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하거나 ‘미래 권력’된 원조 친박들

비박계도 ‘원조친박’, 朴과 엮이면 정치생명 연장?

홍세미 기자입력 : 2017.01.13 09:47
한 때 ‘배신의 정치’가 정치권을 강타한 적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의 갈등 도중 나온 말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겨냥,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었다. 이후 유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사퇴했다.

이 파동은 정치 지형을 바꿨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과 대적하는 상대가 됐다. 박 대통령의 계파로 부르는 ‘친박계’를 포함해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찍어 내릴수록 유 의원의 주가는 상승했다.‘배신의 정치 사태’이후 유 의원은 정치 인생에서 처음으로 대선주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현상은 대선이 있는 2017년에도 유효하다. 급기야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 비박계 신당인 ‘바른정당’창당을 앞두고 있다.

유 의원은 진작 박 대통령을 배신, ‘탈박계’로 분류됐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할 당시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발을 디뎠다. 2007년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서는 경선대책위원회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았다. 유 의원 의 지역구인 대구(TK)는 박 대통령의 텃밭이다. ‘TK맹주’를 이을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렇듯 유 의원의 정치 인생을 이야기할 때 박 대통령은 빼놓을 수 없다. 그런 그가 지금은 탈당까지 감행, 박 대통령을 떠났다.

‘한 자리’하는 원박·탈박
박 대통령이 현재권력이기 때문일까. 박 대통령과 적이든, 동지든, 원박(원조친박)이든, 탈박(脫朴·탈퇴한 친박계)든, 이들은 현재 권력을 비롯해 미래권력까지 내다보고 있다.

현재까지도 ‘친박계’라고 분류되는 ‘원조친박’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 황우여 전 의원은 사회부총리를 역임했고 최경환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최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정현 의원은 당대표를, 서청원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8선 달성에 성공했다. 또 서병수 부산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자체장을, 조윤선 장관은 문체부 장관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를 창출케 한 1등 공신인 친박계가 요직에 앉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박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탈박계’인사들이 승승장구 한 점이 주목할만하다. 원박이었다가 비박으로 돌아선 사람은 유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의원, 이혜훈 의원,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 등이다.

김무성 의원은 2005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할 때 당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인연을 맺었다. 2007년 친박계와 친이계가 ‘박’터지는 싸움에 분당 이야기까지 나오던 시절, 김 의원은 박근혜 대선 경선 캠프에서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으며 누구보다 앞장서 친박계 편에 섰다.

2007년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에 김 의원이 찬성하면서 박 대통령과 틀어졌다. 2012년 김 의원이 박근혜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으며 다시 ‘친박’으로 분류됐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비박계로 분류됐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과 맞대결을 펼쳐 ‘비박계 좌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청문회에서 맹활약 한 이혜훈 의원도 역시 ‘친박’이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았다. 이 의원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강남에 현역의원을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에 휩싸여 출마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이후 별다른 직책을 맡지 않았고, 경제민주화를 실천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내뱉으며 비박계로 돌아섰다. 이 의원은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이 박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캠프에서 활동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유 의원과 한 배를 탄 듯 보인다. 이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친박계 조윤선 장관을 경선서 따돌리고 서초에서 당선됐다.

또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도 20대에서 3선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진 의원은 2004년~2005년, 박 대통령이 당대표였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진 의원은 박 대통령 주변 사람 중 비교적 ‘소신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으며 ‘실세장관’으로 불렸다. 그러나 소신있는 진 의원은 청와대가 기초연금 대선 공약을수정한다고 밝히자 장관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후 ‘탈박계’로 찍힌 이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적을 옮겨 3선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정책 기획을 담당한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았다. 경제민주화 토대를 만든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합리적 보수’이미지를 메이킹한 사람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중도 표를 얻은 것도 김 의원이 세운 경제민주화 영향이 컸다는 평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기에 ‘1등 공신’으로도 불렸다. 그런 김 의원도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사실상 공약 후퇴·철회로 인해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김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20대 국회 비례대표로 입성한 그는 현재 야권 대선 판도를 흔들 ‘키’를 쥔 인물로 꼽힌다.

김 의원과 함께 영입된 이상돈 의원은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역임했다. 이 의원도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이유는 김 의원과 다르지 않다. 이 의원은 이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비례대표로 원내에 입성했다.

“새누리당은 모두 친박”
김무성 의원은 지난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당신은 친박입니까? 저는 대답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친박입니다”라는 1분 동영상으로 홍보한 바 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당의 성공’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비박계로 분류되며 분당을 이끈 이들은 본래 원조 친박이었다. 또 비박으로 돌아서, 탈당까지 한 인물들은 다른 당에서 배지를 달기도 했다.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