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자”

[한국의 싱크탱크-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낙수·분수효과 선순환적 결합해야

임윤희 기자입력 : 2015.12.02 10:16
편집자주<더리더>는 5월부터 다양한 국내 싱크탱크에 대해 소개하고 설립취지와 주요 연구실적 등 양질의 자료가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공론화 되는데 기여하기 위해 ‘한국의 싱크탱크’를 기획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더미래연구소▲한국지방행정연구원▲한국미래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 국내 유수의 싱크탱크를 취재하고 있으며, 11월호에는 정운찬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반성장연구소를 찾았다.

“사람을 능가하는 가치는 없다. 하늘은 복이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야 멀리 갈 수 있다.”

동반성장연구소의 정운찬 이사장의 말이다. 사회 양극화와 각종 개혁의 과제를 앞두고 있는 요즘 정 이사장이 주장하는 것이 바로 ‘천천히, 같이’다.
그의 이름 없이 경제를 논하기 어려울 만큼 시대를 꿰뚫어 보는 혜안으로 여러 곳에서 그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국립서울대학교 총장과 대한민국 국무총리를 역임하며 그는 경제를 넘어 교육, 그리고 대한민국 전반을 통찰해 본 경험을 갖췄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반성장연구소를 운영하며, 전국으로 그가 가진 신념을 전파 하고 있다. 정운찬 이사장을 직접 만나 지금 우리 사회와 경제 전반에 문제에 대한 그만의 해법을 들었다.



동반성장연구소의 설립 취지와 목표를 소개해달라
21세기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 세계 곳곳에 한류바람을 일으키는 문화강국, IT산업을 선도하는 첨단사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우리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함께 땀 흘려 성취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앞으로만 내달리는 과정에서 소수에 의한 부의 독점과 기회 독식을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대80사회도 모자라 이제는 1대 99사회가 되었다.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기회를 독식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또한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동반성장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공존하고, 모세혈관에 피가 돌듯이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질 때, ‘더불어 사는 사회’ 가 이뤄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동반성장연구소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동반성장연구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업종간, 세대간 지역간 동반성장을 해나가는 데 필요한 조사와 연구, 교육 및 정책개발, 연대사업 등을 통해 동반성장의 가치가 우리사회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동반성장연구의 가장 큰 성과라면 어떤 것이 있나.
동반성장연구소는 순수 민간연구소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뿐만 아니라, 도시와 농촌, 서울과 비서울, 남녀, 남북, 세대 간 등의 동반성장에 폭넓게 관심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매달 포럼을 열고, 1년에 한 번씩 심포지엄도 한다. 포럼의 결과나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는 책자로 내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은 강의다. 일년에 4~50차례 특강을 한다. 성과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과거에 대기업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했던 불공정거래를 지금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한다. 또 지방을 돌아다니다 보면, 동반성장이 무엇인지 자세히 모르지만 그것을 해야 한국경제가 산다는 생각은 상당히 보급된 것 같다. 또,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중소기업 위주의 정부발주는 효과가 적지 않다.


최근 강의를 많이 하고 계신데, ‘한국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주제로 강연하셨다. 해답을 어떻게 보는가.
한국 경제는 70년간 빨리 성장했다. 세계에서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나라 가운데 일인당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뿐이다. 자랑스럽다. 그러나 걱정이 더 많다. 소득 분배의 불평등도가 크게 악화되었다. 또한 경제력 집중도 심화되었다. 한 예로 삼성•현대자동차•LG•SK 등 4대 그룹의 1년 매출이 GDP의 60%에 이른다. 10년 전 이 숫자는 40%였다. 결코 경시할 수 없다. 시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균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의 9.9%, 90년대의 7.0%에서 2000년대는 4.4%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도 힘겹다. 그러니 고용이 순조로울 리 없다.
정부는 지난 2년여간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처음에는 규제 타파를 통한 투자 증진을 꾀했다. 다음에는 소득증대 정책을 쓰면 소비가 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둘 다 실적이 미미하다. 규제는 투자의 주된 걸림돌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 특히 예측 불가능한 정부 정책이 더 큰 문제다. 또한 임금이 평균적으로 생산성 상승분만큼도 오르지 못하는데, 배당소득이나 부동산 임대소득만으로 국민 다수의 소득증대를 꾀하기는 어렵다. 이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압력으로 인해 설혹 소득이 늘더라도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
나는 한국 경제의 해결책은 동반성장이라고 생각한다. 만병통치약은 아닐지 모르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동반성장은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어 다 같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있는 사람들 것 빼앗아 없는 이들한테 나누어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경제 전체의 파이는 키우면서 분배는 좀 더 공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저성장 그리고 양극화의 해법을 동반성장에서 찾고 있는데, 좀 더 설명해 달라.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낙수효과와 분수효과의 선순환적 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보수 진영에서는 낙수효과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만능주의를 맹신한 결과 오히려 공정한 시장경쟁을 파괴하고 기득권을 고착시키면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는 폐단을 낳았다. 반면 우리 사회의 진보 진영에서는 분수효과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반대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자칫 개인의 ‘경제 하려는 의지’를 훼손하고 시장경제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면서 복지정책을 통한 사후적 분배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 중 어느 하나의 경로(track)만으로는 동반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를 결합하여 선순환의 효과를 낳아야 하다. 물론 개개인의 의식과 행동을 바꾸고 우리 사회의 법제도와 관행을 혁신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이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를 결합하는 동반성장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불법•편법을 근절하고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동반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의 하도급 거래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탈취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 관행을 근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이러한 노력을 시장경제 원리를 파괴하는 과도한 규제라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불법과 편법, 그리고 경제력의 남용이야말로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요소이다. 따라서 만인이 법 앞에서 평등한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모든 국민에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는 공정한 경쟁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 시장을 바로 세우고 동반성장을 이끌어내는 길이다.
둘째로, 하도급 중소기업•비정규직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의식적 배려와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분수효과(bottom-up track)라고 부를 수 있다. 낙수효과의 정상화가 시급한 과제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것만으로 한국경제가 봉착하고 있는 양극화와 저성장 문제를 극복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시장이 아무리 공정하게 작동하더라도 능력이 부족해서 또는 운이 없어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극도의 불균형 성장전략을 추구한 결과 구조적 장벽이 너무 높게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다수 국민의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서민층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직접적인 효과뿐 아니라 내수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고용과 투자를 자극함으로써 성장을 가속화하는 간접적인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힘은 훌륭한 인적자본에서 나온다. 말씀 주셨다. 서울대 총장도 하셨는데. 교육분야 어떤 개혁 해야 하나
얼마 전 “요즘 어떤 운동을 하지?”라는 내 질문에 한 고3 수험생이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고3이 무슨 운동을 하겠어요? 고3 학생들은 체육시간에도 운동장 안 나가고 자습합니다.” 당시에는 그러냐며 웃고 넘어갔지만 이후 무언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답답함이 내 가슴 한쪽에 자리 잡았다.
아이들의 건강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좋은 대학 진학을 위한 시험 준비에만 몰입하게 하는 우리 모습이, 멀리 보지 못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 현재의 황금알에 눈멀어 미래의 더 많은 황금알을 포기함으로써 지•덕•체의 교육을 ‘지’에서 멈추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 중심의 교육이 우리나라의 고도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던 건 사실이다. 자원이 없는 한국이 지금과 같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즉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역할을 해 왔다. 그러나 이런 지식 중심의 교육은 산업화 초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경제적으로 일류국가에 진입한 지금에는 걸맞지 않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지식 중심의 교육만으로는 ‘멀리’ 그리고 ‘오래’ 갈 수 없다. 덩치가 커진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어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질적으로 다른 교육이 필요하다.
먼저 사회의 다양한 부문에서 양극화가 고착됨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심신의 스트레스가 과중해진 우리 사회에서 학생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길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지•덕•체의 교육이 아닌 체•덕•지의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교육은 부족한 체력을 정신력으로 채워 넣을 것을 요구해 왔고, 학생들은 그것에 순종했다. 그러나 정신력만으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미래 지향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체력을 강하게 길러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은 더 이상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고 휴대전화, 반도체 등 몇몇 산업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금까지는 앞에 가는 기업들을 열심히 따라가면 됐지만, 이제는 따라오는 기업들보다 앞서서 스스로 성장할 길을 개척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한국에 창의력은 육체적 힘만큼이나 새로운 세대에게 반드시 함양되어야 할 특성이다. 새롭게,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능력을 일컫는 창의력은 특히 연구개발 부문에 필요하다. 최첨단 투자사업의 설계 및 실행은 창의력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끝으로 사람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묻는 일과 유리된 지식은, 한 번 써먹고 마는 소모품과 다를 바 없다. 한 개인이 아무리 잘났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필경 남에게 질시와 배척의 대상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지•덕•체 교육이 ‘지’에서 멈춘 지 오래다. 지•덕•체 교육이 아닌 체•덕•지 교육으로 바꾸어야 한다. 고정관념을 버리고 생각을 새롭게 해야 한다. 생각의 틀을 바꾸는 데에는 믿음과 용기가 필요하다. 체력과 창의력이 바탕이 된 교육이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주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속에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있다.


정부여당의 4대 부문 개혁(노동, 공공, 교육, 금융)에 대해 "빗나간 화살은 과녁을 맞힐 수 없다" 쓴소리를 하셨다. 방향이 문제인가.
정부•여당은 미래를 위해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4대 개혁의 결과로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발전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면 과연 과녁을 똑바로 보고 있는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여당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발언이 노사정 타협안 도출 과정에서 있었다. ‘귀족 노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임금피크제가 되어야 청년 일자리가 늘어난다’ ‘강성 노조의 불법 행위가 없었더라면 국민소득이 일찌감치 3만 달러를 넘겼을 것이다’ 등 저성장의 책임을 대부분 노동자에게 돌렸다. 또 최근에 정부는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를 통해 중•장년층에서 청년층으로 부의 이전을 원활하게 하겠다’며 세제 개편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비록 노사정 타협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10.2%에 불과한 노조 조직률’ ‘일자리 없는 성장’ ‘임금 없는 성장’ ‘수백 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에도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 재벌 대기업’ 등의 연구 결과는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국민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책임이 노동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부자 대부분이 ‘세습’에 의한 것임을 볼 때 부의 이전이 원활하지 않다는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지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자녀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격차세습이 구조화돼 가고 있다. 오죽하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인생이라는 자조적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겠는가. 상속세 개편은 불공정 확대와 격차세습의 재생산을 부채질할 뿐이다. 따라서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공동 책임의 입장에서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대기업으로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 돈이 제도적으로 중소기업과 가계로 흘러가도록 하고, 개인의 성실함과 노력만으로도 사회계층 이동이 자유로우며, 풍요롭지는 않지만 안정된 생활이 가능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그런데 정부•여당의 4대 부문 개혁에는 그런 고민이 별로 안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제안’ 등 진취적인 통일정책을 발표했다. ‘통일은 우리에게도 주변국에게도 대박’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국민의 생각을 바꿔 놓는 등 통일대박론이 국내외적 화두였다. 통일정책 평가와 바람직한 통일준비 방향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다. 남북이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상대방은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5•24조치가 있다. 남북한 간 경제교류를 전면 금지한 이후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가고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후퇴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5•24조치 이후 남한이 입은 직접 피해액을 145억9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경제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남한은 선점 이익을 놓친 채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통일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결과로 보는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쪽박’이 될 가능성이 짙다. 남북은 70년을 서로 다른 체제와 다른 이념으로 살아왔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살 정도로 심리적인 간극은 크다. 경제력 격차는 마흔두 배에 이른다. 통일과정에서 그 부담은 주로 남한 국민들이 맡게 될 것이다.
현재의 북한 경제로는 통일이 사실상 어렵다. 북한 경제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섣부른 통일은 남북한 모두에 심각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남한이 경제적 지원과 협력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 첫 단추가 바로 5년째 중단돼 있는 활발한 남북 경제 협력의 재가동이다.
이를 위해서는 5•24조치의 단계적 해제가 필요하다. 남북 간 경제 사업을 통해 남한의 풍부한 자본과 기술이 개발할 곳은 많은데 돈과 기술이 없는 북한으로 흘러가 남북 경제가 동반성장하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남북경협은 해당 기업이 얻는 이익이 다가 아니다. 지속적인 교역증대로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해 궁극적으로는 북한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다.
통일은 남북이 함께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통일 준비단계에서부터 북한경제의 발전과 이행을 차근차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일이 가시화되기 전에 북한이 상당 수준의 경제적 발전을 이뤄 나가도록 남한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시장경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체제의 변화를 유도한다면 통일 비용 부담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이는 남한 경제에도 상당한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체제와 이념, 민족적 당위의 논리보다 남북한의 상생공영이라는 상호 이익을 바탕으로 한 동반성장의 가치가 통일 논의 중심으로 들어와야 한다.


앞으로 대북정책, 그리고 한반도 4강과의 통일 협력방안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은 막강한 국력을 바탕으로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도 남북으로 쪼개져 있고, 사회는 여전히 동서로 갈라져 있다. 한국을 50-30클럽, 다시 말해 인구 5000만 명이 넘으면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거나 그에 근접한 7국(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의 하나로 만든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양극화라는 어둠이 짙게 깔려 있고 세계경제의 불안정한 파도가 언제 국내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적어도 우리의 운명만큼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나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상당한 경제력, 정치력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자본이 사회 전반에 걸쳐 충분히 쌓여야 한다. 한마디로 국력을 키워야 한다. 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첫째 각자가 해야 할 일을 꼭 해야 하고 둘째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동반성장, 역지사지, 그리고 소통이다. 피해야 할 것은 탐욕, 독선 그리고 오만이다.



대한민국 새로운 도약을 위해 희망 메세지 전해주신다면.
우리의 희망은 바로 사람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힘은 훌륭한 인적자본에서 나온다. 이러한 창의적 인적자본을 계발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육에 달려있다. 성장능력을 배양하는 기업의 투자도 고급인적자원과 기술이 선결요건이다. 이것 역시 교육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좋은 교육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체질적으로 승화시킨다. 민주사회의 핵심역량인 사회적 자본이 구축되는 것이다.
훌륭한 인적 자본과 기술 자본이, 잘 구축된 정보기술, 생명공학과 같은 첨단기술 인프라와 만난다면 우리나라가 몇 단계 도약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이다.


동반성장연구소 소개
동반성장연구소는 더불어사는 사회,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사회, 민주적 가치가 구현되는 사회를 핵심 가치로 두고 있는 국내 싱크탱크이다.
함께 사는 세상을 추구하며 동반성장과 관련된 법률을 제정하고 공정한 사회적 규칙을 만드는 것은 물론, 엄정한 법의 집행이 가능하도록 감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동반성장포럼은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 개최되며 우리사회의 각 부문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정책대안을 치열하게 모색하고 있다. 최근 10월 13일에는 제26회 동반성장포롬-'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동반성장'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해외 성공 사례 를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http://www.kisg.net/02)6419-9000)

프로필
정운찬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 학사
––프린스턴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콜럼비아대 조교수
––제8대 한국금융학회 회장
––제23대 서울대 총장
––제36대 한국경제학회 회장
––제1대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원장
––제40대 대한민국 국무총리
––세계7대 자연경관 선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한국방송통신대 운영위원회 위원장
––제1대 제주영어교육도시 명예시장
––現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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