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의 성지 ‘동백꽃 피는 갯마을’

[거리두기 관광지도]경상북도 포항시편

머니투데이 더리더 포항=편승민 기자 입력 : 2022.01.01 12:06
“갈대밭과 갯벌에서 철강산업의 메카로…”

경상북도 동남부에 위치한 포항시는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영일만의 기적을 만든 도시다.
 
1968년 4월 1일 포항의 작은 포구 영일만에 포항제철이 설립됐다. ‘산업의 쌀’ 철강은 1970년대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산업 근대화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포스코의 창업자인 고 청암(靑巖) 박태준 명예회장은 기술력과 자본력이 전무했던 한국 땅에서 25년 만에 포스코를 연간 조강 생산규모 2100만t의 철강기업으로 키워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상공 위로 푸른 가을하늘이 펼쳐지고 있다./사진=뉴스1

박 회장은 눈을 감기 전 “포스코가 국가경제동력으로 성장해 만족스럽다. 앞으로 포스코가 더 크게 성장해 세계 최고가 되길 바란다”고 말할 정도로 포스코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철강산업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개발에도 힘쓰면서 포항시 곳곳에 학교와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포스코기술연구원(1977년), 포항공대(현 포스텍 1986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1987년)을 설립함으로써 국내 첫 산·한·연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포항시는 철강단지와 함께 발전하면서 산업도시로 위상이 높지만, 전통적으로는 수산업이 크게 발달한 도시다. 포항의 시 승격도 제철소가 건설되기 한참 전인 1949년으로 이미 어항으로서 명성이 높았다.
 
포항은 현재도 경북에서 수산업 생산량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구룡포가 수산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구룡포는 오징어잡이 선박들의 주요 기항지 중 하나이며, 과메기 주산지이자 최대 생산지다.
 
또한 울진군과 영덕군 때문에 덜 알려졌지만 포항에서 나오는 대게의 양도 상당하다. 구룡포는 전국 대게 유통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의 대게 집산지다.
 
이와 함께 포항시는 최근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에 힘입어 K-드라마 필수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시는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인 남구 구룡포읍 일본인 가옥거리와 <갯마을 차차차> 촬영지인 북구 청하면 일대에서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여행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아 드라마 속 촬영지를 찾아가는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 침체된 관광산업이 재도약해 포항을 이끌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 남아 있는 일본인 가옥거리, 드라마 성지로 재조명돼

일본인 가옥거리/사진=편승민 기자
동해 최대의 어업전진기지였던 구룡포는 일제강점기인 1923년 일제가 구룡포항을 축항하고 동해권역의 어업을 관할하면서 일본인들의 유입이 늘어났다.
 
그러면서 현재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가 위치한 거리에는 병원과 백화상점, 요리점, 여관 등이 늘어서고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지역상권의 중심 역할을 했다.
 
1945년 광복을 맞으며 일본인들은 물러갔고 남아 있던 일본가옥들은 각종 개발과정에서 철거되고 오랜 세월 훼손되면서 과거 우리 민족에게 아팠던 역사의 산증거물이 사라져갔다.
 
이에 포항시는 지역 내 가옥을 보수·정비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풍요했던 생활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상대적으로 일본에 의해 착취됐던 우리 경제와 생활문화를 기억하는 산 교육장으로 삼고자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를 조성했다.

시는 2011년 3월부터 시작된 정비 사업을 통해 457m 거리에 있는 28동의 건물을 보수해 ‘일본인 가옥거리’로 이곳을 재탄생시켰고, 지역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일본인 가옥거리가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2019년 방영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영향이 컸다. 이 드라마는 포항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주로 촬영됐다.
 
일본인 가옥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전면에 드라마 포스터가 촬영된 구룡포공원 계단이 나왔다. 이곳 공원입구 계단과 돌기둥들은 1944년 일본인들이 세웠다고 한다. 돌기둥은 왼쪽 61개, 오른쪽 59개 등 모두 120개가 있는데, 돌기둥에는 구룡포항을 조성하는 데 기여한 구룡포 이주 일본인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후 전쟁에서 패한 일본인들이 떠나고 구룡포 주민들은 기둥에 시멘트를 발라 기록을 모두 덮어버리고 거꾸로 돌려 세웠다. 그 뒤 1960년 구룡포 주민들이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들의 위패를 봉안할 충혼각을 세우는 과정에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이름을 다시 앞뒤를 돌려 세운 돌기둥에 새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에서 구룡포 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편승민 기자
<동백꽃 필 무렵>의 포스터는 구룡포항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서 촬영됐다./사진=KBS 제공

구룡포공원 계단을 오르자 구룡포 읍내와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처럼 주인공과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으려는 커플들이 줄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구룡포공원 계단을 내려와 가옥거리를 걷다보니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목조주택이 많아 마치 일본에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일본인 가옥거리는 <동백꽃 필 무렵> 이후 동백꽃이 상징 로고가 됐을 정도로 ‘동백점빵’, ‘동백상회’ 등 드라마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상점이 있다.

가옥거리 중간쯤에서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이가 운영하던 술집 ‘까멜리아’도 만났다. 까멜리아는 최근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도 역시 관광객들의 필수 포토존이어서 그런지 여자 네 분이 지나가던 기자를 보자마자 촬영 요청을 해와 사진을 찍어줬다.

비록 혼자여서 구룡포공원 계단에서도, 까멜리아 앞에서도 정작 내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셀카로 찍기엔 배경이 다 담기질 않아 시도하지 않았다)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다워 가옥거리의 이곳저곳을 찍어왔다.

포항·영덕에만 있는 박달대게, 금어기 끝난 지금이 제철

찬 바람이 매섭게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포항은 대게맞이로 가장 바빠진다. 금어기(5월 말~10월 말)가 풀리면서 항구에는 대게잡이 배가 넘치고, 어장은 과메기를 말리느라 분주하다.

대게는 큰(大)게라서 대게가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본인 가옥거리 관광을 마치고 나오자 구룡포항 앞으로 대게 식당이 즐비하다. 대충 봐도 40~50개는 되는 것 같다. 평소에도 대게를 좋아해 오늘은 구룡포 대게찜을 꼭 먹겠다고 다짐했지만 막상 ‘나 홀로 손님인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대게 거리를 기웃대던 중 대게집 이모 한 분이 “혼자 오셨지?”라며 혼자 와도 괜찮다며 대게를 보여줬다. ‘그래, 오늘 혼자서 배터지게 먹어보자’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박달대게 한 마리를 고르고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구룡포항 대게 음식점에서 주문한 박달대게찜/사진=편승민 기자

박달대게의 ‘박달’은 ‘박달나무’에서 유래한말이다. 박달나무는 속이 꽉 차서 물에 넣으면 가라앉을 정도로 무겁고 단단한 것을 뜻한다. 박달대게는 그만큼 속이 차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박달대게는 이처럼 속살이 90%이상 꽉 찬 대게를 칭하며 자망협회의 완장(표시)으로 인증한다. 자망협회가 대게들 중 살이 찬 정도를 시각과 촉각으로 판별해 정해진 기준을 넘는 대게에는 완장을 표시한다.
 
국산 대게는 영덕, 구룡포(포항), 울진이 가장 유명한데 이 중 영덕과 구룡포에서만 박달 완장을 수여하는 자망협회가 존재한다. 그래서 박달대게는 구룡포와 영덕에서 잡히는 대게만 해당된다.

대게가 쪄질 동안 기본 반찬들과 함께 서비스로 구룡포 과메기가 조금 나왔다. ‘과메기의 도시’에서 먹는 제철 과메기라 그런지 역시 부드럽고 맛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박달대게찜이 완장 표식과 함께 뽀얀 살을 드러내며 나왔다.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제철 대게의 맛을 글로 전하기엔 아직 기자의 내공이 역부족인 것 같다. 팩트만 전달하자면 대게찜부터 게딱지볶음밥까지 정말 ‘게 눈 감추듯’ 사라졌다는 것뿐이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는 기자에게 대게집 사장님이 “요즘 서울은 코로나 어떠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포항도 거리두기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요즘, 핫한 국내 여행지로 떠오른 포항에서 드라마 감성 느껴보고, 제철 대게 한 마리 먹으면 근심도 줄어들지 않을까? 포항 여행, 강력하게 추천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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