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에 한 달째 때 아닌 쓰레기 종량제봉투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시가 7월 1일부터 쓰레기종량제 봉투 가격을 60%인상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가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5·10·20ℓ들이 종량제봉투가 자취를 감췄다.이미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시의 안이한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종량제봉투를 구매하기 위해 아름동 A 마트를 찾았던 주부 박모(37ℓ·세종시 고운동) 씨는 세 번째 발길을 돌려야 했다.
자가용까지 타고 종량제봉투를 구하기 위해 다른 동네 원정길에 나섰지만, 또 다시 허탕을 쳤다.
박 씨는 “별 생각 없이 집 근처 마트에 종량제봉투를 사러갔다 요즘 봉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다른 것도 아니고 종량제봉투를 이렇게 구하기 힘들어서야, 한 여름에 쓰레기를 집에서 보관하라는 얘기인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
| 세종시의 한 마트를 찾은 주부가 종량제봉투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가정용으로 주로 사용되는 5·10·20ℓ 종량제봉투는 마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희귀 품목이 됐다. © News1이정현 기자 |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판매자는 판매자대로 답답하다.
고운동의 한 마트 업주는 “주민센터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가져다 놓기가 무섭게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부들의 사재기 현상이 심해지면서 현장 물량은 나오는 즉시 소진되고 있지만, 시에서는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어 매번 가게를 찾는 시민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동의 한 편의점 관계자도 “매장 자체적으로 사재기 현상을 막기 위해 한 사람당 구매량을 제한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가정용으로 주로 쓰이는 5·10·20ℓ 종량제봉투는 업계에서도 희귀 품목”이라고 전했다.
때 아닌 종량제봉투 품귀 현상에 일부 주부들은 삼삼오오 그룹을 만들어 시내 지역 마트 곳곳을 다니며 봉투를 구하는 대로 분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부 김모(32·세종시 종촌동) 씨는 “아무래도 혼자 이곳저곳 뒤지고 다니는 것보다는 여럿이 구역을 정해 봉투를 구한 뒤 서로 나눠 갖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시가 뭘 했는지 궁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시는 조정능력을 잃은 채 팔짱만 끼고 있는 상황이다.
사재기 현상으로 인한 종량제봉투 품귀현상에 대비해 이 달 공급량을 대폭 늘렸다지만 시장에서 종량제봉투 찾기란 해변에서 바늘 찾기처럼 어렵게 됐다.
실제 시는 이달(지난 16일 기준)에만 5억원어치의 종량제봉투를 공급했다. 이는 지난 1~5월 시장에 공급된 양(15억원)의 ⅓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1인당 판매 개수 제한을 두는 등 사재기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없이 단순하게 공급량만 늘리면서 오히려 사재기 현상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사재기 현상을 우려해 종량제봉투 인상 발표도 최대한으로 미루는 등 노력했지만, 시장에 먹혀들지 않은 것 같다”면서 “개인당 판매 제한 개수 조치 등을 시가 판매업소에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세종시는 종량제봉투 가격을 7월1일부터 60%인상한다고 지난4일 밝힌 바 있다.
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생활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하고, 청소예산 재정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생활폐기물의 안정적 처리를 위해 종량제봉투 판매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상된 종량제봉투 가격은 ▲2ℓ 40원→60원 ▲3ℓ 50원→80원 ▲5ℓ 80원→130원 ▲10ℓ 170원→270원 ▲20ℓ 340원→540원 ▲30ℓ 510원→820원 ▲50ℓ 900원→1440원 ▲100ℓ 1800원→2880원 ▲120ℓ 2000원→3200원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