육, 안전, 자치행정 등 6개 분야 32개 협력과제를 선정했다. 대전도시철도 1호선을 세종까지 연결하는 안과 접경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안 등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허 시장은 “대전과 세종·충청은 이미 공동생활권이고, 행정수도의 실질적 완성과 국가균형발전 중심축으로의 발전을 위해 함께 가야 할 운명공동체”라며 “충청권 메갈로폴리스의 거점으로서 대전이 상생협력 기반을 다지고 광역도시 기능을 강화해 지역을 넘어 국가균형발전을 주도해가겠다”고 밝혔다.

또 대전세종 통합을 넘어 충청북도와 충청남도가 포함된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허 시장과 이 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는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충청권 행정협의회를 열고 ‘충청권 광역생활경제권(메가시티) 추진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는 합의문을 통해 △4개 시·도 간 상호 협력 강화 △광역생활경제권 전략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공동 수행 △충청권 광역철도망 등 광역사업 적극 협력 △협의체 구성 및 행정협의회 기능 강화 등을 합의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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