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이대로는 안된다

박상철교수의 정치클리닉

박상철 교수입력 : 2017.07.03 09:40

인사청문회, 정말 이대로 가면 안된다. 확언컨대 대한민국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국정을 이끌어갈 진짜 괜찮은 수장들을 검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소위 문재인 대통령의 5대 기준에 저촉함이 전혀 없을 거라고 확신하는 필자의 경우에도 대한민국 국회의 인사청문회에는 서고 싶지 않다. 권력이 인격보다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만이 인사청문회에 고개를 숙일 것이다.


정말 좋은 인사청문회로의 개선이 시급하다. 대통령의 마구잡이 권력행사를 막고 청렴하고 능력있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리더들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가 되어야 한다. 이미 미국의 예를 든다든가 하면서 인사청문회의 개선에 대해서는 그 방안들이 차고도 넘친다. 굳이 인사청문회의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거들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인사청문회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차원에서 5년 전의 인사청문회에서 탈락한 사람과 통과된 사람을 대비하여, 필자가 목도한 바를 얘기하면서 인사청문회 개혁의 시급성을 알리고자 한다.

2013년 김병관과 황교안의 명암
인수위원회의 숙려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현황을 보면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이 너무 높다. 인사청문회는 야당에게 주어진 대정부 견제용으로도 그 의의는 충분하나, 과도한 신상털기식의 청문회가 남발되면서 회의론(懷疑論)을 넘어 무용론(無用論)까지 일고 있다. 5년 전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 기간동안 명암이 교차한 두 후보자를 비교해 보면 한국정치에서의 인사검증에 대한 국회청문회와 언론풍토의 속살이 훤히 보였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2013년 2월 13일 국방부장관 내정자로 김병관, 법무부장관 내정자로 황교안이 발표되었다. 두 사람 모두 필자와 직ㆍ간접적 인연이 있다. 김병관 후보는 필자가 재임 중인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수료한바 있었는데 야전사령관으로서 소탈하고 강인함의 전형이었다. 회고컨대 육사출신이지만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매우 괜찮은 내정이었다는 평가에서 출발하였다.


반면에 황교안 후보는 처음부터 병역문제 등 결정적 흠결이 있는 듯하였다. 성균관대학교 법률학과 선배였기 때문에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아는 정치인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던 기억도 난다. 16개월 동안 16억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고 배우자와 관련된 보도도 심각했기 때문에 낙관할 수가 없었다.

두 후보의 엇갈린 명암
김병관과 황교안의 관운의 운명은 정반대였다. 김병관 후보의 경우 부동산 편법증여의 의혹을 받았는데 내용인즉 아들과 공동매입을 하고 이를 공직자 재산신고에도 제대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정도 가지고 국방부장관의 후보사퇴를 요구하기에는 다른 후보들과 비교할 때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김병관 후보가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한 것은 무기수입중개업체의 비상임 자문이사로 있으면서 고정적 급여를 받았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김병관 후보에 대한 매우 정확한 제보들이 마치 내부자 고발처럼 국회의원실과 언론사에 날아드는 정황이 있었다.


당시 필자는 김병관 후보에 대해서는 낙관을 하고 있었는데, 약간의 흠결은 있지만 이것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다른 모든 후보들과 비교해서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병관은 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3월 22일 자진사퇴하고 만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군부 내에서 소수자였기 때문에 악의적인 제보로 흔들렸고 낙마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리가 제일 강할 줄 알았던 군출신들이 어쩌면 가장 배타적이고, 동료를 감싸는 집단의식이 약하지 않느냐는 엉뚱한 생각을 가진 나머지 ‘군인이 의리가 더 없다’라는 말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김병관 후보와는 달리 황교안은 2월 28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이 된다. 본인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회고이지만 공안검사로서의 이념적 문제부터 시작해서 엄청난 액수의 수임료, 피부병 관련 병역면제 사유의 설득력 부족, 석사수료 후 10년 기간의 경과 후 특혜성 학위취득, 배우자의 부동산투기 의혹 등 당시 청문회의 소재로서는 악재 투성이었다. 국회와 언론도 결코 황교안 후보에게 우호적이지도 않았다.


야당의 공세는 집요했으며 황후보자도 많은 마음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국방부장관 후보인 김병관이 국회와 언론의 맹폭을 받으면서 황교안의 의혹은 상대적으로 사그라지기 시작하였다. 명암이 교차한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관운은 타고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병관 후보는 그 뒤로 단한번도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고, 황교안은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함으로써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보다 더 긴 기간동안 공직에 있게 된다.
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와 부실검증이 야기시킨 박근혜 정부의 인사참사가 문재인 정부에도 엄습해올까 걱정된다. 대한민국의 인사청문회, 이대로는 안된다. 대안을 전혀 제시할 필요가 없을만큼 이미 대안은 많지만 글 마치기가 아쉬워 한 가지를 방안을 제시해 본다.


핵심은 좋은 인재가 당당히 청문회에 나서게 하는 것으로서 3단계 인사검증을 제시한다. 첫 번째 단계는 지금과 같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청와대와 자체 검증시스템을 활용해서 좋은 인재를 찾는다.
이후 국회로 넘겨지되 신상과 도덕성에 관한 일차검증은 철저히 비공개적(非公開的)으로, 아주 계량적(計量的)으로 검증을 한다. 마지막 3단계는 정책검증인데 아주 공개적으로, 후보자에게 상당한 시간을 주어 소견을 발표하게 하고 이에 대한 검증과 토론을 또한 상당기간 함으로써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춘 자인가를 보는 것이다.
마치 대학교수를 채용할 때 연구실적과 공개강좌를 통하여 연구와 강의능력을 검증하듯이, 능력있는 공직후보자인가를 국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박상철 교수
법학박사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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