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수용제’가 전자발찌 구멍 메울까

[법으로 보는 세상]인권침해·이중처벌 논란 속 재소환…갱생보호시설 활용 제안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1.10.07 09:50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이 9월 7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8월 26일 서울 송파구. 강윤성(56)은 전자발찌를 찬 채 면식이 있는 40대 여성을 본인의 주거지에서 살해했다. 다음 날인 8월 27일 오후, 강윤성은 송파구 신천동의 한 거리에서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고 지인 이름으로 빌린 렌터카를 타고 도주했다.

이후 자수하기까지 39시간 동안 강씨는 서울과 경기 일대를 돌았고, 자수 다섯 시간 전인 같은 달 29일 새벽 2차 살인을 저질렀다. 강씨는 잠실 한강공원 주차장에 세워둔 50대 여성의 차량 안에서 피해자를 살해했다. 동이 트자 시신을 뒷좌석에 태운 채 경찰서에 범행을 자백하면서 긴급체포됐다.

강씨는 17세 때 처음 특수절도로 징역형에 처해진 뒤, 성범죄 전력 2회를 포함해 지금까지 8회의 실형 등 총 14회 처벌전력이 있었다. 강씨는 지난 5월 6일 천안교도소에서 가출소된 직후부터 재범 위험성 등을 이유로 전자발찌 부착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살인을 저질렀다.

강윤성 사건으로 인해 재범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자발찌가 실제 범행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전자발찌 무용론’이 제기됐다. 전자발찌를 착용하면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관리를 받지만 특정 지역에 가거나 특정 시간대를 벗어나지 않으면 알람이 울리지 않는다. 강윤성 사건처럼 전자발찌 부착자가 자신의 집 안에서 범행을 저지르면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전자발찌 무용론과 함께 일각에서 보호수용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보호수용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보호수용제는 흉악범죄자를 형기 종료 이후에도 사회와 격리해 별도로 수용·관리·감독하면서 사회복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9월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발의된 ‘조두순법’ 중에 포함됐던 보호수용제가 1년 만에 재소환된 것이다.



전자발찌 언제부터 생겼나


#2006년 2월 18일, 서울시 용산구 용문동에 거주하던 초등학생 A양(11세)은 집 앞 비디오 가게에 테이프를 반납하러 갔다가 실종됐다. A양은 실종 신고 16시간 만에 경기 포천시의 한 창고 옆 공터에서 목 주변이 흉기에 찔리고 온몸이 불에 탄 시신으로 발견됐다.
A양을 살해한 범인은 인근 신발 가게 주인인 김장호(53세)로 밝혀졌다. 김씨는 비디오를 반납하러 가던 A양에게 신발을 공짜로 주겠다며 접근해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치자, A양을 목졸라 살해하고 자신의 아들과 함께 시신을 옮겨 불태웠다. 김씨는 사건 발생 7개월 전에도 4세 어린이를 성추행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용산 초등생 성폭행 살해사건’으로 불렸던 이 사건으로 인해 2005년 발의됐다 국회에 계류된 ‘특정 성폭력범죄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발찌법)’이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전자발찌법은 2007년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08년 9월 1일부터 제도가 시작됐다.

/삽화=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전자발찌는 전자감시제도(Electronic monitoring system)의 수단이다. 법이 정한 감시대상 범죄자가 특정한 시간에 특정 장소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범죄자의 손목 또는 발목 등에 전자감응장치를 달아 착용자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이동 경로를 탐지함으로써 원격 감시하는 방식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자발찌는 부착장치와 재택감독 장치, 그리고 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로 구성돼 있다. 착용자는 위치추적장치를 항상 휴대해야 한다. 만약 부착장치가 위치추적장치와 1m 이상 떨어지거나, 발찌를 절단하면 경보음이 발생하고 관제센터에 전달된다.

전자발찌 착용이 처음 시행됐을 때 착용 대상은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거나 13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람이면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거나 만기 전에 가석방되는 사람 등 성범죄자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후 전자발찌 제도는 점차 강화됐다. 착용 대상은 미성년자유괴범(2009년), 살인범 추가 및 성폭력범 소급적용(2010년), 강도범(2014년) 등으로 확대됐고, 착용 기간도 2010년에는 최대 30년까지 늘어났다.



전자발찌, 재범억제 효과 있었지만 한계 드러나


전자발찌가 도입되기 전 2004~2008년 성폭력 사건 중 재범률은 14.1%에 달했지만 지난해 기준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재범을 일으키는 비율은 1.3%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강윤성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전자발찌 훼손 가능성과 주거지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전자발찌 착용자 성폭력 재범 현황’에 따르면 2016년~2020년 전자발찌 착용자 재범 건수는 총 303건이며, 이중 절반 이상은 거주지 1km 이내에서 성범죄를 저질렀다.

전자발찌 착용자 재범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관리 인력 부족이 꼽힌다. 법무부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전국의 전자감독 대상자는 4866명이다. 반면 전자감독 관리 인력은 300명으로 1:1 관리를 제외하고 1인당 17.3명을 관리·감독 중이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의 경우 1:1 전담감독이 필요하지만 인력 부족으로 19명만이 전담감독하는 상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월 26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를 방문해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자감독제도는 그동안 끊임없이 개선·발전됐지만, 아직 물적·인적 한계가 여전하다”며 “전자감독제도가 획기적으로 재범 우려를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예산상, 인원상, 또 내부의 조직문화 변화 등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자발찌의 재범방지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자발찌는 사람의 위치를 점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람이 특정한 장소에 갈 때 그 장소가 학생들이 있거나 일반시민들이 모여 있는 위험한 장소에 갔을 때 가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장치일 뿐”이라며 “자기 바운더리 안에서 어떤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사실상 전자발찌는 무용지물인 게 맞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8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자발찌가 전반적으로 재범률을 떨어뜨리는 건 검증된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문제는 모든 성범죄자들에 대해 재범 억제를 하긴 어려운 한계가 있는 제도다. 그건 이(강윤성) 사건이 아니어도 이미 입증된 거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자발찌의 재범 억제 효과는 확실하다. 다만, 극소수이지만 강윤성 사건 등이 언론에 부각되면서 전자발찌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은 사회안전을 위해 다른 차원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출소 전에 전자발찌 부착자에 대한 재범위험성 평가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다시 소환된 보호수용제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보호수용제가 거론되고 있다. 보호수용제는 미성년자 성범죄자를 비롯해 강력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을 따져 형기 만료 후 일정 기간 보호수용시설에 격리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두환 정권 시절 이와 유사한 보호감호제가 있었지만, 지난 2005년 이중 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폐지됐다.

이후 법무부는 지난 2010년과 2014년, 2016년에 보호수용제 법안을 제정하려고 시도했지만 인권침해 우려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아동 성폭행범인 조두순의 출소를 계기로 흉악범에 대한 격리 여론이 거세지며 재등장했던 보호수용제가 이 사건으로 다시 소환됐다. 그러나 이중처벌과 인권침해 논란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이 8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전자감독대상자 전자장치 훼손 사건 경과 및 향후 재범 억제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호수용법 제정안에 대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보장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지만, 자유의 박탈이라는 본질에서 형벌과 차이가 없어 이중처벌과 기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공정식 교수는 “보호수용제는 과거 위헌으로 폐지된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도와 큰 차이가 없다”며 “보호감호제는 이중처벌·적법절차위반·재범위험성 평가의 주관성·과도한 기본권 침해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보호수용제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예산이다. 공 교수는 “보호수용제는 기본적으로 시설수용을 하기 때문에 시설, 직원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최근 논의되는 보호수용제는 치료중심의 보호수용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교도소 설치·운영 비용보다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보호수용법안은 재범 위험이 높은 범죄자를 출소 후에도 검사의 청구에 따라 별도 시설에 격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에 보호수용시설에 대한 비용추계서가 포함됐는데 자료에 따르면 향후 7년간 총 867억3500만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보호수용제 절충안은


공정식 교수는 “보호수용제를 도입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현행법상 가능한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상 갱생보호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 갱생보호시설을 활용하면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 교수는 “갱생보호에는 숙식제공·취업지원·주거지원·심리상담 등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데, 전자발찌 대상자 중에 재범위험성이 높은 자에 대하여는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갱생보호를 받는 방안을 법제화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전자발찌제도와 보호수용제도의 투트랙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지난 8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을 통해 “옛날 (보호감호제) 사회보호법을 다시 부활시키자는 게 아니라 중간처우 형태의 보호수용을 하자는 것”이라며 “낮에는 출근하고 전자감독 대상자로 생활하다가 밤에만 수용시설에서 생활하게 하면 관리감독을 훨씬 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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