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국가 미래, 반성에서 출발해야”

[차홍규가 만난사람]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적폐의 완전한 청산은 회복과 신뢰 통해 내일로 가는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입력 : 2017.09.29 11:17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차홍규 교수=사진/더리더
권칠승 의원과는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중미술협회에서 주최한 국회의원회관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다. 바쁜 일정임에도 일부러 전시를 축하하러 시간을 내주었다.

권 의원은 1997년 김대중 대통령후보 대선기획단 참여를 첫 걸음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경기도의회 의원, 20대 국회의원 등 20년째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다. 야당 의원에서 여당 의원이 된 그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을 법한데 매순간 낮은 자세와 진지함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에서 사뭇 진솔한 정치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직설적인 질문부터 하였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나 그에 따르는 권력은 쉽게 말하면 누구 편을 드느냐이다. 정치는 정치적 약자와 서민의 편에 서야 한다. 기본적으로 서민의 삶에 공감이 돼야 한다. 교통요금, 공공요금이 오를 경우 당장 내 주머니에 대한 고민, 전세금이 올라 골치 아픔과 함께 내일을 걱정하는 마음, 은행 데스크에서 대출금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정치가 이러한 고민과 마음들에 대해 공감하고 대안을 마련할 때 정치적 약자와 서민의 편에 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여당 의원이 됐다. 이제 5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민생이 먼저이고 사람이 먼저라는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 지난 5월 선거의 결과로 여당이 된 뒤 책임감이 더더욱 막중해졌다. 촛불을 든 국민들께서는 정권교체만을 원하지 않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망하고 있다. 이 열망에 부응해야 하는 무게감을 여당 의원이 되고 나서 매일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 일정 속에서 국정 전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 꼭 챙기고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나치는 부분들, 특히 불편함과 불합리한 생활의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어 고민이 깊어지는 시간도 함께 늘었다.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이제 좀 달라졌구나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매일같이 되새기면서 의정 활동에 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로 자주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적폐청산’이다. 당연히 중요하지만, 미래로 나아가야 하지 않나하는 우려도 많이 있다
“얼마 전 가까운 지인이 쓰러졌다. 몸에 쌓이고 쌓인 피로가 원인이었다. 우리 몸의 여러 기능은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 한 곳이 막히면 다른 곳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국정에 건강한 혈액이 흘러야 국민들의 삶, 적재적소에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사람이 움직인다. 막힌 곳을 발견해 이를 뚫어줘야 회복력이 생기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정치, 행정, 문화, 교육 등 국정 곳곳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았다.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은 회복과 신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몇 사람을 향해 죄가 있다고 단정하는 것을 넘어 국회의원을 비롯해 공적 영역, 사적 영역 모두 스스로를 점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비판과 토론을 거치며 국가 대개혁의 길로 가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예정인 개헌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소수가 아닌 국민 모두가 결정하고 책임을 가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국민 모두가 기본권부터 권력구조, 선거제도, 지방분권 등 개혁 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얘기하자면 탈원전 이슈를 뺄 수 없을 것 같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활동하면서 3개월 내로 국가 에너지 정책의 기로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원전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권 의원은 ‘탈원전 전도사’를 자처하는 느낌도 받는다
“오랫동안 탈원전 운동을 해온 분들을 생각했을 때 참 민망한 타이틀이다. 그럼에도 원전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안전이 최고의 경제라고 생각한다. 원전 수명은 30~40년이다. 수명이 다하면 그 자체가 고농도 핵폐기물이다. 원전은 지금 당장의 풍요를 위해 우리 후대에게 쓰레기를 버리는 꼴이다. 그것도 잘못 만지면 아주 위험한 쓰레기다. 핵폐기물은 최소 10만 년에서 100만 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없는 상태다. 단순히 격리조치만 시킬 뿐이다. 인간의 기술로 자연을 대적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인데 오죽하겠는가. 이를 더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늘려서 후대에 넘겨주자는 것과 같다. 후손에게 이와 같은 부담을 주는 염치없는 선조가 되라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정치에 입문을 했다. 정치에 뜻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삶의 흔적을 따라 생각해보면, 인생의 굴곡마다 굴하지 않았던 선택들이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대학 4학년 때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던 해였는데,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에 와서 노태우 후보를 찍어야 한다며 선거운동을 한 일이 있다. 그해 졸업생 환송회 때 대표로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대학 졸업 후 삼성그룹에 입사해 짧은 회사 생활을 하고 군대를 갔다. 제대 후에는 동부화재에 취업하게 됐는데 나름 잘 나갔다. 그러던 중 노조 분회장으로 선출되었는데 노조 파괴 공작의 일환으로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회 노동위 돈 봉투 사건이 터졌다. 1년 가까이 농성을 벌였으며 결국 노사문제가 정리된 후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러한 선택들이 모여 김대중 대통령후보 대선기획단에 합류했고 당직자,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치며 선출직까지 나올 수 있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정치인의 길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물론이다. 당시에 겪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마음의 상처가 매우 컸다. 실직 후 학원 강사, 소규모 장사 등을 하며 사회 전반을 배웠다. 이런 생활을 하다가 시작한 대선기획단 참여 활동 또한 순수한 자원봉사에다가 당선 가능성도 매우 낮은 국면이었다. 매일 밤잠을 못자고 새벽까지 일해야 하는 터라 힘들었지만 정세를 판단하고 여론조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오히려 이 시기에 세상을 더욱 넓게 바라볼 수 있었고 이후 정치 생활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
“학창시절은 평범하며 반항기가 조금 있는 모범생이었다. 특별한 꿈을 정해 놓고 질풍같이 살아온 삶은 아니었다. 초등학생 때 학생용 《논어》를 읽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꽤 많이 생각하며 자랐다. 이 영향 때문인지 어렸을 때부터 불의한 것을 못 참았고, 시비지심(是非之心 : 옳음과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으로 세상을 촘촘히 들여다보게 된 것 같다.”


-성공한 한 인간으로서 이제까지 추구해온 가치관이 있다면
“요즘 세속적 관점에서 국회의원을 성공한 인간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각한다. 오랫동안 대중과 상대하는 일에 종사하면서 가진 가치관을 말하자면,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감추고 숨기려고 해도 결국에는 모든 게 백일하에 드러난다. 현재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정치적인 이슈들을 보면서 진실은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더욱 느낀다. 모두가 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공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정치인은 정년이 없는 직업이다. 가장 오래 해왔고 가장 능숙한 일이기도 해서 당분간은 지속할 예정이다. 정치 이후 저의 정치 생활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치인이지만 궁극적으로 나아가려 하는, 정치 외적으로 조명받고 싶은 점이 있다면
“사회의 중요한 사건이나 계기에 대해 용기 있게 얘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모습 자체로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받고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구심점이라도 되고 싶다.”


-얼마 전 의정 활동 1주년 백서를 발간했다. 발간 배경과 향후 의정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지난 1년을 돌아보며 국민과 화성시민들에게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여러 수단을 통해 보고를 드릴 수 있는 내용이 많아질 수 있도록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산물로 봐주시면 고맙겠다.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잘 알 수 없는 것을 대신 알려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행정이나 공공기관의 행정이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와 같은 소모성 행정과 부조리를 파헤치고 지적함에 있어 앞장서겠다. 특히 다양한 산업의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R&D 예산을 철저히 감시해서 대한민국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데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 더불어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실질적인 정책을 깊게 들여다 볼 것이다.”


-화성시는 무분별한 공장 건립으로 이전의 안락한 전원도시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과 함께 대책이 있다면
“공장 난립과 관련해선 끊임없이 해결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쉽게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별입지 공장 난개발 방지를 위한 세미나를 두 번 개최했고 앞으로도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화성은 발전하는 도시며 젊은 도시다.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며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고 향후 인구 100만 명을 바라보는 도시이기도 하다. 전원도시의 매력을 상실할 수는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고 배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도시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화성시에 시립 미술관 건립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에서 시민들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문화 시설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문화 양식을 즐기는 것에 거리적 부담이 없어야 한다. 주민들의 요구, 시의 정책과 예산 반영 등이 조화롭게 이뤄질 때 다양한 문화 시설이 건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더리더
-저와 같은 예술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문화예술인들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느낀다. 문화예술인을 똑같은 생활인으로 보지 않는 우리나라의 인식 부족 속에서(예로 작품 한 점이라도 팔려야 지속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혹은 모른 척한다) 문화예술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더더욱 힘이 들었을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죄송한 마음, 존경하는 마음을 이 기회를 통해 전달하고 싶다. 전업 예술인 10명 중 7명은 한 달에 100만 원도 벌지 못하고 그 가운데 43.1%는 월수입이 50만 원 미만이라고 한다. 2011년 예술인 복지법이 탄생했음에도 문화 예술계의 임금 미지급 관행, 계약서 미 작성, 실업급여 문제 등 우리 사회에서 예술인들의 노동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잘 모르는 문제점들도 많을 것이다. 예술인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고 이를 알리는 등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예술의 대중화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한다
“예술의 대중화에 있어서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표현이 무엇보다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인뿐만 아니라 대중의 자유로운 표현도 다양한 예술적 형식을 통해 표출되면서 문화예술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의 방식을 받아드리면서 상대를 존중하는 문화가 스며드는 수준 높은 사회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역의 문화 격차가 해소될 필요가 있다. 문화 정책을 국가가 주도해 지역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다양한 예술과 문화 활동이 샘솟듯이 일어날 때 예술의 대중화, 대중의 예술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더 리더>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너무 딱딱한 얘기만 드린 것 같다. 저를 처음 보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앞으로 다분히 노력하여 서민의 편에 선 정치로 자주 얼굴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로운 변화에는 기존의 것과 마찰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퀴가 지면과의 마찰이 없을 때는 미끄러진다. 마찰이 있어야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독자 여러분들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께서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더불어 다양한 갈등과 저항도 보고 계신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살아나 모든 정책 결정이 일방적 논의 과정이 아닌 숙의의 과정이 되길 기대한다. 우리 함께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수레를 이끌고 밀면서 행복의 나라로 나아가자.”


권 의원과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점은 참으로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술수와 권모로 어느 정도까지는 출세도 할 수 있고 뜻한 바대로 될 수는 있겠지만, 이제 세상은 이전과 달리 벽이 허물어가고 있으며 SNS의 발달로 모든 정보가 순식간에 대중 속으로 침투한다. 권 의원과 오랜 시간 인터뷰 중 지극히 평범하지만 필자의 마음을 움직인 의미심장한 말이 뇌리를 감싼다.


“저의 정치 생활이 많은 분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려대 경제학과
김대중 대통령후보 대선기획단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제8•9대 경기도의회 의원
現 제20대 국회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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