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역대급 '비호감 대선', 찍을 후보가 없다지만...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1.11.01 10:10
내년 3월 9일 치러질 20대 대선은 최악의 '비호감 대선'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최종후보로 선택, 경선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검찰의 대장동 개발의혹 수사는 이 후보와 민주당 측을 끝까지 안심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 유동규 씨를 기소하면서 구속영장에 적시한 배임 혐의를 제외하자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야권은 이재명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라며 반발합니다.

2차 경선 후보 맞수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내홍을 겪고 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손바닥 '왕(王)'자로 곤욕을 치른 데 이어 '전두환 옹호발언' 이후 반려견에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SNS(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올려 '국민 조롱' 비판을 자초했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속을 끓이고 있습니다. 당 관계자는 "사과의 진의를 국민들이 의심하도록 윤 전 총장이 스스로 일을 키웠다"며 "국민과의 소통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여야 유력 후보의 불안한 모습으로 인해 5개월여 남은 대선정국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11월 5일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쉽게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대장동 개발 의혹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원팀'의 합의는 균열될 가능성이 내재돼 있습니다. 검찰은 역대 대선에서 유력주자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어떠한 수사결과가 나와도 진흙탕 대선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 비율이 30%가 넘는다는 여론조사에서 보듯 상당수 국민들은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네거티브 공세와 후보들의 비리 의혹 연루에도 있지만, 대선이 '사생결단'의 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역대 대선을 보면 후보와 관련된 비위 의혹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았고 정치권에선 "선거에서 지면 죽는다” 인식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여야 모두 비전이나 정책 대결이 아니라 서로가 살기 위해 상대의 흠을 들추는 ‘어글리 대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대선후보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누가 감옥에 갈 것이고 누가 구속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합니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수사나 재판 결과가 바뀔 수 있는 '사법의 정치화'는 상대 진영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정치의 퇴행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선거처럼 투표할 동기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경우도 없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기권과 무효표가 정치권에 경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투표행위는 미래의 여정을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겠지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라도 차선, 혹은 차악을 골라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정치적 냉소의 피해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인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sdw70@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