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라면 리더답게 -고(故) 정두언의 명복을 빌며-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1.08.02 10:16
최보기 북 칼럼니스트
“나는 손해 보는 일은 참아도 사리에 안 맞는 일은 못 참습니다. 나는 무엇이 되는 것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느냐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나는 손가락질 받는 높은 사람보다 인정받는 낮은 사람이 되길 더 원합니다. 나는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겠다는 엄청난 욕심을 가지고 정치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 ….”
그는 또 이렇게 말했다. “개혁이란 결국 기득권과의 싸움인데, 개혁이 어려운 것은 기득권의 반발 때문이고, 더 큰 장애는 잘못된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이다. 외고 같은 학교는 역사상 없었고 지구상에도 없는 해괴망측한 학교다. 무슨 일이든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다 보면 잃는 게 있고, 얻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위 가진 게 많은 기득권자, 주류 다수파는 매사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크게 생각한다. 그러니 변화와 개혁은 구두선일 뿐이다. 당시 보수언론은 나를 보수에 섞여 들어온 불순한 좌파로 몰아붙였다. 외고개혁 당시 내가 보수언론을 상대로 벌인 치열한 논쟁과 설득 노력은 지금 생각해봐도 무모하리만치 지난한 일이었다”고.

그는 이런 소신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감세, 흑백 편가르기와 지역주의 같은 역린(逆鱗)에 맞서는 선봉에 섰다. 창업공신에게 주어진 꽃길을 박차버린 그를 누르려는 거대 권력에게 “군정은 종식되었지만 왕정은 종식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대통령 절대권력 중심제가 삼권분립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을 막도록 ‘국민 경선 공천제’를 주창했고,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추진했다. 

그는 2021년 현재 가장 뜨거운 사회·정치 이슈인 ‘공정’에 대해서도 그때 벌써 “공정한 기회만으로는 불충분하다. 더욱 공정한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고 앞서 주장했다.

그는 행정관료 출신 정치인 고(故) 정두언이다. <정두언, 못다 이룬 꿈>은 거친 초고 형태로 남겨진 고인의 글을 기자 신분으로 그와 교분을 가졌던 소종섭이 다듬어 엮은 회고록이다. 회고록인 만큼 주인공에게 불리한 내용은 빼고, 유리한 내용만 편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지금 한국 정치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정두언, 그가 남겨놓은 정치, 펼치려 했던 정치를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정치인 책은 정치적일 것이므로 일독을 권하지 않았던 필자의 규칙을 모처럼 깬 이유도 고인의 진정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기득권에 둘러싸인) 정치인이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기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겨루고, 버티어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리더가 하나 둘 늘어난다면 국민은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정두언만큼만’ 하자. 그는 “지나고 보니 내가 서 있던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었다”는 말을 늘 머리맡에 두고 정치를 했다고 한다.
▲<정두언, 못다 이룬 꿈> 소종섭 엮음 / 블루이북스미디어 펴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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