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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예술단 뮤지컬 <조선 삼총사>포스터./사진=세종문화회관 |
코로나19(COVID-19)로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두 편의 창작 공연이 추석연휴 동안 위로를 선사해 화제이다. 먼저 세종문화회관에서 시작한 예술단 통합프로젝트(ART-9)뮤지컬 <조선 삼총사>초연이 9월 17일 시작해 19일 대극장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또 다른 작품은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해오름 극장 재개관 개막작인 국립창극단(유수정 예술감독)작품 <‘흥보전’>이다. 흥보는 9월 15일 무대에 올려진 가운데, 오는 21일(화) 한가위 연휴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두 작품은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교집합이 있다. 모두 민중(백성)의 팍팍한 삶이 담겨있고, '권선징악' 이란 공통점이 있다. 또 하나 둘다 동시대에 맞게 재구성 한 것이 돋보였다. 먼저 막을 내린 뮤지컬 '조선 삼총사'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뮤지컬의 배경은 동학농민혁명(운동) 직전 현재 북한지역인 평안도에서 일어난 홍경래의 난이다. 백성(민중)들은 외친다. 여기도 세금, 저기도 세금, 세금으로 못 살겠다고 견딜 수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평안도지사가 부정부패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옆에 기생하는 탐관오리들은 평안도 지사의 말에 “그렇다, 마다요”란 아부와 아첨으로 편안도 지사와 함께 부정부패의 공동정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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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달 분(허동영)이 평안도지사 조득영에게 봉황을 바치는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
‘태평성대’와 함께 ‘평등한 세상’을 꿈꾼 민중들의 외침은 탐관오리들의 ‘그렇다, 마다요’ 가 아닌 ‘마다요’란 같지만 다른 뜻으로 표현한다. 이 말은 작사가가 언어적 이중성을 활용한 장치로 수미상관 이다. 평등한 세상을 향한 외침을 위해 홍경래와 민중들은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정주성에 숨어 난을 앞둔 밤 새벽이 지나면 좋은 세상인 ‘새날’이 올 것이라 다짐하며 확신하며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백성(민중)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부조리한 모습에 통렬한 외침을 절정으로 보여준다.
뮤지컬 <조섬 삼총사>는 동학농민혁명 직전 1811년(순조 11년) ‘홍경래의 난’을 배경으로 당시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에 맞서 자신의 이권보다 조선의 평화를 꿈꿨던 죽마고우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설화로 내려오는 평양 출신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과 농민 반란을 이끈 홍경래, 강직한 금위영 대장 조진수가 그 주인공 이다. 각자의 태도와 방식으로 백성(민중)들의 행복을 추구하며,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창작 뮤지컬로 무대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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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삼총사>중 정주성에서의 봉기 전 클라이막스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
희대의 사기꾼은 평안도지사인 조득영과 거상이 되기 위해 전 재산을 털어 청나라 상인에게 봉(봉황)을 구입해 조득영에게 바치는데, 알고 보니 이는 조득영은 봉이 아니고 닭이라 말해준다. 하지만, 조득영은 조선 인삼을 청에 팔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다며, 인삼 판매권을 얻으며 봉희 김선달로 불리게 된다.
이때 조득영 옆에서 미래를 예언하는 장님 여인은 후에 김선달의 아내인 진자임으로 들어난다. 진자임은 홍겨래의 난을 위해 친구인 홍경래와 함께 거사를 도모하며, 조득영 옆에서 장님 예언가처럼 잠입을 하고 있던 것. 결국 홍경래의 난은 실패하고 난이 진행되며 김선달의 부인 진자임은 죽지만, 평안도지사와 탐관 오리들 역시 조진수와 김선달의 활약으로 대동강 물을 팔려한 죄로 개성으로 압송당하고 만다.
뮤지컬 <조선 삼총사>는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이 총출동하여 만든 두 번째 작품으로 80여명의 배우와 무용가, 대규모 국악관현악단과 오케스트라가 무대를 위해 뭉쳐 웅장하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냈다. 대극장을 가득 채우며 회전하고 갈서는 이동형 무대가 눈길을 잡는 공연이었다. 최소 30cm부터 최대 2m30cm까지의 깊이를 가진 원형무대가 주요 장면마다 다채롭게 변화하며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파는 유명한 장면에서는 무대가 갈라지며 대동강 물길이 구현되었고, 관군과 홍경래가 싸우는 극의 클라이막스(절정)에서는 박진감 넘치게 무대가 회전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무대는 홍경래와 조진수의 갈등 장면에서도 반으로 갈라졌다가 화해 장면에서는 붙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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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삼총사>중 민중 봉기를 준비하는 홍경래 분(한일경) 무대 이동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
개막전부터 '2021 대구국제뮤지컬 페스티벌(DIMF)' 개막식 콘서트에서 뮤지컬 영화 '투란토트' 음악감독을 맡은 장소영 감독의 대표적인 넘버들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서양음악과 우리의 정서가 절묘하게 섞여 녹여낸 곡들이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하는 ‘꿈꾸는 자의 세상’은 희망을 꿈꿀 수 없는 상황에서도 내일을 기대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들의 마음에도 감동을 선사했다. 앞서 한진섭 연출은 “2년에 걸쳐 준비했던 공연이다”며, “선한 목적을 가지고 갈등을 극복하려는 인물들을 통해 올바른 세상을 위한 마음은 언제든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고 싶었다. 이 작품이 모두가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때 많은 시민들께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라며 작품에 대한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특별히, 마지막 회차인 19일 오후 2시 공연에서는 공연실황을 촬영하여 언텍트 시대에 맞춰 시민과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라이브 영상콘텐츠를 제작했다. 영어, 한국어 자막을 추가해 해외를 비롯하여 관객들과 지속적인 소통채널로 활용할 예정이다. 뮤지컬 <조선 삼총사>는 거대하지만 다채롭게 변화하는 무대, 귀를 사로잡는 음악과 웅장한 군무, 희망을 노래하는 메시지를 담고 추석연휴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현대미술과 창극의 만남 국립창극단 흥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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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흥보展(전) 포스터./사진=국립극장 |
국립극장(극장장 김철호)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수정) 창극 ‘흥보展(전)’을 9월 15일(수)부터 9월 21일(화)까지 해오름극장에서 재개관 개막작으로 초연한다. 연출은 배우이자 연출가로 국립극장과 인연이 깊은 김명곤 감독이 맞고, 한국을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최정화 등 각 분야 거장들이 의기투합해 판소리 ‘흥보가’를 동시대 상상력으로 제비나라 판타지로 새롭게 선보였다.
국립창극단의 흥보는 제비총리가 제비들에게 ‘가슴 펴고 두 날개 펼치고, 당당하게 날아라, 선한 마음 버리지 말고’ 창이 울린다. 이는 제비나라 판타지를 통해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겪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욕망(불로소득)의 유혹(탐욕) 등에서 우리 각자가 중심을 잡고 선한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무거운 주제를 위트 있게 창극으로 표현했다. 흥보는 국민누구나 아는 전래통화이며 창 역시토요일 공연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는데 흥보가 창으로 나올 정도로 우리 민족 명절에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 중 하나이다.
연출가 허규(1934~2000)의 ‘흥보가’(1998)를 원작으로 삼은 흥보는 극본·연출은 박초월 명창에게 사사 받아 판소리에 조예가 깊은 김명곤 감독이 맡았다. 김 감독은 판소리 ‘흥보가’에 담긴 전통적 가치와 재미, 감동을 지켜내고 원작의 줄거리는 유지하되 행간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상상을 불어넣는다. ‘박’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민중의 염원을 중심으로 이야기 속 ‘제비 나라’ 판타지 장면을 새롭게 추가해 환상적이고 극적인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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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보전 중 민중 캐릭터를 대표하는 마당쇠 분(유태평양)무대에 최정화 작가의 현대미술 작품이 영상으로 보이고 있다./사진=국립극장 |
제비노정기를 현대식 영상과 각 각 나라의 문화적 특수성을 살린 제비들의 여정, 예를 들면 일본의 귀제비를 통해 지진, 원자력에 의한 오염, 중국의 청꼬리제비는 독한 마오타이나 고량주 술 문화, 흰꼬깔제비 부부는 대한민국의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이 그것이다.
제비노정기는 남태평양부터 자카르타, 시베리아를 거쳐 출발한 제비들이 보는 시각으로 대동강, 감악산 등을 거치며 백두대간을 여행해 함양의 흥부 집에 자리를 잡은 흰꼬리 제비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흰꼬리 제비는 구렁이에게서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궁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현대식으로 특별한 무대 장치나 소품 없이 LED 영상으로 표현함으로 판타지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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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나라 판타지 장면./사진=국립극장 |
음악 감독은 월드뮤직을 하는 공명으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박승원 감독이 작창을 맡은 안숙선 감독의 소리를 들으며, 전통 악기와 함께 현대 클래식 악기를 주요 장면 마다 조화롭게 화합을 이뤄냈다. 박을 타는 장면에서는 실근 실근 시리렁 실근 시리렁 후렴은 놀부와 흥부에서 각각 다르게 연출된다. 창작가인 안숙선 명창의 연습실 구전 전수도 극의 표현력과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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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비마녀들과 놀부와 처 그리고 최정화 작가의 현대미술작품이 보인다./사진=국립극장 |
흥부의 장면에서는 흰꼬깔 제비의 보은 이라면 놀부 장면에서는 욕망과 탐욕으로 인한 쾌락의 결과 그리고 재산탕진을 보여준다. 탐욕과 쾌락을 마녀 제비들의 흥겨운 무용으로 표현했다. 두 주인공의 갈래를 무대 장치가 아닌 LED 영상 만으로 연출했다. 이는 현실과 꿈의 세계의 경계를 의미하는 무대적 장치이기도 하다.
흥보가가 제비틀 통한 세계관이 원작에서 보은과 복수 였다면, 이번 작품에서 김명곤 감독은 보은과 복수가 아닌 보은과 함께 용서와 화해에 초점을 맞추며, 제비나라 재판을 연출적 장치로 활용한 독특한 연출을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흥보와 놀부 모두에 내려진 재판 선고 장면은 축적한 부에대해서 각각의 사정은 다르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즈를 실천하고 민중들과 나누게 된다. 이는 현실세계의 사회 부조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해 총 59명의 대규모 출연진은 인간에 내재한 욕망의 면면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내며 시공간을 초월한 동시대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