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얻으려면 사무실을 벗어나라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2.11.04 09:48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창의경영의 신화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일으키기 전 인도여행을 장기간 했는데 호사가들은 그가 인도여행을 통해 인문학적 영감을 받았을 거라 추측한다. 앉은 자리를 바꾸면 풍경도 달라진다. 때문에 영감은 사무실 밖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사무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둘째는 책을 읽는 것이다.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 독서는 책상에서 하는 여행이니까.

흔히 동물 아닌 식물은 두뇌가 없다고 여겨 ‘식물 인간, 식물 대통령’이란 말을 자주 쓰는데 이는 명백한 잘못이다. 『꽃의 제국』(강혜순, 다른세상), 『매혹하는 식물의 뇌』(스테파노 만쿠소, 행성B) 등 다수 책에서 다루듯이 식물은 매우 정교하고 영악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동물과 달리 평생 한 곳에 정착해야 하는 식물은 동물보다 훨씬 자신의 생존과 후손의 번창을 위해 전략적이어야 한다.

식물은 20만 년 전 지구상에 출현했던 인류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 종보다 무려 35억 년이나 먼저 태어났고, 지구상 생명체의 99%를 차지한다. 그 장고한 세월 동안 생존 중심으로 진화해온 식물의 번식 프로그램은 인간의 컴퓨터 기술로 해독 불가하다. 나팔꽃은 암수한꽃이라 누군가 꽃을 따버리면 번식에 실패한다. 그래서 동원한 전략이 동귀어진(同歸於盡, 상대방과 함께 죽음)이라 함부로 따먹으면 몸을 상할 수가 있다. 소나무는 바늘 끝보다 좁은 암술머리 공략을 위해 인해전술로 꽃가루를 날린다. 인동초는 수분이 끝나면 꽃 색깔을 바꿔 꿀벌의 헛수고를 막아줌으로써 내년에도 또 오도록 배려한다.

『극한 식물의 세계』는 특별히 ‘극한’ 상황에서 생존과 번식을 이어가는 식물의 세계를 다뤘다. 리더의 역할이 가장 빛날 때가 위기를 극복해나갈 때다. 극한 식물들의 기막힌 생존전략은 리더의 위기극복을 위한 귀감이자 영감의 보물창고가 아닐 수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식물인 레드우드(미국삼나무)는 키가 100m를 훌쩍 넘는다. 광합성에 필요한 빛을 더 많이 받으려는 경쟁의 산물인데 문제는 뿌리가 흡수한 물을 꼭대기까지 보내는 일이다. 레드우드는 껍질과 잎으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레드우드보다 덩치가 큰 최장수 식물 자이언트 세쿼이아(거삼나무)는 산불로 주변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이 되면 씨앗을 터뜨려 번식한다. 물론 1미터에 달하는 껍질 속에 수분을 충분히 담아 산불을 견뎌낸다.

호밀은 가뭄에 강한 구황작물이다. 물 없는 척박한 땅에서 열매를 맺기 위해 호밀은 뿌리로 승부한다. 호밀의 뿌리는 623km, 뿌리털의 길이는 1만km가 넘는다. 피마자(아주까리)는 씨앗 속에 첩보영화에서 암살용으로 쓰이는 독극물 리신을 감춰뒀다. 피마자 씨앗을 함부로 씹어먹었다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대신 리신이 제거된 피마자는 인류를 위해 다방면에서 활용된다. 대나무는 죽순을 재빨리 하늘로 밀어 올리는 속도전으로 빛을 차지하고, 남극대륙에 얼음이 없는 땅 2%를 점령한 식물 이끼는 씨앗이 필요 없는 무성생식, 아주 느린 번식, 포자를 만들지 않는 에너지 절약, 빙하가 녹을 때까지 휴면상태로 기다리는 인내, 서로 뭉쳐 체온을 유지하는 협동이 그 비결이다.

이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신비함마저 간직한 극한 식물의 생존전략에 빠지다 보면 위기극복이나 변혁을 통찰하는 한두 가지 영감을 필히 받을 수 있는 책이 『극한 식물의 세계』이다.
▲『극한 식물의 세계』 / 김진옥, 소지현 지음 / 다른 펴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