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제1야당이 독점하는 기초의회…해답은?

[알고찍자! 우리동네 기초의원]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8.04.02 10:29

“지방자치 역량을 강화해 지방정부 스스로 지역에 맞는 행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중앙정부에 집중된 행정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지방분권에 관하여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 세 가지 내용을 담았다.”


 청와대가 지난달 21일 개헌안에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자치 분권은 즉 지방의회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지방의회는 시•군•구에 설치하는 기초의회와 특별시•광역시•도에 설치하는 광역의회로 나뉜다.


기초의회는 주민을 대표해 각 기초자치단체(시•군•구)의 중요 사항을 최종 심의, 결정하는 의결기관이다. 예산•결산의 심의•의결 기능, 조례 제정의 입법 기능, 자치 행정을 감시하는 통제 기능, 지역 현안에 대한 조정 기능의 권한이 주어진다. 집행은 자치단체장(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하고, 의회는 행정 업무를 감시•견제한다.


지방의회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곧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 권한을 주는 것과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거대 양당이 기초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기초의회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당선된 비율은 87.2%다. 2519명 중 새누리당이 1206명으로 47.9%를, 새정치민주연합이 989명으로 39.3%를 차지했다.


◇민주당, 한국당 반발로 무산된 4인 선거구 35곳
기초의원 선거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중선거구제는 지역구 크기를 늘리는 대신, 두 명에서 네 명을 뽑는 선거 제도다. 국회의원 선거는 하나의 지역구 당 한 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시의원과 군•구의원은 한 지역구에서 두 명 이상 당선될 수 있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은 상급의회인 광역시•도의회가 기초의회 의원정수에 대해 최종 결정한다.


2인 선거구제에서는 1등과 2등인,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4인 선거구가 늘어날수록 군소 정당 후보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6•13지방선거에서 투표가 진행될 기초의원 선거구는 1031개소로 확정됐다.


당초 서울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총 159곳의 기초의원 선거구 중 2인 선거구를 111곳에서 36곳으로 줄이는 것을 제안했다. 소수 정당 후보들의 기초의회 진출 기회를 늘리는 취지로 3인•4인 선거구를 각각 51곳, 35곳으로 늘리는 선거구 획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위원회가 제시한 4인 선거구 35곳은 없어졌다.


기초의원 선거구 1030여 곳에서 4인 선거구가 도입된 지역은 28곳에 불과하다. 서울이나 부산, 인천 등 7개 광역시•도에서는 4인 선거구가 도입되지 않았다. 오히려 2014년 6회 지방선거(29곳)보다 1곳 줄었다.


◇서울•부산•대구•인천•대전•울산•경기, 4인 선거구 ‘없다’
서울 지역 2인 선거구는 지난 지방선거와 같이 111곳으로 획정됐다. 3인 선거구는 48곳에서 51곳으로 변경됐다. 4인 선거구는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한 곳도 획정되지 못했다.


경기는 2인 선거구가 91곳에서 84곳으로, 3인 지역구는 62곳에서 74곳으로 결정됐다. 4인 선거구는 2곳에서 0곳으로 변경됐다. 인천은 2인 선거구가 16곳에서 24곳으로 늘었고 3인 선거구는 19곳에서 18곳으로 1곳 줄었다. 4인 선거구는 3곳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1곳도 없다.


충북은 2인 선거구 28곳에서 24곳으로, 3인 선거구는 18곳에서 20곳으로 획정됐다. 4인 선거구는 기존 1곳에서 2곳으로 1곳 늘었다.


충남 2인 선거구는 지난 선거에서 28곳이었지만 25곳으로 획정됐다. 3인 선거구가 기존 20곳에서 25곳으로, 4인 선거구가 7곳에서 5곳으로 변경됐다.


대전은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가 각각 9곳과 12곳으로 지난 선거와 같다. 4인 선거구로 치러지는 곳은 없다. 전북 2인 선거구는 36곳으로 지난 선거(40곳)에 비해 4곳 줄었다. 3인 선거구는 31곳에서 32곳으로, 4인 선거구는 1곳 신설됐다.


전남에서는 2인 선거구가 44곳에서 37곳으로, 3인 선거구는 29곳에서 31곳으로, 4인 선거구는 9곳에서 11곳으로 획정됐다. 경북 2인 선거구는 지난 선거에서 60곳에서 54곳으로 6곳 줄었다. 3인 선거구는 41곳에서 45곳으로 4곳 늘었고 4인 선거구는 1곳이다.


경남에서는 지난 선거 62곳이던 2인 선거구가 64곳으로 2곳 늘었고, 3인 선거구는 31곳에서 28곳으로 획정됐다. 4인 선거구는 2곳에서 4곳으로 2곳 늘었다.


대구의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는 30곳, 14곳으로 지난 선거와 동일하다. 4인 선거구는 없다.


울산의 2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는 각각 기존과 같은 14곳과 5곳이다. 4인 선거구는 1곳도 편성되지 않았다. 부산에서는 52곳이었던 2인 선거구가 44곳으로, 18곳이었던 3인 선거구가 23곳으로 획정됐다. 4인 선거구는 없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등 의원들이 3월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기초광역의원 선거구획정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시스
◇野 3당 “민주당•한국당이 적폐”
야3당은 일제히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기초의원 4인 선거구가 거의 좌절•폐지됐다. 어제(20일) 서울시의회에서 거대 양당이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으로 쪼개며 하나도 남지 않았고, 인천과 경기 수도권 등 전 지역에서 4인 선거구가 전멸했다”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같은 날 당 회의에서 “거대 기득권 양당이 민주주의의 문을 걸어 잠갔다”며 “소수당을 말살하고 지방 의원을 독식하겠다는 반민주적 작태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민주당과 한국당은 서울시의회 만행에 사과하고 다당제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기도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끝도 없는 탐욕이다. 한국당과 민주당은 그동안의 나눠 먹기로도 부족하단 뜻이냐”며 “한국당에는 처음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개혁을 책임질 집권 여당까지 나서서 기득권 사수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양새다”고 언급했다.


◇ “기초의회 선거는 살당공락(殺當孔落)”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신의 SNS에 기초의회 선거에 대해 ‘살당공락’이라고 표현했다. 살인자라고 하더라도 2인 선거구제에서 민주당이나 한국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라면 당선되고, 공자가 출마했다고 하더라도 양당 후보자가 아니라면 낙선한다는 의미다. 기초의회 공천권을 쥐고 있는 원내대표 혹은 지역구 의원으로부터 의회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자들은 2인 선거구에서 후보 등록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다른 후보자가 없다면 투표 없이 당선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지역의 지역구 구의원 당선자 중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22명이다. 비례대표 당선자까지 합하면 투표를 하지 않고도 26명이 당선된 것이다. 소수정당과 정치신인의 진입을 쉽게 한다는 중선거구제 도입 취지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계류하고 있는 선거구 획정 법안
거대 양당이 기초의회를 독점해 벌어지는 폐단을 막기 위해 국회 군소정당은 기초의회 선거구를 3~5인으로 조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위원들이 이 법안들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논의 자체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거나 상임위에 계류되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기초의회 선거구를 3~5인 선거구로 조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바른미래당도 ‘4인 선거구’를 대폭 확대하도록 기초의원 선거구를 시•도의원 선거구와 일치시키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현재 헌법개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되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교수는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에 대한 확실한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논란이 일었으니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기초의회 선거구에 대해 확실하게 정하지 않으면 획정할 때마다 ‘게리맨더링’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기초단위 선거는 지역 인구 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라며 “선거구를 세분화해서 한 명만 뽑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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