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민간인 사찰, 참여정부선 있을 수 없는 일”

[공익제보자의 고백 ③]장진수 전 주무관

홍세미 기자입력 : 2017.06.12 13:15
편집자주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0일 탄핵됐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헌재는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사유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게이트에서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부 고발’은 이렇듯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 시킬 수 있다. 내부 고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범죄에 가담한 사람’인지, ‘공익을 위해 제보한 사람’인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더리더>는 세 번에 걸쳐 ‘내부고발’에 대해 알아본다. 세 번째 주인공은 장진수 전 주무관이다

대한민국을 ‘공무원 공화국’으로 부른다. 청년들에겐 공무원이 신의 직장이 된 지 오래다. 최근 5년간 공무원시험 응시 인원이 매년 25만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 선호하는 이유는 ‘정년 보장’이 가장 크다. ‘공무원이 잘린다’는 생각은 쉽게 들지 않는다.

말단 공무원에게 붙는 ‘주무관’이라는 이름에 ‘전(前)’이 붙기 쉽지 않다. 40대의 젊은 나이에 ‘전 주무관’ 호칭이 붙는 사람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불법사찰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이다. 장 전 주무관은 2010년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3월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했다고 폭로, 검찰이 이명박 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계기를 마련했다. 진실을 알린 대가는 컸다.


장 전 주무관은 공무원에서 파면됐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파기한 혐의는 대법원 유죄를 받았다. 장 전 주무관은 2013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매달 받던 월급이 없어지니 당장 먹고 사는 문제가 눈앞에 닥쳤다.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런 장 전 주무관은 지난 대선 당시 더문캠 총무지원팀장을 맡았다. 캠프를 초기에 꾸릴 때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내부 고발에 대해 묻기 위해 장 전 주무관을 지난달 19일 여의도 더문캠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진수 전 주무관
-장 전 주무관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 은폐의 실상을 폭로했다. 폭로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지
진실을 숨기고 거짓으로 살아야하는 것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직자의 의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묻어두고 살면 그들과 한 배를 탄 것 아닌가. 낱낱이 봤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같은 배를 탄다면 가족에게도 떳떳하지 못할 것이다. 두 딸이 있는데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당시 사찰 대상은 김종익 전 NS 한마음 대표라고 알려졌다. 왜 김 전 대표가 사찰 대상이 됐나
김종익 전 대표가 MB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영화 ‘식코’를 패러디한 ‘지코’ 동영상이다. 공직자라면 이런 동영상을 올리는 게 문제가 될지 모른다. 김 전 대표는 민간인이다. 김 전 대표가 그 동영상을 만들지도 않았다. 링크를 걸어놓기만 했는데 그것을 빌미로 사찰했다.

-민간인 사찰 배경을 추측하자면
2008년 국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을 밝혔다. 이에 집권 초기 지지율이 20% 대로 낮아졌다.
일반 시민이 촛불집회에 나서는 게 아니고 정치적인 반대세력이 모여서 조직적으로 촛불이 된 것이라고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것이 MB정부가 국정 지지율을 회복할 방법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때도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황당하다. 내가 참여정부 때도 일을 해봤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 때는 민간인이 관여된 경우에는 조사하지 않았다. 공직사회의 기본 원칙이다. 만일 민간인 참고 진술이 필요할 때는 위에서 검토하고, 민간인에게 우리의 소속과 직함을 미리 밝히고 동의를 구한다. 그 다음에 진행한다. 이게 원칙인데 이명박 정부 때는 지켜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까지 났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많이 아쉽다. 재심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임져야 할 사람은 판결에서 빠졌다. 감찰을 지시한 사람들은 모두 면죄부를 받았다. 사실 총리실에서 주무관이면 말단이다. 제일 밑에 있는 사람이 책임진 것이다. 민간인 사찰 이후 벌어졌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는 아래 직원에게 댓글 달라고 지시했다는 게 밝혀졌다. 윗사람이 책임졌지 댓글 단 아랫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았다. 공무원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인 사찰은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시켜서 했지만 유죄 판결이 나왔다. 판결은 ‘민간인 사찰’보다 ‘증거 인멸’에 우위를 둔 결과라고 생각한다. 2012년 민간인 사찰 재수사 이후 사실로 밝혀진 것들에 대해서는 판결문에 반영되지 않았다. 공익적인 제보나 가치 이런 것들이 빠져있어 아쉬웠다.

-최순실 사태에서도 내부고발자인 고영태 씨가 구속당했다. 어떤 경우에 내부 고발이 인정 받아야한다고 생각하나
국민에게 어떤 진실을 알렸는지, 공익적인 가치로 평가했으면 싶다. 내부 고발을 하면 고발당한 쪽에서 ‘좀 이상한 사람이다’, ‘당한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이다’라면서 몰아가는 게 있다. 멀쩡한 사람도 ‘종북 세력’으로 프레임 펼치는 것처럼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신빙성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주장이다. 내부 고발한 것은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그 고발한 내용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진실을 알리고자 국민에게 자기가 쥔 것을 모두 포기하고 낱낱이 알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 위험을 무릅쓰고 공익적인 제보를 하는데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누가 내부 고발을 하겠나.

▲장진수 전 주무관
-내부고발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장 전 주무관은 파면당한 이후 어떻게 지냈나
일단 공무원에서 파면 된 것이라 퇴직금도 못 받았다. 공무원 노조에서 근무도 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곳, 저곳을 방황했다. ‘방랑자’였다고 해야 하나. 지금은 아내가 국숫집을 운영하고 있다. 자영업을 해보니 돈 벌기 참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 벌이 정도로 유지하고 있다. 사실 경제적으로는 참 어렵다. 그래도 저 같은 경우는 많이 알려져서 격려는 많이 받았다.

-이후 많이 알아보던가
사실 지금도 놀랄 때가 많다. 많은 분이 격려 해주고 힘내라고 응원도 해줬다. 길다가 보면 알아봐 주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문캠에 들어와서도 어떤 분이 사무실 앞에서 장진수 전 주무관 아니냐면서 커피를 한 잔 사주었다. 내부 고발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유명해질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진실을 밝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더문캠 총무지원팀장을 맡았는데
처음 캠프를 만든다고 했을 때 연락을 받았다. 캠프에서 맡은 역할은 행정 업무이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공무원이었을 때 하던 일과 비슷했다. 공직사회만 있다가 선거판에 뛰어들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캠프에 들어와서 후보 돕고, 주어진 업무를 했지만 돌이켜 보면 정치판에 있었던 것 아닌가. 인생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두 자녀는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알고 있나
잘 모른다. 그저 아빠가 과거에 공무원이었다는 것 정도만 안다. 이번에 캠프 갔을 때도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지 않았다. ‘아빠가 문재인 대통령 만드는 캠프에 들어가 있다’라는 정도만 안다.

▲장진수 전 주무관
-장 전 주무관이 직접 겪어보니 내부고발자가 어떻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사실 고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저 같은 경우에는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언론을 통한 고발은 공익 신고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공익 제보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에 해야 인정받는다. 이런 것부터 공익 고발로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특히 내부 고발에 상응한 보상이 적다. 공익 신고로 금전적인 국가 수입이 회복되거나 증대된 경우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사실 내부 고발이라는 것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게 많다. 내 사건만 해도 금액으로 측정하기는 모호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마찬가지다. 권력형 범죄는 대부분 액수를 측정하기 어렵다. 내부고발자들은 국가가 회수한 금액이 없으면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내부제보 실천 운동에 가입했다. 내부 고발 보호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 제도적으로 안착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내부고발자에 대해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진실을 알린 것은 정말 좋게 봐줘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 한다. 문제는 어디든 있다. 일반 사원이나 권력자에게 있을 수 있다. 정치권, 대기업에도 있을 수 있다. 누군가 외치지 않는다면 국민은 알지 못한다. 진실을 알린다면 한 단계 깨끗한 사회가 될 수 있다. 국민이 부당한 대우를 더 이상 받지 않을 수 있다.”


장진수 전 주무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더문캠 총무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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