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메달렌 정치박람회’와 스웨덴의 민주시민교육

[이종희의 정치살롱]

이종희 교수입력 : 2017.08.03 10:03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스칸디나비아 북부에 자리한 입헌군주국, 스웨덴은 투표율 약 85%를 자랑하는 높은 정치 참여율로 유명하다. 이러한 배경에는 참여와 소통, 대화를 중시하는 스웨덴의 정치 문화가 있다. 이러한 정치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 최대의 섬이자 휴양지인 고틀란드(Gotland) 섬에서 매년 7월 초 약 8일에 걸쳐 개최되는 정치박람회 '알메달렌 주간(Almedalen Week)'이다. '알메달렌'이라는 이름은 정치박람회가 개최되는 공원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알메달렌 주간 동안 스웨덴 정당, 유권자, 시민 단체, 학습동아리, 학계, 언론이 한자리에 모여 소통하고, 토론과 대화를 통해 정치·사회적 이슈를 공론화한다.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절인 이 시기에 정치인들뿐만이 아니라 몇만 명에 달하는 일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여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즐긴다. 즉, 정치가 축제가 되는 것이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역사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1968년 스웨덴 총리 내정자 올로프 팔메 사회민주당 당수가 알메달렌 공원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트럭 위로 올라가 즉흥적으로 연설한 것에서 기원했다. 그의 즉흥 연설은 언론에 소개되며 국민적 관심을 받았고, 정책을 홍보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 따라 팔메 총리는 알메달렌 공원에서 매년 정책연설회를 개최하였다. 알메달렌 공원에서의 총리 정책연설회는 연례행사처럼 개최되었고 1975년에 정당이 참여하며 확대되었다. 1982년에는 스웨덴의 대다수 정당이 참여하며 '알메달렌 주간'이라는 명칭을 얻으며 공식화되었고,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행사로 격상된 것은 1991년의 일이다. 이후 1994년에는 노동자조합, 경영자 단체, 시민단체, 언론, 학계 등이 참여하는 전국 규모의 정치박람회로 확대되었다. 2011년 이전까지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흘에 걸쳐 진행되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8개의 정당이 각 하루씩 주요 이벤트를 주관하는 8일의 알메달렌 주간이 시작되었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다양한 풍경들
현재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스웨덴 의회의 8개 정당-기독민주당, 스웨덴민주당, 녹색당, 중도당, 좌파당, 자유당, 중앙당, 사회민주당이 주최하고 있다. 각 정당은 고틀란드 주(州) 지구당을 통해 '알메달렌 주간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고틀란드 주(州)의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 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알메달렌 주간’이 시작되면 각 정당은 정당 행사를 진행하는데, 그중 최고 관심 행사는 매일 저녁 정당별로 돌아가며 각 정당 대표들이 진행하는 연설회이다. 이때 각 연설회의 순서는 의석수와 관계없이 추첨을 통해 정해진다. 당대표 연설회 외에도 각 정당은 주요 정책과제,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의제 발표 등으로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는데, 방식 역시 TV 방송 출연, 정책설명회, 당수와의 만남, 정책세미나, 문화행사 등으로 다양하다. 여기서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모든 정당이 격의 없이 시민들과 소통한다는 점이다. 스웨덴 시민들은 휴가지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정치인들을 만날 수 있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주축이 되는 것은 정당이지만, 사회 이슈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공동주최자의 역할을 하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는 시민단체, 학습동아리, 노동자단체, 이익단체 등 다양한 주체가 주관하는 일반 행사도 활발하게 개최된다. 특히, 3-12명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는 학습 모임인 '학습동아리'는 알메달렌 정치주간에서도 활발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웨덴 특유의 시민교육 형태인 '학습동아리'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에서 사회 이슈에 대한 토론 기회를 스스로 조성하여 다양성과 평등, 공동체를 중시하는 시민의식 형성에 도움을 준다. 이 때문에 스웨덴의 민주주의가 '학습동아리 민주주의'라는 용어로 설명되기도 한다. 학습동아리들은 10개의 학습동아리 협회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 약 28만여 개의 학습동아리에 많은 성인들이 참여하고 있어 스웨덴 민주시민교육의 큰 맥을 이루고 있다. 알메달렌 주간에 진행되는 행사 중 가장 주된 형식으로는 세미나가 꼽히며, 토론회, 영상 상영, 강연회, 워크숍 등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현주소
알메달렌 주간의 참가자 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09년 550개 기관이 참가하여 총 행사 수는 1,041개였으며, 2017년에는 공식적으로만 1,895개 기관이 참여하여 총 행사 수는 4,062개, 참가자는 4만여 명으로 집계되었다. 언론의 관심도 매우 높다. 매년 참여하는 언론인들은 약 400여 명 정도로, 알메달렌 주간에서 다뤄진 주요 이슈들을 전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와 같은 정치축제를 꿈꾸기 시작함에 따라 외국 언론사들의 취재 열기 역시 뜨겁다. 핀란드는 2006년 재즈페스티벌에 정치토론회를 접목한 ‘수오미 아레나(Suomi Areena)'를 매년 7월 중순에 개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에서 시민들의 생각을 듣고 정책화하는 정책박람회를 2012년부터 개최하고 있고, 민주시민교육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유권자가 중심이 되는 정치문화 정착을 위해 한국형 정치박람회를 2018년부터 개최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알메달렌 정치박람회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과 함께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주제도 점차 세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스웨덴 국내 정치에 관한 이슈가 주로 다루어졌다면, 이제는 브렉시트, 시리아 내전, 난민 위기 등의 글로벌한 의제들도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 지속가능한 산업,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직업 변화 등 스웨덴을 넘어 오늘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제들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알메달렌 정치박람회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의 시사점
정당은 축제적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책을 알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으며, 이는 정책 조정 과정으로 이어진다. 시민들 역시 알메달렌 주간에의 직접적 참여 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정치 의제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고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이번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를 방문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인덕 선거연수원장은 “알메달렌 정치박람회는 정당과 시민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이익단체, 학계 등도 자신의 의제를 공론화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민주주의 선진국인 스웨덴의 정치적 풍경의 핵심적인 요소로 기능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

<자료 정리: 박소엽>
<사진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도재은>

《참고문헌》
김학린(2015), "공공갈등 예방과 숙의적 공공협의: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 스웨덴 알메달렌 정치주간, 미국 21세기 타운홀미팅, 2014 국민대토론회의 비교를 중심으로", 『분쟁해결연구』 13:1, 5-32.
Stean Dahlberg(2016), "Voter Turnout in Sweden 1994-2014", 『International Policy Analysis』, 1-17.
http://www.almedalsveckan.info/6895
https://www.thelocal.se/20170705/almedalen-week-has-the-makings-of-a-global-event-give-it-ten-years
http://ibd.or.kr/2450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05/11/0200000000AKR20170511029300004.HTML?input=1195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7072001070821306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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