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NOW]지자체,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 치열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1.05.20 14:12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이 7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영화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관련 간담회를 열고 주요 작품 및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방자치단체들이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전에 나섰다. 지난 4월 28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은 고인이 수집한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자산 가치로만 3조 원대로 실제 문화적 가치는 환산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공개적으로 밝힌 지자체는 경기도와 용인·수원·평택·오산시, 부산·대구·경주·창원·진주·여수·의령 등 20여곳에 달한다.

지자체들은 저마다 이 회장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미술관 유치에 뛰어들었다. 수도권은 삼성본사와 반도체 공장 등이 있는 점을 들어 '삼성'과의 인연을 강조한다. 경상도의 경우에는 이 회장과 그의 부친 고(故) 이병철 회장의 고향인 점을 앞세운다. 그러나 정작 정부나 삼성 측은 미술관 건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아 미술관 유치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기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 경쟁에 남·북으로 나뉘어


경기도는 지난 14일 중첩규제로 어려움을 겪어 온 경기북부 주민을 위해 미군 반환공여지에 국가문화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긴 '이건희 컬렉션 전용관 유치 건의문'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경기도는 건의문에서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을 강조하고,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국토균형발전 정책에서 소외되고 역차별받은 경기북부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도의 입장과 다르게 수원과 용인,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자체는 개별적으로 '삼성'과의 인연을 내세워 미술관이 유치전에 참여했다. 

수원은 삼성 본사가 있는 점을 강조, 특별한 연고가 있는 곳이라고 내세웠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12일 온라인 대담에서 "여러 지자체가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는데, 수원시장으로서 당연히 욕심 난다"며 "수원은 다른 지역과 달리 (이 회장이나 삼성그룹과) 특별한 연고가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은 삼성의 본사가 있고 삼성전자가 이곳에서 발전해 세계적인 기업이 됐으니, 우선권은 수원에 있다"며 "특히 이목동에 이 회장 묘소가 있고 가까운 곳에 삼성이 재단을 내서 운영한 성균관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용인에는 이병철 회장의 소장품을 만날 수 있는 호암미술관이 있다. 이곳에 이건희 미술관까지 건립되면 삼성가가 대를 이어 수집한 컬렉션을 한 번에 관람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군기 시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세상에 우연은 없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하라'는 말처럼, 용인시는 호암으로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겨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산시는 내삼미동 공유지에 미술관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 17일 △내삼미동에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있는 3만8천여㎡의 부지 △관광단지 내 다양한 볼거리 △인천공항과 경부고속도로와 같은 교통 접근성 등 유치 이유로 들었다. 곽상욱 시장은 "수도권 사통팔달 중심의 위치에 있는 오산시가 이건희 회장 컬렉션의 가치와 의미를 국민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라고 설명했다.


◇대구, "이건희 회장 출생지"…유치위원회 구성


대구시는 고 이건희 회장의 출생지라는 점으로 유치 명분을 앞세운다. 시는 지역 문화계와 예술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국 최초로 유치위원회를 구성, 실무논의에 들어갔다. 미술관이 들어설 부지로 대구시청 별관과 이 회장 생가터인 대구 중구 인교동 일대와 옛 삼성상회가 있는 북구 침산동 삼성창조캠퍼스, 간송미술관이 들어서는 수성구 삼덕동 일대 등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시청 신청사가 들어설 옛 두류정수장의 절반을 떼어내서라도 이건희 미술관을 반드시 유치하고 싶다"고 드러냈다. 

경주는 이병철 회장이 경주이씨 판정공파 후손으로 중앙종친회장을 맡았고, 경주 동천동 경주 이씨 제실 앞에 이 회장이 직접 쓰고 기증한 경모비가 있다는 인연을 강조했다. 시는 고 이건희 회장의 유족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에 구체적인 유치방안을 전달하는 등 유치전에 본격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건희 미술관이 경주에 온다면 부지제공, 건축비 분담 등 모든 행,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경주역 이전부지, 구 시청사 부지, 보문관광단지 내 육부촌 및 경주엑스포대공원 등 삼성 측이 원하는 장소 어디라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0일 오전 부산 서구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국제관 다우홀에서 '부산의 새로운 미래 산학협력 도시'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되면 시너지 엄청날 것"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국 지자체장 중에서 가장 먼저 이건희 미술관을 부산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이건희 미술관, 부산에 오면 빛나는 명소가 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 북항에 이건희 컬렉션 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박 시장은 "부산 북항은 세계적 미항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곳"이라며 "이곳에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건립 중인데 그와 나란히 이건희 미술관이 들어선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가 이뤄지면 북항에 루브르박물관,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퐁피드미술관 같은 세계적 미술관처럼 그 자체가 하나의 미술작품이 되는 건축물을 짓겠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에서는 삼성 창업자 고 이병철 회장의 고향이라는 점을 앞세운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지난 17일 진주시 본성동 진주성 내 국립진주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회장의 소장품을 전시할 '이건희 미술관'에 대한 유치방안을 발표했다. 조 시장은 "진주에 삼성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의 모교이자 기업가 정신의 성지로 불리는 옛 지수초등학교가 있다"며 "그의 창업정신인 사업보국, 기술 중시, 인재 제일의 정신은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敬義)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어 진주에 유치하면 삼성의 경영철학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령군은 이병철 회장이 출생한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기증 의미를 잘 살려 많은 국민이 좋은 작품을 감상하도록 이건희 미술관을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유치해 호암문화대제전과 더불어 지역 문화가 한층 도약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 창원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유치가 함께 이건희 미술관을 마산해양신도시에 지어 수도권 초집중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영시는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에 이 회장이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1488점 작품 가운데 '황소' 등 이중섭의 작품 104점 기증 요청 문서를 보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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