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점에 이르고 있는 김정은 「공포통치」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차동길 교수입력 : 2017.03.02 10:19

▲차동길 교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급부상하기 시작한 대북 선제타격론 등 대북 강경기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 발사와 백두혈통의 장손 김정남 암살 등 북한의 도발은 거침이 없다. 지난 2월 12일 북극성 2형으로 명명된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발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을 시험함과 동시에 막바지에 이른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실제 북한이 발사한 북극성 2형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체계를 적용함으로써 은밀하고, 신속하게 공격할 수 있는 기술적 진보를 보여주었다.

북한은 공공연하게 미국을 위협하고 있고, 미국 역시 북한의 위협을 기만적 화술이 아닌 실존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면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를 통한 비핵화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레짐 체인지가 두려워서일까. 김정은은 이복 형 김정남에 대해 독극물에 의한 테러를 자행하여 전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에 상주하는 외교관까지 가담한 암살사건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면서 더 이상 북한을 이대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중국을 압박할 때, 또는 북한이 중국의 통제권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려고 할 때, 중국이 국익을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중 하나이기에 김정은에게는 최악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김정남 암살은 최근 북한 고위급 인사를 포함한 주민들의 탈북과 김정은의 실세로 지목받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강등과 해임 등 심상치 않은 이상기류 속에서 발생한 도발사건으로,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어, 북한 엘리트층과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를 수 있음을 예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고든 털럭(Gorden Tullok)은 그가 쓴 「전제정치」에서 어떤 시대이든 지도자의 독재적 통치의지가 확고한 상태에서 정치적 리더십과 강력한 군사력을보유하고, 국민 개개인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확고한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다면 시민혁명에 의한 체제 붕괴는 어렵고, 오히려 세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따라서 쿠데타나 전쟁만이 독재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 이론대로라면 김정은은 3대 세습 독재체제 유지를 위해 핵미사일 개발 등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한 가운데 인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조밀한 정보망 구축을 통해 공포통치를 강화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 독재체제가 무너지려면 전쟁 또는 쿠데타가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잉글하트(Inglehart)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에서 어떤 사회의 경제적 발전은 문화적 변화를 가져오고, 문화적 변화가 어떠한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아직 민주주의가 존재하지 않은 곳에서는 민주주의를 출현시키고, 이미 민주주의가 존재하는 곳에서는 민주주의를 더욱 강하고 직접적이게 한다는 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이론대로라면 외부에서 북한 인민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문화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 시민혁명도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민주화를 통해 김정은 정권을 교체시키려면 외부에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민주화에 나서야
북한의 도발 상황 하에서 실시되는 2017 키 리졸브(KR: Key Resolve) 연습과 폴 이글(Foal Eagle) 훈련은 사전에 계획된 연례적인 한미연합 연습이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조성된 위기 속에서 실시되는 연습과 훈련인 만큼 역대 최대 규모가 투입되고, 미국의 주요 핵전략자산들이 대거 전개됨에 따라 단순한 연습의 차원을 넘어 대북억제 및 강압전략의 일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남 암살사건으로 더욱 고립될 것이고, 정권유지를 위한 불안정성은 더욱 높아질 것인바, 그동안 북한이 보여 온 행동 양태에 비추어볼 때 국면전환을 위한 군사적 도발 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북한 엘리트층 및 주민들이 김정은 공포통치로부터 인내의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서, 쿠데타 또는 시민혁명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가능성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첫째, 군은 군사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하여 국면전환을 위한 군사적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둘째, 쿠데타 또는 시민혁명 등으로 인한 내란 발생 시에 대비하여 국제사회와 협조된 가운데 외교안보 전략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공포통치로부터 인내의 한계로 인할 수도 있겠지만 외부지원에 의해 유도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외교안보 전략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즉, 북한 민주화를 위한 공세적인 접근전략으로 레짐 체인지를 위한 환경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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