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송년에 새겨보는 ‘묘서동처(猫鼠同處)’

머니투데이 더리더 송민수 기자 입력 : 2021.12.15 15:46
 
▲송민수 기자
코로나19로 출발한 올 한해도 이제 달력을 한 장 남겨놓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한해를 돌아보면서 아쉬움도 느끼며 보람을 떠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기세 속에 보람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았을 것 같다.

새해 초엔 작년부터 전 세계를 집어삼킨 코로나가 백신이 개발돼 보급되면 올해 안에 종식되리란 희망을 가졌었다. 그리고 실제로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신종 바이러스는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정부가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면서 일상으로의 단계적 회복을 맞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욱 전파력이 강한 새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발생하면서 다시 일상을 옭아맬 형국이다. 코로나 양성 확진자 수가 폭증해 7000명을 넘나들면서 당국은 다시 특단의 방역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사회 모든 분야가 누구나 할 것 없이 올 한 해 코로나로 힘겨워했다. 하지만 지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한번쯤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할 기회도 가졌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삶의 자세도 가다듬을 만했을 터이다.

그러면 조금은 마음을 더 열기도 하고 포용심도 생겼고, 세상의 욕망을 덜어낼 수 있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사회는 일 년 내내 여전히 모든 분야에 걸쳐 대립과 갈등이 지배했다. 여기에 세상은 개인과 집단 간의 야합과 유착으로 점철됐다.

이런 여건에서 연말연시를 맞아 ‘올해의 사자성어’가 발표됐다. 매년 그해 우리사회의 실상을 대학교수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사자성어로 함축해 담아낸다. 올해는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쥐와 한패가 됐다’는 풍자의 ‘묘서동처(猫鼠同處)’가 선정됐다.

묘서동처란 중국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에 처음 등장하며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상황을 뜻한다.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대학교수는 “공정하게 법을 집행·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고 언급했다. 우리사회를 단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이번에 묘서동처가 가장 많은 공감을 얻어 선정됐지만 그 뒤를 이은 사자성어들도 우리사회의 세태와 코로나 시국을 이겨나가는 국민들의 형편을 대변한다. 

곧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투는 모습의 ’이전투구(泥田鬪狗)‘나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나 오늘을 사는 우리 현실을 보여준다.
sm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