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LH 사태로 드러난 ‘不正’의 카르텔, 다시 생각하는 ‘정의론’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1.04.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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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년 국내 서점가에선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이 일었습니다. 27세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라는 저자의 화려한 경력과 당시 한국사회의 인문학 열풍이 맞물리며, 책은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습니다. 교육방송은 그의 하버드 수업을 통째로 방영했고 샌델 교수의 내한 특별강연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제레미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적 정의론, 존 롤스의 평등적 정의론이 거론됩니다. 샌델 교수는 벤담 공리주의와 롤스 정의론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행위의 동기’를 정의로움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보는 칸트의 시각과 “정의란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주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정의관을 소개합니다.

샌델 교수가 말하는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자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사회는 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걱정하고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를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공론화하고 불평등이 시민에게 미치는 결과와 그것을 바로잡을 방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4·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투기 사건은 권력집단과 기득권 세력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不正’의 카르텔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고 ‘촛불’과 ‘광장’의 힘으로 많은 것을 달성했다고 믿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정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합니다.

개발 예정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거 검찰이 주도했던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 참여정부의 2기 신도시 투기 수사에서도 개발 정보에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직자들의 불법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이번 투기세력 중에는 지자체·지방의회 공직자뿐 아니라 청와대 직원, 현역 국회의원의 이름도 나옵니다. 수사 주체가 전국 시·도경찰청으로 확대되면서 수사 범위 또한 전국 단위로 넓어졌습니다.

샌델 교수의 정의론에 대해 반론도 많습니다. 그가 말하는 ‘공동체주의’가 현재 정의를 논할 수 있는 프레임으로 적절치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 공동체가 정의롭다’ 대신 ‘공동체 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법과 정치는 제도와 규칙의 영역이며 도덕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말의 도덕조차 부재한 투기꾼들의 세상을 보면, 미덕과 공동선을 강조하는 샌델 교수의 논의는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유용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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