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 없이 탄탄한 글 지을 수 있을까?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짜임새 있고 술술 전개되는 원고 쓰려면 아우트라인부터 잡으라

글쟁이(주) 백우진 대표 입력 : 2022.03.07 09:41
편집자주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백우진 글쟁이㈜ 대표
잘 쓴 글은 모두 엇비슷하고, 못 쓴 글은 그 이유가 제각각이다.

잘 쓴 글은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이 원활하게 전개된다. 또 문단이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고, 문장과 문장의 배치와 관계가 적절하며, 문장은 잘 읽히고 정확하다. 필요한 대목에는 알맞은 수사법이 구사돼 있다. 단어 또한 ‘일물일어’ 지침에 따른 듯, 딱 들어맞게 선택됐다.

못 쓴 글의 유형은 잘 쓴 글에 비해 훨씬 많다. 못 쓴 글의 구성과 전개는 각양각색이다. 서론에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한 뒤 본론과 결론을 짧게 덧댄 칼럼도 있고, 독자의 눈길을 끄는 인트로를 서두에 앉히는 대신 상투적인 첫 문장으로 시작한 수필도 있으며, 샛길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갈짓자 전개가 있는가 하면, 앞에서 한 얘기를 괜히 반복함으로써 중언부언하는 전개도 종종 보이고, 마무리짓지 않은 채 끝낸 글도 간혹 눈에 띈다.
 
구성과 전개가 아쉬운 유형만 일부 열거했는데, 분량이 벌써 잘 쓴 글의 요건을 다룬 분량을 초과했다. 나는 반드시 과감한 편집을 통과해야 하는 문단에 대해서도 구성과 전개만큼 열거할 수 있다. 또 고칠 문장들의 유형도 많고, 대체할 단어의 사례도 많다.

‘원문 vs 대안’ 방법 고집하는 까닭
나는 왜 이 이야기를 하는가? 글쓰기 훈련에는 좋은 글을 모방해야 할 모범으로 제시받는 방식보다 원고와 대안을 제시받고 왜 그렇개 수정됐는지 배우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이다. 잘 쓴 글을 본받아 쓰려고 해도 중간에 자신도 모르는 채 할 수 있는 실수가 부지기수다. 반면 첨삭을 통해 제시받은 구체적인 지침은 확실하게 따를 수 있다.
 
물론 첨삭을 통한 글쓰기 학습에 어려운 점이 있다. 피해야 할 함정이 엄청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쓰기 훈련에는 기초를 다지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 그러나 그렇게 갖춘 기초에서만 제대로 된 글이 선다. 그런 기초에서만 기교도 발휘된다. 기초 없는 기교는 어설픈 치장일 뿐이다. 지금까지 이 연재에서 매번 원고 첨삭 방식으로 글쓰기를 안내한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앞으로도 원문과 대안을 비교해 제시하는 방식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번 꼭지에서 다룰 주제는 아우트라인이다. 글의 아우트라인은 건물의 설계도와 같다. 설계도 없이 빌딩을 올리려고 하는 건물주는 없다. 그런데 많은 필자가 아우트라인 없이 글을 짓는다. 발행된 글을 읽다 보면 그렇게 지었으리라고 추정되는 글이 다수 발견된다.

설계도 없이 작성된 듯한 글은 많지만, 이 지면에 공유하고 대안을 제시할 원문을 선정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 봉사해야 하지만, 원문 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이전 기고문에서 제갈량을, 그 전 기고문에서 링컨을 인용한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며칠 궁리 끝에 외국 필자의 글에서 원문을 선택하는 길을 찾아냈다.

상자기사에 대안과 함께 제시된 원문은 〈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에서 인용했다. 이 책의 저자는 거대한 건축물을 만드는 구조공학자 로마 아그라왈이다. 이 원문은 글의 설계도를 이야기하는 이번 꼭지와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원문에는 설계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문의 첫 문단은 콘크리트 화분 시도와 실패, 금속 콘크리트 화분도 실패, 혁명적 화분 성공을 모두 담고 있다. 혁명적 화분의 성공에 대한 공학적인 설명은 두 단락 넘게 지난 다음에야 나온다.

굵은 기울임체로 표시한 문단은 역할이 의문이고 내용도 이상하다. 이 문단은 철과 콘크리트의 찰떡 궁합을 말하고자 하는 듯한데, 둘째 문장은 “금속은 벽돌이나 콘크리트처럼 부서지지 않는다”면서 철이 아닌 금속을 칭찬한다. 그래서 이 단락은 대안에서 활용하지 않았다.

아우트라인과 문단은 맞물린 요소
아우트라인은 대안에서 파악할 수 있다. 대안의 첫째 문단은 점토 대신 콘크리트를 재료로 활용한 화분을 발명하려는 시도와 실패를 전한다. 둘째 문단은 금속 심을 넣은 콘크리트 화분도 실패했다고 알려준다. 셋째 문단은 철근 콘크리트 화분의 탄생을 서술하고, 넷째 문단은 철근 콘크리트 화분이 성공한 공학적 요인을 설명한다. 그 다음에 다섯째 문단은 철근 콘크리트가 화분에서 건물로 확장·응용되는 과정을 전한다. 대안의 각 문단 앞에 붙인 문구를 추려내면 그게 바로 아우트라인이다.

잠시 세부로 들어간다. 대안의 짧은 셋째 단락은 ‘혁명적 화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원문이 ‘혁명적 화분’을 바로 설명하지 않는 문제를 대안은 해결했다. 보라색으로 표시한 문장과 구절은 내가 추가한 것이다. 넷째 문단의 첫 문장도 내가 추가했다. 이 문장은 넷째 문단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이 문단에는 ‘우선’과 ‘또한’도 추가됐다.

이 원문과 대안으로부터 우리는 아우트라인과 문단이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우트라인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 보면 문단이 헝클어지기 쉽다. 글을 쓰기 전에 아우트라인을 잘 짠 다음 그 아우트라인을 문단 형식을 통해 나타내야 한다.

문단 단위로 써야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아우트라인을 뽑는 사고를 병행할 수 있다. 단락이 뒤죽박죽이고 단락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글을 읽는 독자는 아우트라인을 잡기 어렵다. 그런 글의 뼈대를 잡으려면 독자는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 글을 재구성해야 한다.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다. 독자한테 추가 노동을 요구하는 글은 친절하지 않다. 친절하지 않은 글을 쓴 필자는 자기만 손해다. 그런 글은 ‘뼈대 있는’ 글에 비해 제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철골과 아우트라인이 그런 요소다. 높은 건물은 철골로 뼈대를 올렸기에 튼튼하게 유지된다. 아우트라인을 따라 지어진 글이 짜임새 있고 흐름도 좋다.


[원문] 1860년대 프랑스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르는 자신이 만든 점토 도자기 화분이 자꾸 갈라지는 데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콘크리트로 화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화분 역시 갈라지긴 매한가지였다. 그는 콘크리트 안에 뼈대가 될 만한 금속 선을 넣어보았다. 이 실험은 두 가지 이유로 실패했다. 첫째, 콘크리트가 금속 강화물에 잘 달라붙지 않았다. 둘째,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금속과 콘크리트가 다른 비율로 수축하고 팽창하며 오히려 균열이 더 많고 심해졌다. 모니에르는 부지불식간에 거의 금이 가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되는 혁명적인 화분을 만들어냈다.

대부분의 금속과 마찬가지로 철은 탄성과 유연성이 있다. 그리고 장력에 강하기에 잡아당겨도 부서지지 않는다. 금속은 벽돌이나 콘크리트처럼 부스러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모니에르는 콘크리트와 철을 합침으로써 재료의 완벽한 결합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중략)

1867년 파리 엑스포에서 모니에르는 자신이 개발한 새 재료를 선보였다. 이후 범위를 넓혀 파이프와 보에까지 응용했다. 독일 출신의 토목공학자 구스타프 아돌프 바이스가 건물 전체를 이 재료로 지어보기로 했다. 1879년 그는 모니에르의 특허 사용권을 사고는 콘크리트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콘크리트 공법을 채택한 선구적인 건물을 지었고 이 공법은 유럽 전역에 널리 퍼졌다. (중략)

콘크리트 반죽 안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철과 콘크리트는 강한 결합을 형성한다. 시멘트 반죽이 접합체에 강하게 결합하듯이, 콘크리트도 철에 잘 결합한다. 일단 섞이고 나면 철과 콘크리트를 분리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둘은 열팽창계수가 거의 같아 온도가 변할 때 거의 비슷한 정도로 팽창하고 수축한다는 뜻이다.

[대안] [콘트리트 화분 발명 시도와 실패] 프랑스 정원사 조제프 모니에르는 자신이 만든 점토 도자기 화분이 자꾸 갈라지는 데 넌더리를 내고 있었다. 그는 1860년대에 콘크리트로 화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콘크리트 화분 역시 갈라지긴 매한가지였다.

[금속 콘크리트 화분도 실패] 그는 콘크리트 안에 뻐대가 될 만한 금속 선을 넣어보았다. 이 실험은 두 가지 이유로 실패했다. 첫째, 콘크리트가 금속 강화물에 잘 달라붙지 않았다. 둘째,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금속과 콘크리트가 다른 비율로 수축하고 팽창하며 오히려 균열이 더 많고 심해졌다.

[철근 콘크리트 화분 탄생] 모니에르는 부지불식간에 혁명적인 화분을 만들어냈다. 금속 가운데 철을 심어 화분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화분은 거의 금이 가지 않고 견고하게 유지되었다.

[성공 비결] 새 제조 비법은 두 갈래로 작동했다. 우선 시멘트 반죽이 접합체에 강하게 결합하는 것처럼 콘크리트도 철에 잘 결합했다. 콘크리트 반죽 안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철과 콘크리트는 강한 결합을 형성했다. 일단 섞이고 나면 철과 콘크리트를 분리하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또한 둘은 열팽창계수가 거의 같아 온도가 변할 때 거의 비슷한 정도로 팽창하고 수축했다. (중략)

[화분에서 건물로 확장] 모니에르는 1867년 파리 엑스포에서 자신이 개발한 새 재료를 선보였다. 이후 범위를 넓혀 파이프와 보에까지 응용했다. 독일 출신의 토목공학자 구스타프 아돌프 바이스가 건물 전체를 이 재료로 지어보기로 했다. 1879년 그는 모니에르의 특허 사용권을 사고는 콘크리트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콘크리트 공법을 채택한 선구적인 건물을 지었고 이 공법은 유럽 전역에 널리 퍼졌다. (중략)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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