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UFG, 그리고 대미(對美) 비난 행태

강석승 미래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입력 : 2017.09.28 15:32
강석승 미래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인천대 정책대학원 겸임교수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도가 현실화된 지금 한반도의 위기가 다른 어떤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감정 섞인 언급(言及)은 ‘8월 위기설’을 제기할 만큼 자못 심각한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1일부터 한반도에서는 한국과 미국간에는 연례적인 방어훈련인 UFG(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진행되고 있어 북한의 표현대로 하면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이번 글에서는 북한의 이런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상투(常套)화되고 있고, 다분히 한반도의 위기 고조 상황을 한국과 미국측에 전가시키려는 것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해 그 행태를 고찰해 보기로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이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대외 정책의 기본 이념은 ‘자주, 평화, 친선’이며, 이에 따른 외교 목표는 ‘평등과 자주성, 상호존중과 호혜, 내정불간섭의 원칙 아래 제국주의 국가들을 견제하고 우호국가들과의 외교 관계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념과 목표는 마치 ‘빛바랜 구호’처럼 맹방(盟邦)임을 애써 강조하는 중국과 러시아 및 아프리카-동유럽-중동 등의 몇몇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국제사회의 고도(孤島)’와 같은 가련한 처지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제국주의의 원조’이자 ‘백년 숙적’으로 간주하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체제 유지의 핵심 관건으로 보고 그동안의 대결 상황 속에서도 관계 개선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으나,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반평화적 도발 행위로 인해 관계 개선은커녕 일촉즉발의 대립 상황만을 연출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지난 8월 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북제재 결의 제2371호가 채택되면서 ‘세컨더리 보이콧’과 같은 고강도의 대북제재 조치가 구체화되어가자 북한은 미국을 대상으로 ‘벼랑 끝 외교(brinkmanship,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상대에게 겁을 주거나 위기감을 조성하는 전술)’의 표본으로 삼는 양 과격한 발언의 정도를 넘어 위협 공갈을 서슴지 않고 있어 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정부 성명’(8.7)을 통해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제2371호를 미국의 고립 압살 책동의 산물”로 규정하는 가운데 “우리(북한)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이자 정면 도전”으로 낙인하면서 “미국의 극악한 범죄의 대가를 천백배로 결산할 것”이라 위협하였으며,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성명(8.8)을 통해서는 이 결의를 전면 배격하는 가운데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을 수호하기 위한 군대와 인민의 실제적인 정의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임”을 역설하면서 “미제가 조작해 낸 불법 무법의 제재 결의를 단호하게 쳐 갈길 것”이라 주창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성명(8.9)을 통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 휘하 정부 당국자들의 “대북 전쟁 불사, 선제 타격, 참수 작전 등”의 발언과 관련하여 “우리는 미국의 사소한 움직임에 대해 선제적인 보복 작전이 개시될 것이며, 미국의 예방 전쟁에는 정의의 전면 전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라 위협하였고, 같은 날 발표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는 미국 핵전략 폭격기의 한반도 출동 및 실전 훈련과 관련하여 “화성-12형으로 괌 주변에 포위 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우리가 발사하는 중장거리 전략 로켓 화성-12형은 일본의 시네마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탄착하게 될 것임”을 호언장담하기도 하였다.
전술함대지유도탄, 해군차기호위함에 배치 사진=뉴스1

이런 대미 비난과 위협 공갈에 이어 지난 2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11일간 한반도 전역에서는 실시된 UFG와 관련하여 강도 높은 비난과 함께 위협 공갈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연습은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이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전쟁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미국 본토 등에서 들어오는 미군 증원 인력의 전개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군사 장비가 동원되는 야외 기동훈련이 아니라 CPX(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 훈련)로 매년 3월과 4월에 걸쳐 실시되는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과 함께 한미간에 연례적으로 펼쳐지는, 대표적인 방어적 군사 연습이다.
즉 북한이 핵무기나 각종 미사일 등으로 전면 남침을 해오는 상황을 가정한 뒤, 전시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 5015’를 바탕으로 북의 남침을 우선적으로 방어하려는 것으로, 이 연습의 명칭에서 ‘을지’라는 용어가 들어간 것은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인 서기 612년 중국의 수나라가 고구려를 침략했을 당시 30만 대군을 ‘살수’에서 몰살시킨 을지문덕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특히 ‘화성-12형 및 화성-14형 등’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자행한 북한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 연습의 시작과 동시에,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새무얼 그리브스 신임 미사일방어청장 등 미국의 최고위 지휘관들이 전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점이 눈여겨 볼만하다.
이들 미국의 핵심 군 수뇌부들은 한미연합사령관 및 송영무 한국 국방부장관과의 회담과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및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 행동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매우 위험하다”고 단언하면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우산과 재래식 타격 전력,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모든 전략 자산과 군사적 능력을 동원하여 한반도를 방어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들은 군복을 입은 채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대 앞에 서서 “김정은이 옳은 선택을 하기 바란다”고 엄중하게 경고하기도 하였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08년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는 이 연습을 ‘북침을 위한 핵전쟁 망동’으로 규정하면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언행을 일삼는가 하면, 미국의 괌도 폭격 영상을 공개하는 등 온갖 비난과 함께 위협 공갈로 대응해 나서고 있다. 즉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8.22)에서는 “미제 호전광들이 현 상황에서 심중하게 행동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라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을 걸어온 이상 무지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 위협하였으며, 조선중앙통신(KCNA)과 로동신문도 UFG와 관련하여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이 우리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느니 하며 북침 전쟁 연습을 시작한 것은 조선반도에서 기어이 핵전쟁의 불집을 터트리려는 데 흉악한 목적이 깔려있다”고 비난하면서 “지금 가뜩이나 긴장한 조선반도 정세는 전쟁 미치광이들의 무분별한 북침 전쟁 소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듯 지금 북한 당국은 자신들이 그동안 저지른 핵실험과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반평화적 도발 행위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중단 의사 표명을 하기는커녕 UFG의 실시와 같은 연례적인 한미 연습을 걸고들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 고조 책임을 들씌우려 하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가운데 ‘북침’ 운운하면서 연례적 방어 연습 실시의 본말을 전도시키는 것은 한반도 긴장 고조의 책임을 한미 양국에 전가시킴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무능과 폭압 정치에 따른 2,400만 북한 주민들의 불평불만을 희석시켜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는 얕은 술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처럼 북한 당국의 이런 허위선전과 인민기만책은 멀지 않아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제 정신을 차리고 반평화적인 도발 행위를 즉각적으로 중단하는 가운데 그 자금을 인민 경제를 위한 용처(用處)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조선이 없으면 지구도 없다’라는 시대착오적 망상에 사로잡혀 ‘괌도 폭격이나 불바다 운운(云云)’하는 위협 공갈을 일삼으면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한다면, 지구상 그 어느 국가도, 심지어 혈맹국이라 자처하고 있는 중국조차도 지원이나 원조는 물론이고 결코 북한의 입장이나 자세를 지지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가운데 정권 궤멸이라는 비참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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