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지금 ‘북한-중국 접경지역, 단둥(丹東) 기행(1)’

미래안보전략연구원 강석승 원장입력 : 2018.09.12 16:16
한반도의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여도 ‘전쟁위기설’이 공공연하게 제기되었던 한반도의 정황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주요 언론의 ‘토픽’으로 보도되고 있으며, ‘동양의 조그마한 반도(半島)’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핵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반도의 주변4국인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은 전 세계에서 정치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일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세계 10대 경제선진국으로 위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핵과 중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구실로 동북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이 바로 이 지역에서 ‘독불장군(獨不將軍)’ 식으로 행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가운데 필자는 지난 8월 초 북한과 중국의 접경지역이자 중국을 비롯한 외국과 가장 많은 접촉과 교류,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단둥(丹東)을 방문하였다. 북한의 제3대 절대권력 세습자인 김정은 위원장(‘김 위원장’으로 통칭)이 6년여의 동면(冬眠)에서 벗어나 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잇따른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다른 어떤 지역보다 내외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 바로 압록강을 중심으로 하여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랴오닝(遼寧)성 동남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압록강(鴨綠江)을 경계로 하여 북한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국경도시로 동쪽으로는 압록강, 북쪽으로는 백두산, 남쪽으로는 황해로 둘러싸여 있는 중국 요충지(要衝地) 중의 한 곳으로 중국과 북한 간의 교역중심지이다. 이런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단둥지역은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하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취해지던 유엔 대북제재조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아왔다. 또한 이 지역은 김 위원장과 김정일 등이 특별열차편을 이용해 중국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할 경우 거의 대부분 거쳐야 하는 필수통로(?)로 활용되어왔기 때문에 이 지역의 검문검색 분위기는 이들의 동선(動線)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변수로도 작용해왔다. 그래서인지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속에서는 단둥역 주변의 경계가 삼엄하거나 압록강을 감시하는 중국 국경경비대 선박의 움직임, 그리고 북한의 ‘민경련’이나 ‘민화협’ 등 대외교류협력기관이 입주해 있는 ‘중련호텔’의 투숙객 단속이나 투숙금지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이들의 비공식 방문이 이루어질 전조(前兆)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가 하면, 이 지역은 한반도 동쪽의 두만강과 함께 중국과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최접경지역이기 때문에 북중교역의 중심지이자 대북무역이나 대북접촉을 하려는 우리측 사업가들이 상주(常住)하고 있어 중국과 남북한의 주민들이 어렵지 않게 접촉하고 교류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가지 특성 때문에 필자는 평소 강의를 하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아니 적어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손자병법의 참뜻을 되새기면서 먼발치에서나마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려면 이곳과 함께 두만강변의 ‘투먼(圖們)이나 옌볜(延邊)’ 등 지역을 반드시 한 번쯤은 다녀와야 한다는 지론(持論)을 펴왔다. 필자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강변(强辯)하면서 직접 정상외교에 나서는 가운데 단둥지역이 그 여파가 직접 미치는 곳 중의 하나일 것이라 판단되었기 때문에 이번 방문의 의미는 색달랐다. 특히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 그리고 압록강 건너의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최고영도자의 최근 행태에 대해 어떻게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는 점에 초점을 두어 ‘기획취재’를 하겠다는 경향신문사 팀과 동행하는 방문이었기에 바쁜 일과를 잠시 접어두고 기꺼이 동참하였다.

이번 방문에는 경향신문의 워싱턴 특파원을 지냈던 김진호 국제전문기자와 이준한 사진기자, 그리고 ‘국경, 압록강 블루’ 등 남북한관계를 다룬 장편소설로 한창 ‘위세를 떨치는’(?) 이정 소설가가 합류하였기 때문에 그동안 이들과 소원(疎遠)하였던 관계도 해소할 수 있는, ‘임도 보고 뽕도 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하면서 4박 5일간의 일정에 돌입하였다.

인천공항을 떠나 1시간 40여 분 만에 도착한 선양(瀋陽)공항은 과거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와는 달리 매우 쾌적하고 산뜻한 분위기를 자랑하고 있었으며, 미리 예약한 렌터카로 단둥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의 차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예전의 무언가 척박하기만 한, 그런 것과는 크게 달라보였다. 특히 우리와는 달리 200여km에 달하는 고속도로에 자리잡은 ‘휴게소’의 숫자가 예전의 1~2곳에서 지금은 그 2배 이상으로 크게 늘어나 있었고, ‘위생실’도 매우 깨끗해져 있었다.

2시간 남짓 달려 도착한 단둥은 필자가 방문하였던 2년 전과는 달리 매우 활기차 보였으며, 우리의 신흥개발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신축아파트를 짓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곳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으로 이곳에서 근 20년간 대북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희행 회장(단둥한인기업가협회)을 만난 우리 일행은 한국의 기업인이 자금을 투자하고 조선족이 운영한다는 ‘평안산장’에서 간단하게 중식을 먹은 후 중국과 북한 간의 경계가 불과 일보에 불과한 지역인 ‘일보과(一步跨)’를 답사한 후 압록강 관광선에 탑승하였다. 이 관광선은 1인당 공식요금이 80위안(元)이었으나, 북한지역까지 깊숙하게 들어가겠다는 안내원의 프리미엄 요구에 추가운임(300위안)까지 지불한 우리 일행은 크레인으로 석탄과 모래의 하역작업을 하는 북한 인부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가 사진을 찍었다.

한여름의 열기 때문인지 팬티 차림으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은 손으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손사래를 치면서도 “안녕하십니까”라는 우리의 인사에 거리낌없이 화답(和答)을 해주었다. 중국 선박에 비해 매우 낡은 화물선이나 바지선에서 일을 하는 북한 인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깡마르고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자신이 맡은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남녀가 뒤섞여서 희희낙락하는 모습은 그네들에게도 비록 생활은 풍족하지 않으나, 나름대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비쳤다.

관광을 마친 후 북한 당국에서 직접 운영한다는 ‘평양봉선화식당’에 들른 우리 일행은 중국산 백주(白酒)를 곁들여 평양냉면과 고사리볶음, 두부지짐이, 소고기구이, 감자조림, 임연수어구이 등으로 요기를 하면서 단둥 방문의 첫날을 맞이하였다. 식사 도중 이 회장은 “우리가 말하는 모든 내용이 감청(監聽)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면서 비정치적인 문제만을 화제로 삼을 것을 권유하였다. 이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 단둥에서는 중국과 북한 간 전체 교역의 약 70%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중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중국 당국이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방침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단둥을 왕래하는 기관원을 포함한 거의 모든 주민에게 ‘거류증’은 물론이고 비자 발급을 매우 까다롭게 하였으며, 심지어 해관으로의 입출국시 가방 속에 있는 ‘쇠붙이’까지기자도 검색할 정도로 매우 엄격한 검문검색을 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중국 당국에 대해 매우 큰 모멸감을 가지게 되었으나, 최근에는 점차 그 감정이 해소되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엄격한 거류증 및 비자 발급 때문에 한때 단둥에서 대중교역업무를 담당하던 이른바 ‘외화벌이꾼’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기도 하였으나, 최근 몇 개월 사이 다시 크게 늘어나 2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이 지역에서 대북사업을 하던 우리 측 기업가들은 ‘5․24조치’가 취해지기 전까지는 한때 5000여 명에 이르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400~500명 선으로 대폭 축소되었다고 한다. 

숙소인 월량도(月亮島) 베네치아호텔에 들어서자 로비에는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 간에 이루어졌던 정상회담에 관한 내용이 디지털박스에서 연속적으로 방영되고 있었고, 호텔 한 구석에는 ‘조선여행’을 안내하는 부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신의주 반일(半日) 여행은 390위안, 1일 여행은 790위안, 2일 여행은 1289위안 등으로 안내되어 있었으며, 모든 여행은 별도의 비자 없이 중국 공민증만 있으면 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그런가 하면 300여 개 채널을 방영하고 있는 TV에서는 ‘한국어’로 방송하는 채널이 단 한 곳도 없어 의아스럽게 생각하자, 이 회장은 아마도 북한 당국이 중국 당국에 강력하게 요청하여 이루어진 조치가 아닌가 하는 설명을 해주었다. 외부 세계, 특히 우리 사회의 발전된 모습을 담은 드라마나 뉴스 등을 ‘황색 요소’로 간주하는 가운데 자칫 북한의 수령체제를 약화시키거나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함으로써 거의 모든 주민을 우물 속의 개구리처럼 취급하는 북한당국의 감시-통제장치가 이곳에서도 발동되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었다. 이런 모습은 한동안 적조(積阻)했던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미국을 ‘공동의 적’으로 간주하는 가운데 김정일 생존시 견지했던 이른바 ‘16자 방침(方針)’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짙게 시사하는 것으로도 보였다. 

이 방침은 2001년 장쩌민 국가주석이 방북하였을 당시 김정일과 함께 확인한 ‘전통계승, 미래지향, 선린우호, 협조강화’ 등을 주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강석승
21세기안보전략연구원장
행정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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