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산업은 중소 제조업체 지탱해주는 뿌리산업"

[인터뷰]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입력 : 2021.11.19 09:52
편집자주플라스틱이 태어난 지 100년이 지났다. 플라스틱은 산업·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 플라스틱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규제가 심화돼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을 만나 당면한 플라스틱 산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 플라스틱 탄생 100년, 산업발전 견인과 코로나19 확산 방지 큰 역할
- ‘탄소중립 2050’ 공감, 수립 과정에 플라스틱 산업계 패싱 안타까워


-지난해 제7대 회장 취임 후 1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
▶무엇보다 플라스틱 업계의 안정과 화합 도모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바쁘게 지냈습니다. 지난 수년간 연합회장 선거와 관련된 파행과 갈등을 모두 바로잡고 우리 플라스틱 산업이 향후 2030, 나아가 2050 미래지식사회를 지향하는 제2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회원조합 임직원과 연합회 대의원들이 함께 플라스틱 산업의 현주소 파악과 성장발전 모색을 위한 워크숍에서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플라스틱 산업계의 대응 방향과 당면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제9회 플라스틱 산업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유공자분들을 표창, 12월에는 코로나19 극복 기원을 위한 중소기업중앙회 사랑나눔재단에 1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펼쳐나갔습니다. 올해에는 정부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침에 따라 모든 행사를 연기했으며, 상황에 따라 온라인 행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JhpKNWjpttY
-코로나19가 플라스틱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산업계 차원의 대응 방안이 있다면
▶2019년 말 코로나19 발생 이후, 연합회와 플라스틱 산업계는 정부지침에 따라 기업 업무지속 계획을 수립·안내, 피해 및 동향 일일 보고 등 비상체제를 갖춰, 전사적인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방역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코로나19가 세계 각국의 의료, 경제, 정치, 문화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의 경우 그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코로나19 방역과 확산 방지와 관련된 의료, 의약 서비스 전반에 걸쳐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배달서비스의 급증, 1회용품 사용 확대는 필연적인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발생 증가요인이 되어 정부의 규제대상 품목으로 지목받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플라스틱 자체가 아니라 플라스틱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몰이해와 그로 인한 폐기물관리 시스템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으로 분리배출제도가 시행되면서 플라스틱 등 유가의 순환자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떠나 민간에서 상업적으로 거래되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폐기물 처리 문제는 정부,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상당 기간 민간에 방치한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을 관리하는 시스템의 부재로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1945년 원자력의 폭력성을 경험한 인류는 세기말적 공포에 휩싸였으나 19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선언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으로 현재는 발전, 의료,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자력을 평화롭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또한 발명된 지 100년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가장 젊은 소재이며,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인류가 그 선물을 사용하고 처리하는 방법을 잘 몰랐던 것일 뿐, 지금이라도 좀 더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를 개발하고 보다 효율적인 처리 방법을 연구해, 사용 후 회수·운반·재활용 체계까지 잘 갖춘다면 금속, 세라믹 못지않게 물질재활용, 열·에너지 회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순환이용이 가능한 가장 환경친화적 소재,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플라스틱은 물질재활용(MR), 열·에너지회수(ER), 화학적이용(CR)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순환이용이 가능해 결코 금속, 종이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 연합회도 플라스틱 R&D 사업을 위해 금년 8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에 부응해 기존 성능인증개발센터와 함께 보다 환경 친화적이며 순환이용이 용이한 소재, 제품, 가공기술의 개발을 통해 플라스틱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나갈 것입니다.

-각종 원자재값 폭등, 납품단가 조정 등으로 플라스틱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납품단가 문제는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이면서 특히 우리 플라스틱 업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제적인 원자재값 폭등은 어쩔 수 없지만 대기업의 갑질로 인한 피해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과 함께 공정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역행하는 구태악습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8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중소제기업의 61.8%가 “원자재 가격 협의 없이 통보받아” 원자재 생산 대기업과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소제조업체 주사용 원자재의 89.9%가 상승했고, 가격상승 시 변동은 평균 33.2%의 상승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분기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49.6%로 기업 2곳 중 1곳으로, 원자재 가격변동이 영업이익에 부정적이라는 응답 또한 87.4%로 원자재 가격변동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원자재 가격상승분에 따른 납품단가 반영 여부는 ‘일부만 반영(43.29%)’ 및 ‘전혀 못함(43.09%)’이 전체의 80%로 가격변동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어려우나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없다(71.4%)’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플라스틱 재료로 제작된 다양한 제품들
특히, 플라스틱 산업은 기업체 수가 2만개, 종사자 수가 24만 명으로 제조업의 3.7%를 차지하며 99.9%가 중소기업이고, 70% 이상이 납품거래를 하는 전형적 고용집약적 중소기업형 산업입니다. 반면 플라스틱 원재료인 합성수지를 생산하는 기업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대기업들로 공급자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대표적 불공정거래는 ‘가격도 모르고 원료를 사는’ 거래 관행입니다.플라스틱 중소기업은 대부분 석유화학기업에 현물·신용담보를 제공, 신용으로 원료를 공급받은 후 평균 45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는 담보거래를 합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은 정확한 가격을 통보받지 못한 채 원료를 공급받아 거래처에 납품거래를 하고 있어, 만일 납품 후 원료가격이 인상되는 경우, 원료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해 고스란히 중소기업이 손해를 봅니다.

반면, 석유화학기업은 월말, 월간 가격변동요인을 반영·산정한 제품가격을 일방적으로 결정, 중소기업에 통보해 손해를 보지 않습니다. 연합회는 지난 2010년 플라스틱 업계를 대변, 불공정 거래행위 개선을 위해, ‘3개월전에 가격을 예시하고 1개월 전 가격을 고지’하는 가격예시제 도입을 정부와 석유화학기업에 건의했습니다. 하지만 석유화학기업은 수용 불가로 1개월 예시제 도입을 약속했으나 그마저도 흐지부지돼 지금은 일부 몇몇 기업에 대해서만 월말, 그것도 미확정 가격으로 고지하고 있어 사실상 가격예시제는 유명무실한 상태입니다.

▲ 플라스틱 재료인 PVC로 제작된 다양한 제품들
플라스틱 산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 최저임금 인상 및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중소제조기업의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도움의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플라스틱 납품단가 애로 해소를 위해 먼저, 3개월 가격예시 및 1개월전 확정 가격고시를 요청드리며 둘째, 대기업에 연간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납품하는 기업들이 원하는 경우, 합성수지 가격인상분을 분기별로 나눠 가격에 반영하는 ‘연간공급계약’의 도입을 건의 드립니다.

셋째, 무엇보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업·다운스트림이 공존할 수 있는 석유화학-플라스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양 산업의 대표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상시적인 창구 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넷째, 이러한 거래관행의 개선을 단시간에 바꾸기 어렵기에 협동조합 등을 통한 공동구매 형태로 가격예시제, 연간공급계약을 시행, 이를 산업 전반에 확대하는 방안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석유화학제품의 거래 관행을 개선해 주실 것을 간곡히 희망합니다.

-탄소중립 2050과 ‘脫플라스틱’ 대책이 플라스틱 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이 있다면
▶플라스틱의 원료인 합성수지는 석유의 부산물로 만들어지며, 석유와 가스의 단 6% 만이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지구촌 80억 인구가 그 효용을 누리고 있습니다. 값싸고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플라스틱의 장점과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플라스틱은 단지 썩지 않는 오염물질로 보일 수 있습니다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소재는 아직 없습니다. 바이오매스가 플라스틱의 대안이라고 하지만 한정된 토지와 기아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농경지와 목초지 확보 및 광산개발로 아마존 열대우림이 단 1개월 만에 축구장 5만8000개 크기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인구 10%인 8억1000만 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현실에서 바이오매스는 하나의 선택일 뿐 근본대안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 플라스틱을 재료로 재작된 차량 부속제품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에 대해선 연합회도 공감합니다. 다만, 그속도와 내용에서 현실을 부정할 수 없으며, 그러한 많은 부분이 변화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민, 산업이 뜻을 같이하고, 산업이 변화할 수 있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정책 수립 과정에서 플라스틱 등 산업계가 패싱된 것에 아쉬움은 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탄소중립 2050 실천방안을 마련함에 있어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주셨으면 합니다.

-ESG 경영과 관련해 플라스틱 산업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들어 유럽과 북미는 제조업 기반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 탄소중립을 표방하고 ESG경영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그리고 지배구조(Governance)의 개선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나 현실에선 기업성장의 기회보다 무역기술장벽(TBT)과 같은 또 다른 기술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중소기업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세계적 기업 월마트는 지속가능 프로그램을 도입해 100% 재생에너지 사용, 제로 폐기물, 지속가능한 제품 판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운송수단 효율화 등을 목표로 경영 전반을 개선해나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월마트의 경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은 더 이상 월마트에 납품을 할 수 없습니다. 

세계 27위의 경제 규모로 평가되는 월마트의 파급력은 상당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플라스틱 산업은 대기업이 생산하는 합성수지 원료로 제품 또는 부품을 생산하는 컨버터 지위에 불과해 이러한 ESG 경영의 대응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연합회는 10월 중 경영기획본부를 ESG경영기획본부로 개편, 플라스틱 중소제조기업의 ESG경영 도입을 위한 교육과 사례, 기업 간 협력방안 마련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예정입니다. 플라스틱 산업의 ESG경영을 위해 플라스틱 밸류체인에 속하는 석유화학기업과 플라스틱 산업 그리고 식품, 자동차, 전기전자 등 전방산업과의 연대와 협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임기 기간 중 플라스틱 산업계의 방향설정과 연합회 경영에 대해
▶2022년은 연합회 설립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조촐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플라스틱 산업 제2의 도약을 위한 모멘텀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협약을 갱신·확대하고, 플라스틱 산업 발전기금을 조성, 공동구매, 공동판매 등 협동조합 기능 활성화를 제고하는 한편, 환경규제 개선 및 적극적인 R&D 사업을 추진하고 ESG경영체제를 도입해 2050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기반을 구축하겠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밸류체인에 속하는 산업 및 기업들과 연대·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전환을 위한 입지를 조성하고 플라스틱 관련 환경규제 개선 및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해 플라스틱 산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모색할 수 있도록 과제연구 및 공청회 등을 통해 이슈화하고 발전방안을 만들고자 합니다. 연합회의 발전이 곧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이고,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이 곧 국가의 발전이라는 정신으로 지난 50년간 플라스틱 업계에 종사하며 쌓아온 모든 경험과 지혜를 남은 임기 동안 연합회와 플라스틱 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플라스틱 산업을 대표해 국회나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플라스틱은 산업의 쌀이며 거의 모든 산업이 플라스틱을 소재·부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산업의 역사는 국가경제개발정책과 그 궤를 같이하며 성장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탄소중립 2050시대를 맞아 플라스틱 산업은 또다시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플라스틱 산업은 잔디처럼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뿌리는 깊고 생명력은 강인합니다.

플라스틱은 산업의 뿌리입니다. 올 12월 드디어 플라스틱 산업이 뿌리산업에 포함됩니다. 국회와 정부에서도 우리 플라스틱 중·소제조기업체들이 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해나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여러모로 지원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뿌리산업인 플라스틱 산업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가 무너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PROFILE
이광옥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영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1987
●대한민국지속가능혁신리더대상, 2020
●철탑산업훈장, 2009
●대구광역시장 표창, 2009
●중소기업중앙회장 표창, 2007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 금, 은, 동상 수상
●현 주식회사 반도 대표이사 회장
●전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6대)
●전 대구경북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협의회 회장, 2018
●전 대구시 사회체육배구협회 수석 부회장
●전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윤리위원회 위원, 2015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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