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진영'이라는 블랙홀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3.06.01 09:05

올해 상반기 우리 외교가는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일정들을 잇따라 소화하고 있습니다. 4월 말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5월 7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쿄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12년 만에 한일 정상간 '셔틀외교'가 복원됐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 사과나 반성 대신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힘든 경험을 하신 것에 마음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표현을 두고 과거사 문제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 기업간 공급망 구축에 대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했던 조치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하는 등 경제 분야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윤 대통령이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방문해 선보인 외교 행보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은 방일 기간 중 주요 7개국 정상들과 자리를 함께하고,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의 안보협의체)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외교안보협의체) 소속 국가 대부분과 양자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G7 정상회의를 지켜보면 미국 및 서방국가들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구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미국의 탈중국 디커플링 전략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던 독일·프랑스 등 EU 주요국들도 경제문제를 위험완화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외교노선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실체를 확연하게 드러낸 '신냉전' 상황은 미국 및 동맹국들과 중러의 대립구도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습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들은 지금의 신냉전과 북한의 핵위험을 미증유의 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미중 패권 갈등 시기에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동맹을 강화하면서 국방력을 포함한 국력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 '진영'이나 '계파'를 초월한 대전제임은 분명합니다.

야당을 중심으로 '현 정부 외교노선에 대해 빵셔틀 외교' '굴욕외교' '호갱외교'라는 비판이 계속됩니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국익을 고려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이어야 합니다. 외교·안보 이슈마저 '진영논리'라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진영과 계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과 협치를 기대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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