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터 인사까지…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의 '의회 개혁 로드맵'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는 필수, 방만 예산 바로잡아 효율 배분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대담 서동욱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입력 : 2022.09.01 09:21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의 지역구는 서울 강남구 제3선거구(개포1·2·4동)이다. 2006년 초선으로 서울시의회 의원에 당선된 이후 야인 시절까지 포함해 17년 동안 지역구 활동에 매진했다. 강남구는 서울의 대표적 부촌(富村)으로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어려운 형편의 주민들도 많다”고 했다. 김 의장은 “기초생활수급자 수는 25개 자치구 중 12위이고 임대주택 수는 서울에서 세 번째로 많다”고 말했다. 이는 김 의장이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기도 하다. 그는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을 찾으며 주기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보호를 더욱 심도 있게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폭우에 강남구 구룡마을은 직격탄을 맞았다. 집중호우로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구룡마을의 비닐, 합판 등 취약한 재료로 지어진 낡은 집들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일대는 쑥대밭이 돼 마을에서는 1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폭우 이후 복구 속도도 더디다. 김 의장은 “건물이 침수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황폐화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번 강남 일대에 침수가 발생한 것은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년 전 서울에서 큰 홍수가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었다면 이번에 이처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대심도 터널을 만들기로 계획했는데, 박원순 전 시장이 유역분리터널을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했다”며 “그건 실패한 정책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썼지만 결과는 참담하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극심한 악취로 주민 고통을 유발하는 탄천하수처리장을 복개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하수처리장에서 악취가 극심해 민원이 많이 발생했는데 하수처리장을 복개했다”며 “그 뒤로는 악취가 사라졌고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개포동 구룡산에 단절된 달터공원을 잇는 생태육교 건설도 보람 있는 성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지개발로 없어진 구룡산 생태 능선을 육교를 만들어 복원했다”며 “10년이 걸린 일인데, 자연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12년 만 국민의힘이 의회 ‘다수당’으로…“잘못된 관행 고칠 것”


12년 만에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국민의힘으로 바뀌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제11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취임한 김현기 의장은 “2년이라는 의장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 있지만 잘못 만들어진 관행을 고칠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선 김 의장은 그동안 편성된 예산에 대한 검토부터 들어간다. 김 의장은 TBS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는 개원 첫날 ‘서울시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을 발의했다. 김 의장은 “‘교통방송의 소명은 끝났다’”며 “교통방송은 32년 전 서울시내 교통안내를 위해 탄생한 방송인데 현재는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교통안내 필요성이 감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1년 370억 원, 올해 320억 원 등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 시대에는 그 역할을 다했으니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의회에서 제출한 조례안이 통과되고 공포되고 시행되는 날로부터 1년 동안 유예기간을 갖는다”며 “당장 지원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1년 유예기간을 가져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제까지 교육청 예산이 잘못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은 재원의 46%인 1조7423억원을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에 적립하고, 26%인 9620억원은 통합교육재정안정화기금에 적립하는 등 추경예산의 약 72.4%, 2조7000억원을 적립성 재원으로 편성했다. 의회는 서울시교육비특별회계 추경안 등 4건에 대해 ‘심사보류’ 결정을 내렸다. 김 의장은 “서울시교육청의 이번 추경예산은 전체 금액의 70% 이상이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등 기금적립용”이라며 “기금적립보다는 학교 현장에 필요한 사업 위주로 교육청의 추경안 재편성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의 과감한 반성과 적극적 행정이 필요하며, 납득할 만한 수준의 수정안을 제출하면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추경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 잘하는 의회’가 되기 위해 그는 내부 개혁도 진행했다. 지난달 1일 의회사무처 5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에 대한 전보를 시행했다. 4,5급 일반직 간부 32명 중 23명 재배치가 이뤄졌다. 이는 시의회 인사상 최대 규모다. 김 의장은 “의회를 지원하는 사무처 인력도 통렬한 반성과 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인사를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전문성도 떨어지고 역량도 쇠퇴한다”며 “교류해서 서로 소통하고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부동산 ‘공급정책’으로 집값 잡는다…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의회는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법령 개정촉구 결의안’을 발의하며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섰다. 결의안에는 중앙정부와 국회에 재건축·재개발 관련 법령 개정을 촉구하고 주로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 등 불필요한 규제 완화와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의장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서울 부동산 값이 폭등했다”며 “현재 수도 서울의 주거불안이 극심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는 넘치는데 주택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라며 “현재 서울 부동산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주택공급 확대다. 가용 토지 없는 서울로서는 ‘재건축·재개발’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LH공사는 태릉골프장 일대를 대규모 아파트단지 공급을 위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의회는 이 계획에 반대하기 위해 ‘서울 태릉골프장 일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반대에 관한 청원’을 통과시켰다. 의회 측에서는 국토교통부와 LH공사가 세계문화유산(태릉·강릉)을 관리하는 유네스코와 사전협의도 없이 공공주택지구 지정계획을 추진했고, 태릉 일대의 자연생태계 파괴와 인근 지역의 심각한 교통정체와 대기오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김 의장은 “우선 주민 반대가 심하고 문화재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대상지역의 자연생태적 가치와 삶의 질을 지켜내려는 시민적 가치를 존중해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본 청원을 채택했다”고 말했다.


◇새롭게 구성된 광화문 광장, “집회보다 시민의 공간 되길”


지난달 6일 광화문광장이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도록 ‘공원 같은 광장’으로 재개장했다. 광장의 총면적은 4만300㎡로 종전(1만8840㎡)보다 2.1배 넓어졌고 기존 광장의 서쪽(세종문화회관 앞) 차로를 없앴다. 광장 폭도 35m에서 60m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게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김 의장은 “광화문광장은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간직해온 장소이면서, 민주적 가치와 철학이 공유되는 정신적인 공간”이라며 “지금까지 광장이 시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지게 운영된 것도 있다”고 했다. 그는 “집회나 시위 위주로 이용되면 시민의 불편이 커지고 그로 인한 지역상권 피해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공직생활 지내다 보좌진 등 거쳐…‘최다선’ 4선 의원으로 의장직 올라


김 의장은 1956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커 서울의 국립철도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바로 공무원으로 임용돼 공직 사회에 몸담았다. 공무원 생활을 병행하며 방송통신대에 입학해 행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대학원에서 1급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당이었던 ‘통일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몸담았다. 국회의원과 장관 등의 보좌진을 역임한 그는 2006년 제7대 서울시의원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제8·9·11대까지 4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 의회의 ‘최다선’ 의원으로 지난 7월 시의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다. 2006년 그가 처음 서울시의원이 됐을 때와 지금의 서울시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김 의장은 “서울시 예산을 보면, 2005년 13조에 비해 약 4배가 커졌다”며 “시의원 1명이 심의해야 할 예산금액은 약 4조6000만원으로 국회의원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의회 권한도 커지고 있다”며 “특히 2020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되고, 정책지원관도 정식도입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11대 서울시의회가 시민 삶의 질을 가시적으로 높여가겠다”고 덧붙였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이기범 머니투데이 기자
다음은 김 의장과의 일문일답.

-의회는 개원 첫날 TBS 지원을 줄이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발의했다

▶TBS에 지원하는 연간 보조금이 300억원이다. 교통방송의 소명이 끝났으니 그 지원금을 줄이자는 내용의 조례안이다. 교통방송은 32년 전 서울시내 교통안내를 위해 탄생한 방송이다. 현대 시대에는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 옛날에 비해 교통방송의 안내 필요성이 감소했다. 시대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방송의 효과성과 효율성 잣대로 봤을 때 ‘서울 교통안내를 위한 방송’이라는 기존 소명을 다했다고 본다.

-조례안 통과 시점은 언제로 보나

▶시민 세금을 통한 예산 지원 중단을 마음먹은 만큼 조례안의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통과해야 내후년 정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조례안이 통과되더라도 유예기간은 1년이다.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유예기간 조정 가능성도 있다. 조례안이 통과돼도 내년까지는 교통방송에 대한 예산이 계속 적용된다.

-서울시의회 개원 첫날 재건축 규제 완화가 골자인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법령 개정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현재 서울의 주거불안이 극심해진 상황이다. 수요는 넘치는데 주택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은 주택공급 확대라고 본다. 가용 토지 없는 서울에서는 재건축과 재개발이 필수다. 우리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중앙정부와 국회에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푸는 내용을 담았다. 주로 용적률이나 높이 제한 등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다.

-시의회는 서울 태릉골프장 일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반대에 관한 청원을 채택했다. 이유는 무엇인지

▶국토부와 LH공사는 태릉골프장 일대를 대규모 아파트단지 공급을 위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려고 한다. 이 계획에 반대하는 지역주민과 서울시민 3000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7월 의회 제1호 청원으로 접수됐다. 국토교통부와 LH공사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을 관리하는 유네스코와 사전협의도 없이 공공주택지구 지정계획을 추진한 점이 문제다. 주변에서는 태릉 일대의 자연생태계 파괴와 인근 지역의 심각한 교통정체와 대기오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 의회는 지역의 자연생태적 가치와 삶의 질을 지켜내려는 시민 의견을 존중해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본 청원을 채택했다.

-6조3700억원 규모의 서울시 추경을 통과시켰다. 이번 추경은 어떻게 편성됐나

▶이번 추경은 △안심·안전 4011억원 △도시경쟁력 제고 3834억원 △일상회복 가속화 9262억원 등 3대 분야로 중점 편성했다. 청년 월세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동행식사 운영 예산도 편성했다. ‘돌봄체계 강화’를 위해 서울형 키즈카페를 확대하고 노인 기초연금 지급 등의 예산도 담았다. 이 밖에 코로나19 격리입원치료비와 생활지원비 지원, 서울교통공사와 시내버스 손실보전, 서울관광을 활성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제7대 서울시의회를 시작으로 8, 9, 11대까지 4선 의원을 지내고 있다. 그동안 시의회의 변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시의회가 감시하는 서울시 예산을 보면 2005년 13조에 비해 약 4배가 커졌다. 서울시의원 한 명이 심의해야 할 예산금액은 약 4조6000만원이다. 국회의원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예산 금액이 커진 만큼 시의회 권한도 커졌다. 2020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의회 인사권이 독립되고, 정책지원관도 정식도입이 가능해졌다. 위상·권한·조직 모두 커지고 있고 좀 더 독립적으로 의회의 책임도 늘어났다. 시의회 역할이 뚜렷이 각인되고 있는 시기에 우리 의회가 시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

-시의회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나갈 예정인지

▶‘집행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역할에 충실하겠다. 시의회의 역할을 분명히 하며 무너진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 무엇보다 ‘비정상의 정상화’에 방점을 두겠다. 지난 12년 민주당 중심의 시의회는 의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했다. 서울시 역주행에 동승했다고 본다. 잘못된 조례를 개정하고 폐지할 것은 폐지하겠다. 면밀한 예산검토로 방만한 부분을 바로잡아 효율적으로 예산을 배분할 것이다.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내부 개혁도 진행할 것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1956년 출생
서울시의회 7·8·9·11대 의원
1급 사회복지사, 행정사
서울시립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
국회의원 입법보좌관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중앙연수원 교수
국민의힘 서울시당 대변인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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