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일을 줄여 문화의 시간 즐기자”

문화공유 3.0시대, 문화라는 쉼표 통해 인간성 회복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입력 : 2017.11.02 10:30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주철환 대표이사는 원조 스타PD로 17년간 자리를 지키다 OBS 사장과 중앙일보미디어(JTBC)의 출범에 방송제작총괄을 역임한 후 학계에서 후학들을 양성했다. 소년 시절 그는 외로워서 다락방에서 글을 썼고, 그리워서 노래를 불렀다. 소년은 누구를 원망하고 선망한 게 아니라 무언가를 소망했으며, 그 소망이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았다. 소년은 그렇게 성장을 해 책도 여러 권 쓰고 음반도 냈다. 그런 그가 서울시의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역임한지 2년째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서울문화재단은 2019년 3·1 ‘문화독립선언’과 함께 새로운 대학로 사옥으로 이전해 ‘문화공유 3·0’으로의 도약을 준비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주철환 대표이사를 통해 도약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다. 비결이 있나
“원래 기반이 방송 프로듀서(PD)다. 방송 PD는 혼자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요즘 MBC에서 제일 유명한 스타PD는 무한도전 김태호 PD인데, 김태호 PD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치며 꽹과리까지 할 수 없다. 거기에는 작가도 있고, 아이디어맨, 출연자들까지 있다. 데스크에서도 어떤 의견을 낼 수도 있다. 촬영감독, 조명감독, 음향감독, 편집감독 등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호흡을 맞춘다. 세상 어떤 일이든 혼자서 해낼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표이사인 나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지만, 임·직원 중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연구해보자’ 이렇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사실 대표인 나의 역할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선택 시 신중해야 하는데, 그때마다의 기준은 결국 서울문화재단이라는 재단이 왜 생겼냐 하는 목적성이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민들의 문화향유를 통한 행복 추구를 위해 시민이 낸 세금으로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 세금은 제대로, 그리고 잘 쓰여야 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제대로는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전문가 그룹을 위해, 그리고 시민들의 소소한 생활문화를 위해 세금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공정·공평하게, 더불어 투명하게 하기 위해선 두 눈을 크게 뜨고 봐야 한다. 그것이 내 소임이다.”

서울문화재단에 오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직장으로 말하면 7번째 직장이다. 대학졸업 후 모교인 동북중학교 국어교사를 했다. 1년간 근무 후 1년 반을 동북고등학교에서 교사를 했다. 군대를 현역으로 교련 3개월 혜택 포함 2년 3개월을 복무한 후 문화방송(MBC) 텔레비전 PD로 입사해 17년 동안 PD생활을 했다. 그 후 이화여자대학교로 자리를 옮겨서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생활을 7년 6개월 동안 했다. 이후 OBS 경인방송의 대표이사를 거쳐 1년 7개월 후엔 중앙일보미디어(JTBC) 방송제작총괄을 맡으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JTBC를 만들었다. JTBC에서는 4년 이상 있었던 것 같다. 수원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도 2년 반 동안 근무했다. 그리고 7번째 직장인 서울문화재단에 오게 됐다.”


학계에 있었을 때 제자들과의 교류는 지금도 이어지나
“물론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한번 인연을 맺고 나서부터 꾸준히 만나서 서로 취미나 관심사를 나누기도 하고 때때로 식사를 같이하기도 한다. 주말에 특히 제자들과 많이 만난다. 오는 11월 11일에는 나를 포함해 7명이 지리산 여행을 갈 예정이다. 이미 여행을 위해 기차표도 구입해 놨다.”

MBC를 떠났던 상황이 듣고 싶다
“1999년 MBC 편성기획부장 재직할 때의 일이다. 그때 김보애 원로 영화배우가 있었다. 김진규 배우의 부인이며 김진아 영화배우의 어머니다. 지난 주 돌아가셨다. 그분이 남북문화교류사업을 했었는데, 당시 평양에서 하는 공연 연출을 MBC에 의뢰했다. 그 일을 내가 맡게 되면서 졸지에 평양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 편성기획부장 자리에 있으면서 평양 출장 때문에 계속 자리를 비우니 편성국장이 불쾌해 했다. “주철환 부장은 대체 뭐가 중요한 것이냐”며 크게 야단을 쳤던 적도 있다. 편성국장은 내가 너무 개인플레이를 한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평양일로 자리를 비운 것도 그렇고, 평소에도 여기저기에 글도 기고하고 인터뷰 하러다니고 했더니 그렇게 봤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PD가 프로그램을 만들기만 하기 보다는 본인의 생각을 글로 쓰기도 하고 기자를 통해 알리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랬던 거다. 국장은 생각이 달라서 못마땅하게 보더라. 그래서 내 마음도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었는데 1999년은 연초부터 이화여대에서 내게 교수로 오라고 계속 제안해 오던 때다. 솔직히 맨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이화여대에 교수로 갈 생각이 없었다. MBC에서 이른바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약간의 홧김에(웃음), MBC를 떠나서 학교로 갔다. 나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이다. 신이 나의 인생을 시나리오로 썼다고 생각한다. 그때를 돌아보면 학교로 간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지금의 MBC파업을 바라보며 MBC의 격동기 속에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영화 ‘공범자들’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거기에 나오는 고통 받는 후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MBC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지금쯤 상당히 고위층 자리에 앉아 있겠지만, 오늘의 이 자리에서 일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생활문화진흥법에 따라 (재)생활문화진흥원이 있다. 서울문화재단의 생활문화추진단이란
“우선 내가 마치 생활문화에 대해서 굉장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가지고 하는 것이 절대 아님을 밝힌다. 생활문화는 지금 시대의 흐름과 같다. 어찌 보면 나는 생활문화예술의 실천자다. 나는 작가도 아닌 데 책을 15권이나 집필했고 음반도 두 개 냈다. 아마추어지만 꾸준히 글도 쓰고 무언가 만들어내며 공연을 6번이나 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며 전시회를 할 수도 있고 사물놀이를 할 수도 있으며, 댄스나 서커스를 할 수도 있다. 프로페셔널의 예술이 있다면 아마추어 예술도 있는 것이다. 스포츠에는 벌써 이런 것이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던 조기축구회가 그 예다. 그런 것처럼 스포츠에는 생활체육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생활문화예술은 아직까진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문화라는 것은 결국 사람에게 있어 쉼표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취미라는 것이 없이 계속 앞으로 내달리기만 하면 우리는 노예의 삶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 문화가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문화는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라고 답한다. 문화라는 쉼표를 통해서, 그 여백을 통해서 사람들은 비로소 인간성을 회복하게 되는 것 같다.
인간이 일하러 태어난 것이 아니지 않는가? 문화(예술)의 존재 이유는 삶의 감각을 회복하도록 만드는데 있다. 그것이 곧 재단의 역할이다.”

‘더다이즘’을 강조했는데 무엇인가
“인간은 대화하고, 즐겁게 놀이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살기엔 지금 세상은 너무 각박하고 양극화 되어있다. 부자는 한없이 잘살고, 반면에 가난한 사람은 너무 가난하다. 취직도 어떤 사람들은 쉽게 하지만, 어떤 이들은 청년 백수로 살아간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 않나. 또 ‘YOLO(욜로·You Only Live Once)’라는 말도 한동안 많이 쓴 것 같은데, 사람들이 모두 각자 도생을 해야만 하는 환경이 되어 버린 거다. 이럴 때일수록 재단이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문화를 혼자서 즐길 수도 있지만 문화라는 것은 본디 함께 하는 것이다. 내가 강조하는 ‘더다이즘’ 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더 새로운 것도 좋지만, 혼자만의 즐거운 행복은 의미가 없다.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 몇 명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 모두가 함께 가는 것. ‘문화로 더 새롭게 예술로 다 즐겁게’ 이게 ‘더다이즘’이다. 더 새롭게는 창의다. 다 즐겁게는 협의다. 곧, 투게더다.”

우리 내기 할까요! 란 캠페인은 무엇인가
“요즘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캠페인 중 하나다. ‘내: 내부자 문화를 기: 기부자 문화로 바꾸자’란 뜻이다. ‘내부자’라는 것은 자기들끼리 이익집단 내에서 끼리끼리 하는 것이다. 정치, 경제, 심지어 학교에서도 끼리끼리가 너무 많다. 왕따, 소외 문제는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부자 문화’는 서로서로 함께하자는 것. 내부자 문화를 기부자 문화로 바꿔보자 해서 ‘우리 내기 할까요!’이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서울문화재단의 대학로 이후 시대가 궁금하다
“1919년 3·1 기미 독립선언이라는 것이 있지 않았나. 그로부터 딱 100년 후 오는 2019년 3월 대학로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화독립선언’을 한다. 문화라는 것은 누구의 판단이나 자기의 독선에 의해서 갈리는 것이 아니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문제가 많았다. 이 논란은 문화의 기본인 창의성과 다양성 중에 다양성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문화는 빛이고, 빛은 곧 밝음이다. 문화로 빛을 비추고 향기를 전하게 된다. 문화는 변화를 꿈꾸는 것이다. 문화는 편견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대학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재단을 대학로로 옮기면서 정말 문화에 있어서의 ‘독립’과 ‘자율’의 중요성을 더욱 느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팔길이 원칙’을 말하셨다. 재단도 ‘팔길이 원칙’을 글자 그대로 유명무실이 아니고 정말 명실상부하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전을 하면서 ‘5S'라는 기본을 직원들에게 제시했다. Smart 디지털, Simple 실용, Special 전문성, Strong 용기, Sweet 재미가 ’5S‘다. 이 말을 풀어서 설명하면 “일을 줄여서 스스로 문화의 시간을 가지고 즐기자!”라는 뜻이다. 문화공유 3·0시대라는 정의를 내리며 미소본부(미디어소통본부)도 만들었다. 내 손안의 문화재단(Smart SFAC(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이라는 콘셉트인데, 누구라도 문화재단 앱에 들어가면 지금 서울시내 어디서 어떤 행사가 열리고, 다음 주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손쉽게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재단의 지원 방법, 지원 받은 사람, 지원 선정결과의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놔서 누구든 그와 관련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문화재단의 미래는 디지털 미래 플랫폼이다. 이제는 공유경제 영역에 있던 문화를 끄집어내 공유경제에서 공유문화로 바꾼다. 새로 옮기는 빌딩은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스마트 건물이 될 것이다. 문화공유 3·0의 로드맵이다. 앞에서 말했지만 ’더다이즘‘을 통해서 더 새롭게 다 행복하게, 창의와 협의를 통한 서울문화재단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끝으로 정부나 시·시의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다시 강조하면 문화는 빛이다. 빛은 밝음이다. 문화로 빛을 비추고 향기를 전하게 된다. 문화는 변화를 꿈꾸는 것이다. 문화는 편견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문을 여는 것이다. 문화라는 것은 누구의 판단이나 자기의 독선에 의해서 갈리는 것이 아니다. 문화의 기본인 창의성과 다양성을 해치는 블랙·화이트리스트 논란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재단은 앞으로도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않는 ‘팔길이 원칙’을 지키며 발전해 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고려대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
동북중고등학교 국어교사
2000년 3월~ 2007년 이화여대학교 언론홍보학부 교수
2007년 7월~ 2009년 2월 OBS 경인방송 초대 대표이사
2010년 10월~ 2014년 중앙일보미디어(JTBC) 제작본부장, 편성본부장, 콘텐트본부장, 대PD
2014년 4월~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6년 9월~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수상>
한국방송대상 우수 작품상(1990, 1991)
백상 예술 대상 우수 작품상(1995)
방송위원회 선정 이 달의 좋은 프로그램상(1996)
경실련 선정 시청자가 뽑은 좋은 프로그램상(1998)
방송위원회 프로그램기획부문 대상 (1997)
한국여성단체연합 평등방송 디딤돌상(1999)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주는 공로상(2000)
<저서 총 1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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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2개>
[다 지나간다] [시위를 당겨라]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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