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쟁 벗어나 국민을 볼 때”

[대한민국을 진단하다-정치분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8.04.11 11:11
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는 ‘대한민국을 진단하다’라는 코너로 6개월간 각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질적인 진단을 한다. 2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교육, 외교, 안보, 문화의 세계적인 흐름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편집자

▲안형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왼쪽),박상철 경기대학교 부총장
유난히 뜨거웠던 촛불의 염원으로 정권 교체를 이뤄낸 국민들은 정치개혁이라는 과제를 여의도에 던졌었다. 1년이 다가오는 4월 정치권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정치개혁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방향을 진단하기 위해 두 전문가와 만났다.

대담은 3월 14일(수)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됐으며 박상철 경기대학교 부총장과 안형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전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진행은 <더리더>의 임윤희 기자가 맡았다.
*박상철(이하 박), 안형환(이하 안), 임윤희(진행)로 표기한다.

◇한국 정당정치
사람중심의 정당 정치에서 벗어나야 할 때
지역구도가 정당 구조기반의 약화로 이어져


-진행: 촛불 이후 정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커졌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박: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촛불은 여야,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장기간 모여서 시위를 하고 그 염원이 반영돼서 탄핵까지 이끌어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 자신감을 가졌다고 본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잘 받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대선 이후에는 국민들도 정치적으로 수준이 올라갈 줄 알았는데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한국 정치 수준이 높아지려면 촛불혁명 결과가 개헌과 연결돼야 하는데 아직도 정쟁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 관심이 모두 높아졌으나 수준이 높아진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는 국민들의 바람을 잘 받지 못하는 정치권의 잘못이라고 본다.


▶안: 방금 언급한 것처럼 한국인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에서 정치과정이라는 것은 원론적으로 ‘권력을 행사해서 집단을 위한 공공 선택을 하는 과정’이다. 촛불과 탄핵 과정에서 국민들이 아주 원론적인 정치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헌법에서 규정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권력을 행사해 본 것이다.
과거 4·19혁명과 6·10항쟁 이후 거의 30년 만에 겪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부쩍 늘어났다. 체험 과정에서 기쁨과 성취욕도 느꼈을 거고 그런 연장선에 있지 않나 싶다.


-진행: 그간 정당은 명사 중심이었다.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한계점을 짚어본다면
▶박: 우리나라에서 정치가 잘 안된 이유는 정당정치가 후진적이라서 그렇다. 이승만 정권 시절 자유당이 집권당이었다. 이승만이라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있던 당이다. 자유당이 이승만을 만든 게 아니라 이승만 권력 유지를 위해 급조된 게 자유당이다. 그런 역사를 갖다 보니 권력이 생기면 여당이 생긴다.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도 그렇다. YS와 DJ가 있는 한 영남과 호남에서는 허수아비만 꽂아놔도 당선됐었다. 명사라고 표현했지만 사람 중심 정당이라는 뜻이다.

▲박상철 경기대 부총장

한마디로 내각제도 하기 힘든 정당 수준이다. 우리나라 정당은 정말 어떠한 경우에도 안심할 수 없는 그런 정치 결사체 수준이라서 분발해야만 한다.


안: 지역구도가 한국 정치 정당 구조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데 동의한다. 상품시장에서도 보면 경쟁이 치열하면 좋은 상품이 선택받는다. 그러나 우리는 지역구도가 심하다 보니 경쟁 구도가 약한 부분이 있다. 경쟁이 심하면 그 정당은 강해진다.
정당정치의 기본은 정치적 철학과 정치를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그것을 동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 정당이다.


우리나라 정당은 유럽식 정당 형태와 미국식 정당 형태의 중간 정도다. 아주 애매하다.
영국의 경우를 보면, 보수당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당원도 30만명 정도 된다. 철저하게 당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미국은 정당 역사는 꽤 오래됐지만 당원이라는 게 없다. 그래서 당의 실체가 애매하다.
우리나라는 그 중간 상태에 있다. 아직 정당정치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에 명사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정당’이라는 것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힘 있는 사람이 끌어간다.


또 정당은 공천권과 맞물려 있다. 공천권은 정당에서 공직자 후보를 만들고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이라는 기초단계다. 우리는 공천권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도 아직 정립이 안 됐다. 오픈 프라이머리니 전략공천이니 하지만 이것도 선거 때마다 달라진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는 이상 한국 정당정치는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 선거제도 개편
이해관계 없는 제3의 법과 기구 필요해
비례대표 증원은 ‘왜’ 라는 고민부터 해야


-진행: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선거구제가 민주화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지역 패권 정당 구조를 고착화시킨 일등 공신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박: 선거제도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한국 정치문화에 맞는 방향이 필요하고, 둘째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듯 정치권에 맡기면 안 된다.
소선거구제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고 익숙한 대신 폐단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도시와 농촌의 인구 격차가 크면 폐지하기가 어려운 제도다. 중·대선거구제를 하면 적합하지 않고 복합 선거구제가 맞을 것 같다.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로 합쳐서 대표적인 인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작은 소도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복합선거구제를 했으면 좋겠다.


최근 제안한 것 중 하나는 ‘선거제도 개정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각 당에서 선거구안을 내놓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맞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본다. 우리 문화에 맞으면서도 과감하게 변화를 주려면 그래야 한다.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반영되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가 힘들다. 별도의 제3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진행: 비례대표 증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형환 전 의원

안: 한국 정치에서 가장 고민하지 않은 부분이 비례대표에 대한 것이다. 비례대표가 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비례대표 기본 목표는 전문가 집단을 영입하기 위해서,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왜 비례대표가 필요한지 고민한 적이 없다.


우리나라 비례대표의 현실은 정당 권력자가 전문가 영입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수단이었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한다고 하지만 그 전문가는 대부분 정당을 위해 계속 일을 했던 사람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고민 없이 비례대표 의원을 늘린다는 것은 권력자만 좋게 되는 것이다. 특히 비례대표는 국민이 투표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정당에서 선출하는 것이다.


지금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역구를 통해 의원으로 들어온다. 의사협회장, 약사협회장이었던 사람이 지역구에서 선거로 선출된다. 과연 전문가 비례대표가 왜 필요한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한국에서 비례대표가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구도 정치지형의 변화
선거구제 개편이 지역구도 바꿀 수 있어
유별난 지역구도 깨질 때 됐다


-진행: 최근 대구·경북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거의 50%에 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정치적 지역구도에 대한 변화가 느껴진다
: 진짜 변할 때도 됐다. 나는 전라도 사람인데 전라도 사람 하나로 진보세력이 되란 법은 없다. 내 생활과 비슷하게 한 사람을 뽑고 우리를 대표하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지역에 맞춰 지지율이 높은 곳에 공천 받으러 간다.
보수진영에는 미안한 말이지만 호남에서는 자유한국당에 인물이 없다. 좋은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쪽에 공천을 받으러 가고 자연스레 자기 쪽 색깔의 사람을 뽑는다. 충청도, 제주도를 보면 색이 없어서 그 지역이 발전하지 않나.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하나. 선거구제를 바꿔주는 게 제일 좋다. 대구를 중선거구제로 하면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민주당이나 정의당에서도 당선자가 있을 것이다. 광주에 중대선거구를 하면 한국당 대표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좋은 후보도 내놓는다. 광주에서도 합리적 보수가 필요하다. 그렇게 제도를 바꾸면 가속이 붙을 것이다.


촛불 때는 전국의 민심이 다 비슷하지 않았나. 민심은 그 수준에 와 있다. 지방선거를 봐야 하겠지만 대구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50% 가까이 나오는 것은 지역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다.
과거 선거구제도에 지역주의가 묻어 있고 정당들이 교묘하게 그걸 이용하고 있다. 제도가 시대를 못 따라가고 있지만 지역주의는 실제로 무너지고 있다고 본다.


▶안: 지역구도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저 또한 지역구도를 깨기 위해 살신성인하고 있는 정치인 아닌가.(웃음) 목포 출신으로 보수정당 대변인을 하기도 했다.
지역구도는 깨져야 한다. 그러나 사실 세계 어느 나라든 지역구도는 있다. 심지어 지역구도가 강화되는 것이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별난 것이 문제다. 그래서 이번 지방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 현재 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기대처럼 결과가 나오지는 못할 거다. 여론조사는 허수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울 언론사에서 하는 여론조사와 경남지역 언론사에서 하는 여론조사를 보면 결과에 차이가 많이 난다. 보수층이 다른 지역 언론사는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답변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는 상당 부분 다를 수 있다.

그래도 지역구도가 과거보다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궁금하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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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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