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갑 의원’이 된 거리의 변호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정치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게 민주주의”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2.03 08:45
국회의원회관 544호, 그 유명한 ‘거지갑’ 의원실에는 여전히 간이침대에 목 베개가 한편에 자리잡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소 법안 발의와 의정활동으로 백팩을 메고 다니면서 국회에서 쪽잠을 자고 노숙하는 모습이 포착돼 별명이 ‘거지갑(甲)’이다.

지난해 11월 23일, 박 의원이 발의했던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사회적 참사법)’ 표결 전날 밤도 그는 의원실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밤을 보냈다. 사회적 참사법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발생원인과 수습과정, 후속조치 등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11월 24일 재석의원 216명 중 찬성 163명, 반대 46명, 기권 7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박 의원은 초선이지만 전천후 의정활동과 방송 출연으로 대중과 언론사 기자들에게는 이미 인기인이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맥락 없이 다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주인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 집중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1cm라도 돌리고 죽기 위해 오늘도 국회에 상주 중인 박 의원을 만나봤다.

-세월호 변호사, 박주발의, 거지갑 등 별명부자다. 이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무엇인가
▶사실 다 마음에 든다. 하나하나 의미가 있는 별명이라서, 이 중에 고르라고 하면 애매하다. 세월호 변호사도 좋지만 세월호만 하는 것 같고, 박주발의와 거지갑은 비슷한 취지의 별명이기는 한데, 오늘은 ‘거지갑’을 고르겠다.(웃음)

-처음 거지갑의 뜻을 몰랐다던데 언제 알게됐나
▶나를 지칭하는 줄 몰랐다. 그런데 내가 발의한 법이 트위터에 돌고 있는 것을 봤더니 사람들이 ‘거지갑이 발의했다’고 쓰더라. ‘내가 발의했는데 왜 거지갑이 했다고 하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군복무 시절 헌병대 소대장이었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당시 소대원 중 한 명이 어느 날 SNS로 문자를 보내왔는데 ‘소대장님을 인터넷에서 거지갑이라고 하는 것 아시느냐’고 묻더라. 그러면서 인터넷에 있는 각종 재밌는 글 몇 개를 링크로 달아준 것을 보고 내가 왜 ‘거지갑’이라고 불리는지 알았다. 내가 ‘난 거지갑 아니고 은평갑인데’라고 한 적도 있는데 보좌진들이 그것을 찍어서 돌리는 바람에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거리의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나
▶나는 변호사 활동을 10년 정도 하면서 공익과 관련된 일을 할 때 ‘이런 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 혹은 ‘이건 잘못된 법인데’하고 느낀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정치가 제대로 된다면 그런 것들이 해결되고, 많은 사람들 편하게 살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늘 그 정도 수준의 정치적 관심이었을 뿐이었다. 20대 총선 이전에도 선거에 나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몇 차례 받았지만 거절했었다.
그런데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과반이 훌쩍 넘는 200석 이상을 새누리당이 차지할 것이고, 수도권에서는 야당이 전패할 것이라는 설이 돌았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내가 도와드렸던 분들이 힘들어질 것이고, 내가 돕고자 했던 일들이 더 안 될 것이라고 하면서 ‘이번엔 꼭 좀 힘을 합치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지만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국회입성 3년차다. 변호사를 했던 때와 많은 것이 달라졌을 텐데 국회의원을 해보니 어떤가
▶벌써 3년차라니 오래됐다. 변호사 시절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세게, 원칙에 맞춰서 잘 주장했으면 됐다. 그런데 국회의원이 되니 그런 방식으로 일하면 성과내기가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까지 다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되더라. 얼마 전 ‘사회적 참사법’ 통과될 때도, 국민의당과 정의당, 바른정당까지 계속 설득해야 했다. 변호사를 했던 때와는 다르게 선명성이나, 올곧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은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면서도, 또 내가 생각하는 바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언론사 정치부 기자들이 모범 국회의원을 뽑는 ‘백봉 신사상(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제헌의원, 국회부의장을 지낸 백봉 라용균 선생을 기려 제정된 상)’ 대상을 수상했다
▶사실 재작년에도 백봉 신사상을 받기는 했다. 그때도 반응이 ‘초선의원인데 상을 받네?’ 했는데 이번에는 대상을 받았다. 초선의원이 대상을 받은 것은 2003년 박진 전 의원 이후 14년 만이라고 하더라. 상을 받았을 때 사실 어안이 벙벙했고 왜 이 상을 나한테 줄까 생각했다. 과거에 대상을 받았던 분들을 보니 박근혜 전 대통령은 4번 연속해서 받았고, 주로 유력 정치인들이 많이 받았다. 그래서 혼자 속으로 ‘의미가 뭐지?’라고 생각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내게 ‘이번에는 특이하게 방향을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어쨌거나 정치부 기자들이 내 활동을 눈여겨 봐주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대상까지 받았는데 올해는 또 어떻게 해야 하지?’이런 무거운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2017년 12월 28일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제19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회의원이 된 이후 현재까지 총 92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발의한 법안들의 성격도 다양한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내가 다양한 영역에서 법안 발의를 하지만 전혀 맥락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내 머릿속에는 영역이 나뉘어져 있다. 크게는 안전, 민주주의, 민생 이렇게 분류가 돼 있다. 내가 변호사 생활하면서 느꼈던 ‘이건 꼭 있어야 하는 법’, ‘바뀌어야 하는 법’들을 주로 발의하고 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10년간 변호사 활동하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사건에 관여하다 보니 발의하는 법안들도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은 민주주의와 관련된 것이다. 선거 가능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것이라든지, 국회의원 소환제와 같은 것들이 거의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국민소송제를 대표발의했다. 국민소송제의 취지는 무엇인가
▶국민소송제는 사실 참여정부 때도 공약 사항이었다. 그 당시에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반대가 심했다. 그래서 국민소송제는 도입되지 못하고, 지방자치단체 수준의 주민소송제만 도입이 됐다. 주민소송제는 지자체의 잘못된 예산집행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해서 손해배상을 받는 것이다. 내가 발의한 국민소송제는 그 범위를 넓혀 국가기관을 상대로 잘못된 예산집행에 대해 소송을 한다든지, 예산집행을 중지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예산이라는 것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국민들이 잘 감시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취지로 발의하게 됐다.

2017년 8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국민소환제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주민,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들로부터 전달받은 국민소환제 청원운동 서명용지를 들고 있다. /사진=뉴스1
-박 의원이 발의하는 법안들, 출연하는 방송 등은 모두 ‘실질적 민주주의’를 위해서라고 여러 번 밝혔다. 무엇이 실질적 민주주의인가
▶우리나라는 1987년 개헌 이후 대통령을 직선으로 뽑게 되는 등 일부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완성됐다. 그렇다 해도 지금 모습을 보면 국민들의 의사가 원활하게 정치 영역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전달이 된다고 하더라도 영향력은 미약하다. 그러다 보니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정치 체제라고 불리기엔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나는 국민들이 좀 더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들이 만들어져서,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 체제로 가야한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소환제, 국회의원면담제, 그리고 방금 이야기한 국민소송제가 그런 취지에서 발의된 것이다. 그리고 아직 발의는 안했지만 연구하고 있는 것은 국민발의제도 있다. 의제형, 간접발의제 형태다. 또한, 국민참여예산제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제도를 만들어서 국민들이 좀 더 실질적으로 정치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본다.

-개헌에 대한 입장도 궁금하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 여당의 입장이나 최근 대통령 입장도 확인이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자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개헌의 방향 중에서도 권력 구조에 대해 말한다면 대통령 중임제를 생각하고 있다. 정치 상황이 지금보다 더욱 안정이 된다면 다른 방향도 고민하겠지만, 지금으로써는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감사원의 감사권 중 일부 회계·직무감사 분리도 논의가 돼야 하고, 예산증액 관련된 권한도 좀 더 국회 쪽으로 가져오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회가 행정부 감시를 좀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최근 안민석, 표창원 의원과 함께 ‘뭉쳐야 뜬다’ 토크콘서트 1회를 진행했다. 토크콘서트를 열게 된 취지는

▶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안민석 의원이 게스트로 나왔다. 거기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하여 북콘서트를 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로 고생한 이야기를 해줬다. 안 의원은 북콘서트를 할 때 더불어민주당이 약세인 지역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열세인 지역에 오히려 더 많이 가서 붐업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30% 이하인 지역만 가자고 해서 ‘뭉쳐야 뜬다’를 진행하게 됐다.

-토크콘서트 1회는 포항에서 열렸다. 무슨 이야기를 했나
▶첫 번째 지역이었던 포항의 경우 포항만 했던 것은 아니고, 경주와 영천 지역까지 포함해서 국민들을 모신 것이다. 안민석 의원은 여전히 국정농단 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적폐청산 이야기를 했다. 표창원 의원은 정치가 정의롭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해 말했다. 나는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주로 소득주도 성장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다음 토크콘서트는 돌아오는 수요일(1/17)에 강원도 화천에서 열린다.

-지역구인 은평구 최대 현안은 무엇이고 본인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은평갑 지역의 경우 재건축·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많아서 이슈도 그와 관련된 것이 많다. 최대한 재건축과 재개발이 되고 있는 부분은 잘 진행하고, 진행되지 못하는 부분은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주요할 것 같다. 그리고 오래된 숙원 사업들도 있는데, 수색·증산 개발이라든지, 서부권을 가로지르는 경전철 건설 등도 차질없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다.그리고 기존 문제뿐만 아니라, 내가 젊고 새롭게 온 사람이니까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과제들도 있다. 개인적으로 은평을 문화적으로 가꿔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는 숙제다.”

-정치인으로서 혹은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항상 드리는 답변은 내가 정치를 마쳤을 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사람이다’라고 평가받는 게 정치인으로서의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1cm 라도 굴리고 죽자’는 것이 내 모토다. 어렵게 정치를 하고 있는 만큼, 많은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대학교법학 학사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現 제20대 국회의원(서울 은평구갑/더불어민주당)
現 제20대 국회 전반기 안전행정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現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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