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제한된 수준의 전쟁 도발 가능성 있다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차동길 교수입력 : 2017.09.05 16:13

▲차동길 교수
숨고르기에 들어선 미·북 치킨게임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북한의 ‘괌 포위사격’ 발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등, 연일 말 폭탄이 고조되면서 충돌 직전에 이른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은 미국의 선(先) 대화추진, 후(後) 군사옵션 검토방침이 알려지면서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선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이 괌을 공격하면 그것은 곧 전쟁이라면서 분명한 레드라인을 제시했고, 김정은도 전략군사령부에서 괌 포위사격계획을 보고 받은 후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며 한 발 빼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되면서 북한은 무자비한 보복과 징벌을 하겠다고 위협했고, 미국은 전략자산 대신 군의 주요 사령관들이 한국을 방문하여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에게는 강력한 경고를, 한국에게는 한·미동맹의지를 보여주었다.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은 속도를 조절하고 있을 뿐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에 이글거리는 전쟁의 에너지가 언제 폭발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사드 배치와 대통령의 레드라인 발언 문제로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미국의 한국배제(Korea passing)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이 잃은 것과 얻은 것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할 것이 분명한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쟁이라는 최후의 카드로써 도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북한의 치킨게임과 같은 극단을 치닫는 상황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들의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사실상 김정은은 애초부터 잃을 것도 없었다. 아니, 있다 해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고, 전쟁도박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조기에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첫째, 김정은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카운터 파트(Counterpart)가 됨으로써 미국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북대화조건을 바꾸는데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얻었다.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과 미국 내에서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핵보유국 인정, 주한미군철수, 한미연합훈련중단, 평화협정체결 등이 그 증거이다. 이는 북한이 미국을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가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 김정은의 리더십 강화와 체제결속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면서 군중집회를 통해 인민의 정신무장을 강화하고, 체제결속을 다졌으며, 김정은이 미국을 굴복시켰다는 식의 선전선동은 그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효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셋째, 김정은은 군사적 도발의 한계를 극대화 하는데 성공했다. 다시 말해 최소한 지금까지의 도발정도로는 미국의 군사적 목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기자회견에서 밝힌 “한반도에서의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누구도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에 대해서 어떤 옵션을 사용하든 그 모든 옵션에 대해서 사전에 한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한 바, 이는 한·미간 굳은 합의다.”라는 메시지는 김정은으로 하여금 두려움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행동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한계치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하려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김정은은 남남갈등을 심화시켰고, 대남 강압전략의 자유 함을 얻었다. 북한은 미국이 쉽게 군사적 대응을 할 수 없음을 확인했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분열된 한국을 보았으며, 미국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이제 북한은 대미협상자로서 한·미동맹의 약화를 조장하고, 남북문제의 주도권을 가짐으로써 군사적 도발을 포함한 대남강압전략을 비교적 용이하게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단결로 김정은의 그릇된 행동 막아야
현시점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하나는 고도화 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미국의 예방전쟁(preventive war) 또는 선제타격(preemptive attack)이고, 다른 하나는 김정은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으로 공포심이 극대화 되어 생존의 위협을 느낄 경우 핵·미사일을 이용, 전면전쟁에 돌입하는 경우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쟁위기에서 선(先) 대화, 후(後) 군사옵션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김정은이 미국의 퇴각으로 오판하여 전략적 공격의 기회로 삼아 제한된 수준의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로서 모택동의 16자 전법에 나타난 적퇴아추(敵退我追) 즉, 적이 퇴각하면 추격하라는 전략적 공격개념이라 하겠다. 앞에 두 가지의 경우는 전면전쟁으로의 확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정은으로서는 정권의 멸망을 감수해야 함에 따라 실행에 옮기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선(先) 대화, 후(後) 군사적 옵션방침을 퇴각으로 오판하여 전략적 공격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내친김에 한반도에서 완전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또는 미국과의 핵·미사일 협상 지렛대를 마련할 목적으로 제한된 전쟁수준의 대남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군은 북한의 예기치 않은 전쟁목표에, 예기치 않은 방법의 기습도발에 대비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국가안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단결하여 김정은의 그릇된 행동을 막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보이는 행동은 기만(欺瞞)이고, 실제행동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준비되고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해병준장 차 동 길
前 해병대교육훈련단장
現 단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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