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사회 초년생을 위해 잘 쓴 자기계발서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1.04.08 10:13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나와 같이 좀 가야겠다.” 열여덟 살의 뜨겁던 여름날, 아버지의 비서에게서 전화가 왔다’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저자의 출생과 성장, 재벌 가(家)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제시한 글쓰기의 대원칙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 가장 충실한 대목이다. 저자는 ‘출생의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털어놓고는, 그것이 자신의 인생에 ‘결과적으로 다행한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쉽게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늘 사원들에게 말한다. “단순반복적인 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빨리 잘하는 것에만 집중해서는 ‘뭘 좀 아는 사람’이 되기 어렵다. ‘내가 이 일은 왜 해야 하고, 다음에 어떤 일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주변을 둘러싼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사람이 ‘뭘 좀 아는 사람-직장에서 중요한 일을 맡게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대체 누구일까? 그는 두산 인프라 코어 회장이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이다.

2014년 4월의 진도 앞바다는 세월호에게 너무 잔인했다. 그에게 그룹 계열사 직원의 아이도 그 배에 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며칠의 초조한 시간이 흘렀고, 그는 가만히만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진도로 내려갔다. 눈에 띄는 게 조심스러워 작은 차를 구해 타고 가 조용히 아이의 부모를 만났다. 그는 그해 그렇게 두 번 진도에 갔다. 그에게 진도는 생각보다 참 먼 곳이었다. 대한민국 대표(?) 부자 박용만은 알고 보니 이런 사람이더라.

지금까지 ‘재벌 회장님’을 산 채로 직접 볼 일이 한 번도 없었던 필자에게 그가 쓴 산문집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재벌 가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던 막연한 편견이나 오해가 아주 많이 풀렸다. 심지어 서평가로서 딱 보니 글 잘 쓰는 프로에게 돈 주며 대필을 시켰거나 출판사에서 마사지(윤문)를 세게 한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뼛속에서’ 쓴 글임이 분명하다. 많은 공부와 독서가 아니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문장도 수두룩하다.

부잣집 아들인데 공부도 잘해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보스턴 대학교 석사를 ‘야매’가 아닌 정품으로 딴 저자의 지식, 유머, 처세술에 도처의 휴머니즘까지 CEO에게는 근사한 리더십을, 직장 초년생에게는 승진과 성공에 도움이 될 아주 잘 쓴 자기계발서 혹은 채근담 한 권을 빠르고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의 취미는 ‘혼자 싸돌아 댕기며 사진 찍기’다.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박용만 지음 / 마음산책 펴냄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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