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의 냉전지역 한반도에도 ‘진정한 봄’이 찾아 오려는가

[강석승의 북한이야기]

미래안보전략연구원 강석승 원장입력 : 2018.04.17 17:30
세계 유일의 냉전지역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에도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북한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정황은 마치 화약고(火藥庫)를 방불케 할 만큼 극도의 긴장과 갈등, 반목이 지속됐었다. 즉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김정은에 대한 원색적 표현, 그리고 김정은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늙다리 운운’ 발언 등이 나오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군사적 옵션’ 검토설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일로에 있었다. 그 주된 원인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북한 당국이 거듭된 핵실험을 하면서 ‘화성-15형’으로 명명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 선언을 비롯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반평화적 도발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대북제재 결의와 압박을 계속하는 가운데 미국과 EU, 일본 등에서도 북한의 주요 인사와 기관, 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독자적 제재, 북한 국적 선박의 기항(寄港) 금지, 북한에 대한 석탄과 철광석, 섬유류 제품의 수출 금지, 원유를 비롯한 사치품 등 수입 금지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반도의 정황은 다른 어떤 때보다 위기가 고조되는, 그런 최악의 위기국면으로 진입했었다.

그러나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단언하는 가운데 ‘대표단 파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를 표명하면서 극도의 긴장 상황이 조금씩 풀려나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강화돼가자 북한은 우리와의 ‘고위급회담’에 임했는가 하면 평창동계올림픽에 대규모 예술단과 응원단, 그리고 선수단과 태권도시범단을 파견했으며, 적어도 북한에서는 내로라하는 실세인 김여정과 김영남 등을 방남(訪南)시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하는 김정은의 친서(親書)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우리의 대북특사단 파견과 북한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북미정상회담 추진, 평창패럴림픽 개최 등으로 한반도 정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 으면서 종전과는 그 규모나 심도(深度) 면에서 너무나도 큰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급격한 정세 변화 움직임을 바라보면서 필자는 새삼 중국의 전한시대 ‘왕소군’과 관련한 시구(詩句)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을 떠올리게 된다. 구태여 이를 우리 말로 옮긴다면, ‘봄은 왔지만, 결코 봄 같음을 느끼기 어렵다’는 정도가 될까. 해마다 이 구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을 맞이하면서 좋은 시절이 어김없이 또 찾아왔지만 아직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마음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마음의 연장선상에서 필자는 지금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상황이 과거의 그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한반도의 봄’이라는 표제를 달고 이 칼럼을 쓰게 됐다. 즉 이런 일련의 상황 전개를 목도하면서, 이번에야말로 남북한 관계의 획기적 진전과 북미정상회담 개최 등으로 인해 진정한 한반도의 봄이 찾아올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독자들과 함께 이 지면을 통해 그 현황을 조심스럽게 진단해 보고 전망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동안 다른 어떤 문제보다 주로 ‘북한’만을 취급하고 다루어온 전문가의 한 사람으로 북한체제의 특성에 대해 “개 꼬리 3년 묻어두어도 황모(黃毛)가 되지 못한다,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을 자주 인용해왔다. 왜냐하면 그동안 북한이 행해왔던 말과 행동은 겉 다르고 속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한 것으로, 그 대표적인 사례를 일일이 예거(例擧)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비일비재(非一非再)하기 때문이었다.

즉 지금으로부터 벌써 40여 년 전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그 당시는 ‘민주’라는 용어로 대체)”이라는 ‘통일 3원칙’으로 천명되어 고등학생이었던 필자는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평화통일의 그날이 올 수 있겠구나”하는 분홍빛 기대를 가졌었다. 당시 남북이 서로 밀사(密使) 파견을 통해 일구어낸 합의가 그만큼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처럼 이후 남북 간에 열린 실무접촉에서 북한측은 “왜 남측은 자주통일 원칙을 합의했으면서도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느냐”는 항의를 하면서 상황은 기대처럼 순항(順航)하지 못했고, 그 뒤에도 북한측이 ‘김대중납치사건’과 그 이듬해의 ‘6•23특별선언=분단고착화, 분단영구화“라는 등식을 제시함에 따라 1970년대는 아까운 세월만 흘려보내게 됐던 것이다. 이후에도 북한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여왔고, 1992년 2월19일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서도 여지없이 그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특히 후자의 비핵화선언에서는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공언(公言)했으나,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공공연하게 ‘핵무기 보유국가’를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이후인 1994년의 ‘제네바 합의’와 2005년의 ‘9•19 공동성명’ 등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한 사례도 ‘약속과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실천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전례(前例) 때문에 아직도 우리나라와 미국 등에서는 북한과 한 약속이나 합의는 “좀처럼 믿거나 신뢰하기 어려운 빛 좋은 개살구”와 비슷한 것이라 단언하는 전문가들이 결코 적지 않다.

즉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미국이 이른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로 불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를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곧 북한의 핵과 미사일 추가 실험 및 발사 중단과 같은 ‘모라토리엄’을 상정하는 가운데 관련 시설의 신고와 검증, 불능화, 완전 폐기의 수순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그 수순은 비핵화 단계별로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내지 중단, B-1B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 등과 같은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각종 대북제재의 완화 및 해제, 대북 경제지원 활성화, 국교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우리측 안보실장 등이 방미(訪美)하여 ‘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정상회담’의 메신저 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 며칠간 자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노동신문(3월14일자) 등을 통해서는 ‘약탈자의 흉계가 깔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제하(題下)의 기사를 통해 “이번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은 남조선 안보를 구실로 미제침략군을 영구히 주둔시키며 더 많은 인민의 혈세를 강탈해낼 오만한 지배자의 흉심과 날강도적인 본성이 그대로 비낀 약탈협상”이라 단언하면서 “남조선 인민들이 바라는 것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불청객인 미제침략군의 무조건적인 철수”라고 역설했다. 

그런가 하면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서는 “미제와 그 추종세력은 제재압살책동을 극대화하고 무모한 핵전쟁 도발책동에 매달리며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가운데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관해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자 주권 침해행위”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한다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상황 전개에 따른 앞날이 결코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일련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미국과 북한 간의 첫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반도의 정세 구도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틀(framework)을 새로 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성공을 기대하기보다는 실패에 대비하라”는 잠언(箴言)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실로 모처럼 조성된 ‘한반도의 진정한 봄기운’이 전 영역에 걸쳐 퍼지는 가운데 여름을 거쳐 다가올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는 남북한 간의 관계개선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한반도 주변 4국 간의 새로운 역학구도의 형성을 가져올 것이며, 결국 이런 일련의 변화가 한반도의 안전과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첩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석승 원장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 원장
행정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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