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우연한 발견이 인류발전 이끈다”

[기관장초대석]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과학과 기술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8.04.17 09:17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세렌디피티(Serendipity)’, 우연한 발견은 인류의 발전을 이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김두철 원장에게 ‘기초과학 연구 성과’를 물으니 ‘잘못된 질문’이라고 답했다. 2011년 설립된 IBS에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 기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특히 기초과학은 ‘우연한 발견’으로 성과가 나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우연하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발견한 하나의 성과가 미래 과학기술의 토대가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기초과학을 식물의 뿌리에 빗대어 설명했다. 식물의 뿌리는 땅 속에 있어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라나는 데 기초가 된다. 기초과학은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다. 기초과학을 식물이 자라나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언젠가는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선진국을 따라가지 않고 앞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도 앞으로 따라가는 연구는 하지 말고 주체적으로 문제를 만들고 풀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기초과학 연구 주제는 ‘인류 행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의 기본적인 이념은 더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드는 것에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기초과학에 담긴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리더>는 지난달 20일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에 위치한 IBS를 찾았다.


-IBS는 2011년 설립됐다. 만들어진 이유를 설명해준다면
“이제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 연구는 ‘응용연구’에 치중했다. 산업기술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다 보니 그 분야에 집중됐다. 경제적으로 급한 마음에 기초는 다지지 않고 응용만 한 것이다. 전혀 기초가 안 돼 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기초과학 연구는 대학교수가 담당했다. 교수가 담당하면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보통 연구 규모가 작고 또 연구비를 따야 하니까 성과가 나는 주제 위주로 진행했다. 순수하게 기초과학을 연구하기엔 부족한 환경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원천기술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겨 2011년 IBS를 만들었다. 우리는 시작한 지 7년밖에 되지 않았다. IBS가 벤치마킹한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역사가 100년이다. 일본에서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이화학연구소는 지난해 100주년이었다. IBS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해야 과학기술이 더 발전할 수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어떤 점을 벤치마킹했나
“우수한 과학자를 뽑아서 그 밑으로 ‘연구단’을 만드는 것이다. 연구단에 연구비를 비롯해 충분히 지원한다. 막스플랑크는 연구회 밑으로 80개의 연구소가 있다. 우리는 IBS 밑으로 우수한 과학자들이 이끄는 연구단이 28개가 있다. 각각 작은 연구소 기능을 하고 있다. 구조뿐만 아니라 사실 가장 크게 배워야 할 점은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철학이다. 철학은 크게 △수월성 △창의성 △개방성 △자율성 등이 있다. 연구를 시작하고 맺는 것을 자유롭게 진행하는 ‘자율성’이 지켜진다면 수월성과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논문을 써야 하고, 연구비를 타야 하는 숙제가 연구자들에게 주어지면 부담이 생긴다. 창의적으로 과학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자율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연구원 성과를 언급하자면 어떤 게 있을까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 우리는 7년밖에 안됐다. 물론 과학계에서 어떤 학자에 대해 연구를 잘하느냐 못하느냐를 평가하기도 하지만, 기초과학에 대해 ‘성과가 어떻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IBS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국감 때 국회나 정부로부터 그런 질문을 받는다. 기초과학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한다. 기초과학 연구라는 것은 딴 과학기술과 다르다. 기초과학 연구의 성과라고 하면 대부분 우연한 발견이다. 영어로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하는데, 우연히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다.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우연한 발견’이란 어떤 게 있는지
“전화를 발명한 미국의 벨 연구소(Bell Labs)에서는 1965년 우주 초기의 빛,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이론을 검증한 것이다. 연구소에서는 우연히 ‘빛’을 발견했다. 그래서 소위 대박이 났다. 그렇게 기초과학에 대한 우연한 발견으로 벨 연구소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검증할 수 있는 이론으로 선진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채송화 씨를 뿌리면 그중에 몇 개가 난다. 그런 마음으로 기초과학을 바라봐야 한다. 당장 성과를 얻기보다 언젠가는 사회에 충분히 돌려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 원장/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주변국인 일본이나 중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 일자리를 준다. 그래서인지 연구소에서 연구를 하지 않는다. 인구에 비해 노벨상 수상 이력도 적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해 오래전부터 연구했다. 대표적인 기관이 이화학연구소인데 지난해에 100주년이었다.”


-연구원 설립 취지 중 하나는 인재 개발이다. 지난해 ‘영사이언티스트 펠로십(YSF)’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YSF의 타깃 연령은 40세 미만이다. 그 세대는 창의력이 활발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번 마음껏 연구해 보라는 취지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년 정도 기간으로 연구비를 충분히 주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은 어느 정도인지
“넉넉하다고 할 수 없다. 처음에는 평균 100억 원 규모로 생각했는데 점차 지날수록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욕심이 많다. 주어진 예산에서 최대한 활용해서 쓰기 때문에 낭비하지 않는다. 믿고 지원해줘도 좋을 듯하다.”


-연구원의 재정은 정부 지원이 100%인가
“그렇다. 다른 연구소들의 경우에는 정부 출연금은 일부이고 연구를 따오는 것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 연구소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정부 출연금만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다른 데에서 프로젝트를 따오지 않기로 했다.”


-과학기술에 대해 생각할 때 체감상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떠올리기 쉽다
“우리나라 국력 자체가 산업 쪽으로 기울어졌고 그만큼 산업도 많이 발전했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나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자기기 회사들도 원천기술은 외국에서 가져온다. 핵심이 되는 원천기술을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조업에 국한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앞서나가려면 기초과학 연구가 필수다.2년 전 알파고 쇼크가 있었다. 알파고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AI를 가동할 원천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초가 되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게 약하다.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흐른다고 한다. 점점 원천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다. 기초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세계적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IBS의 역할이 중요할 듯한데
“4차 산업혁명을 뒷받침하는 것은 기초과학이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연결해서 보면 그 뿌리는 기초과학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학 연구를 잘하면 기술이 발전한다. 또 기술이 발전하면 과학도 한층 더 발전한다. 요즘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데 AI 같은 것들이 하나의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이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기초과학 연구를 다져놓아야 한다.”


-과학의 도시라고 불리는 대전에 연구원이 정착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다른 과학 연구소와 시너지가 나올 수도 있겠다
“아무래도 좋은 환경에서 연구하니까 과학적인 성과가 잘 나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역적으로 대덕연구단지에 여러 출연연하고 상호작용이 잘될 것이다. 가까이에는 카이스트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과 인력 교류를 활발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기관 사이에서 좋은 것은 공유하고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구단지도 최대한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


-4월21일 과학의 날을 맞이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과학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과학이라는 게 ‘합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과학 문화가 발전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체 의식을 선진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를 한층 더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온라인 상 ‘악플’이 문제다. 합리적 사고,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과학을 문화로 바라보면 좋겠다. 과학은 우리 인류 행복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과학자들을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現 제2대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1948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사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 전기공학 박사
미국 뉴욕대학교 연구원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학과장
서울대학교 두뇌한국21 물리연구단 단장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제5대 고등과학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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